‘땅 고루 했다지만 바칠 일 걱정이요/ 경계 나눴지만 숨죽은 노래 소리/ 이를 영세토록 따르라니/ 함께 칭송할 일 한 가지도 없다. [地均憂貢(지균우공)/ 界分商微(계분상미)/ 從玆永世(종자영세)/ 與頌靡絶(여송미절)]’ 이 열여섯 자 풀이 틀렸으면 바로 잡아주기 바랍니다. 질병에 물난리, 집값 파동… ‘화풀이도 못다 하는데 한자 풀이라니?’ 꾸짖을 수도 있습니다. 영어 익숙한 이 많으나 한문 풀이 부탁할 사람 귀하며, ○○대학교에 물으니 200자 원고지 한 장에 수 만원 내랍니다. 한학자 사도(師道)정신을 믿고 공개 부탁함은 조상님의 강인한 의지를 다 함께 확인하자는 뜻입니다. 같은 사람 비석이 전북 완주 구이·소양면 소재지에 있는데, 권위와 위력이 대단하여 감사도 쩔쩔맸으며(?) 백성들은 그 곁에 얼씬거리지도 못했을 인물입니다. ‘이런 사람을 영세(永世)토록 잊지 말자?’ 누구 발상이었을까요? 1892년 7월 소양 주민이 세웠습니다. 초등학교 학생도 잘 아는 ‘영세불망비(永世不忘碑)’. ‘영원토록 잊지 말자’했는데 직손들이 나서서 설명했으면 합니다. 2017년 같은 비석 글을 “걱정 근심 없이 바치도록 땅 고루 했고/ 경계 세밀하게 바로 나눠/ 이를 오래토록 따르도록 했으니/ 더불어 송축 그쳐 쓰러뜨리랴!” 이렇게 소개한 일도 있었습니다. 이 풀이 엉터리라는 지탄 아직 없었습니다. 주인공 김창석(金昌錫)은 ‘균전사(均田使)’. 1894년 10월 홍주로 정배됐기에 이 고장 불망비를 주목합니다. 엄청나게 당한 주민들이 사무치는 여한을 ‘오래토록 잊지 말자…!’ 이 뜻으로 세웠다면 ‘징계비(懲戒碑)’가 분명하고, 비문 작성자의 표현력이 절묘합니다. 이리도 저리도 말이 되는 기법이 빼어납니다. 우리말에 ‘쌀 사러간다’ 이 말처럼 바꿔 말한 게 확실합니다. 구이 주민은 차마 글까지야 새기지 못하고 ‘아픔을 잊지 말자’로 응징했다고 봅니다. 2020년 봄 송이목 면장이 불망비를 면사무소 앞에 옮겨 세웠는데(곧 영전), 여러 분이 모여 토론해볼만한 멋진 사료입니다. 비석에 똥칠한 일도 있었습니다. 비석 관리 잘하기로는 봉동·삼례 읍민들. 군민이 알아줘야 하고 혹 김창석 비 여기에도 있나 살펴보기 바랍니다. 공직자는 조용한 국민의 속마음을 살피는데 게을러선 아니 됩니다. 터져 나오면 막아내기 어렵지요. 소양면 황운리 거사비도 구이처럼 면사무소 마당 너른 자리로 옮겨야 훨씬 돋보입니다. 비봉면 대치 여섯 마을 주민이 세운 비나, 이서면 이성동 추탄 이경동(李瓊仝) 묘비는 연구가치가 충분하지요. 우리 고장에서 역대 완주군수 공적비 본적이 아직은 없습니다. 충남 예산군 대흥면 의좋은 형제길 51 ‘의좋은 형제 공원’에는 비가 아주 많습니다. 자치위원회 활동이 이래서 중요합니다. /이승철=칼럼니스트/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한국국학진흥원 자문위원회 운영위원
최종편집: 2025-06-24 13: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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