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신(死六臣) 중의 한 분이신 성삼문(成三問:1418∼1456) 선생 문집 1권의 ‘백일홍’ 시 한 수를 함께 읊어보자.
.
저자는 세종대왕 3자 안평대군(安平大君. 이름:용, 호:비해당, 1418∼1453)이며, 그의 48영(詠)에 들어 있다. 대군과 대작(對酌)할 정도의 꽃(나무)이라면 대단하지 않은가?
2020년 7월 초 취임한(문화관광과장에서) 박병윤 동상면장이 업무를 추진하며 자동차를 보냈기에 가보니 그 인물 보배이다. 금방 10년 지기로 느껴지게 하며 △면지 포부와 △배롱나무(백일홍) 안내판 얘기를 꺼내는데, 주관(主觀)→핵심(核心)→결과(結果)가 명료하다.
흉허물 없으니 말이지만 ‘동상면민은 겸허가 몸에 배어 조용하다보니 녹녹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었고, 이럴수록 동상면민 진국((陳麴)임을 모르는 채 주마간산 격 그냥 스쳐가는 사람이 많은 게 사실’이었다.
복지센터 마당에 몸통이 한 아름, 잘 가꿔 키 크고, 동서남북 가지가 고루 뻗어 아마 화분이었더라면 누군가가 번쩍 들어갔을 것 같은 멋진 모습이다.
고풍스러운 안내판에는 배충직·최귀호 전 면장 이름이 새겨졌고, 박병윤 면장 왈 “이 나무 신월리 면사무소를 옮겨 세우며 심었으니 여기서 자란 기간과, 용연 본바탕에서의 세월을 합하면 수령 100년”이란다.
100년? 이 얘기에 불현듯 동상면민의 가슴 속 여한(餘恨)이 엿보인다.
2020년은 대아저수지 공사로 쫓겨난 지 100주년이다. 성삼문과 안평대군 동갑이듯이, 백일홍(배롱나무)의 한 세기와 대아저수지 물 막음이 같다. 동상면민은 도대체 뭘 못 잊을까?
①1차 수몰(1920년 대아저수지) ②2차 잠김(1960년대 동상저수지) ③천주교 박해(18세기 말∼19세기 중엽) ④6·25전쟁 중의 피살 ⑤전북도당북부지도부의 눈치(1950년대)… 쫓기고→잡혀가고→끌려가고→죽고→밀려나고→앉아 당한 그 슬픔을 오장육부(五臟六腑)에 안은 채 ‘손과 같은 땅덩어리’를 끈기로 지켜낸 파수꾼들이다.
제멋대로 주는 보상금 몇 푼을 쥐고 남부여대 헐떡거렸던 동포들이다. 인민군과 부역자가 들이닥쳐 밥하라 시키는 대로 했더니 토벌 군경 들어와 ‘야! 왜 빨치산을 도왔느냐?’ 다그쳤다.
산내·은천 불에 탔고… 너른바위 천주교도 끌려가 익산군 여산에서 얼굴에 젖은 종이 붙여 죽이는 ‘백지사(白紙死)’를 당했다.
이런 한에 대하여 전북도나 한국농어촌공사 말 한 마디가 없다. 귀 기울여 듣던 박병윤 면장 ‘날 잡아 원심을 달래보고’ 싶단다. 마침 박성일 군수 7월 7석 다녀가며 무얼 공감했을까. 동상이몽(同床異夢)? 동상치료(凍傷治療)? 동상건립(銅像建立)? 동상대접(東床待接)?.
/이승철=칼럼니스트/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한국국학진흥원 자문위원회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