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강 제대로 알고 싶으면 유리(柳里)에 가야 얻을 게 많다.
국회의원 하고 싶은 사람이나 완주 좋아 들어온 분들은 “물처럼 낮은 곳으로 흐르며, 산처럼 꿋꿋하게 살아 온” 인물·씨족·동네 알아둬야 한다. 특히 4년마다 선거 열차에 타려는 사람은 더욱 더 그렇다.
삼례 유리[구와리]를 ‘유리알’처럼 훤하게 알 수 있는 책에 ㉮『우루재원고(愚陋齋原稿)』와 ㉯『우루재창화편 상하(愚陋齋唱和編 上下)』권이 있다. ㉯책은 두 번에 걸쳐 소개한 바 있어 『우루재원고』를 살펴본다.
△류병양(柳秉養:1864∼1940/전주류씨) 선생 유고와 부록을 묶어놓은 문집으로, 전태춘(全泰春) 글 묘갈명과 홍경하(洪景夏) 제문(祭文)만 봐도 류 선생을 단번에 알 수 있으며 △선생은 ‘유리팔경(柳里八景)’을 멋지게 읊고 설명했다.
①서정 두 그루 회화나무[서정쌍괴(西亭雙槐)] ②북쪽 동산 푸른 대나무[북원녹죽(北園綠竹)] ③파란 물결과 어부[청소어부(靑沼漁夫)] ④너른 앞들의 목동[전원목동(前原牧童)] ⑤수양산 타고 내리는 바람결[수양청풍(首陽淸風)] ⑥비비정 지는 해[비정낙조(飛亭落照)] ⑦저물녘 봉실산 휘감은 구름[봉실모운(鳳室暮雲)] ⑧물새 우는 봄날 모래톱과 그 물살[조사춘수(鳥沙春水)]. 그림 같은 표현이다.
△아름다운 창화재(唱和齋)는 일가·친구 얘기하는 방이요(동편), 아들·조카 글 읽는 장소요(서편), 가운데는 정당(正堂:대청) 양지 바른 건물이었다.
△교육지침 『계자서(誡子書)』가 중요하다. ①공부는→옥을 다듬듯 하고 ②몸가짐은→맘이 주재해야하며 ③행동은→대학 8조 서언을 따라야한다. ④부모 섬김이 효요 ⑤벗 사귐은 동기간처럼 하라. ⑥집안 권속 거느림에서 부부가 곧 인륜의 시작이다. ⑦동성(同姓)간 합의는 덕으로 이끌고 ⑧친구 경중(敬重)히 여겨야하며 ⑨말 삼가하고 ⑩주색을 철저히 조심하라. ⑪부지런함과 절약이 몸에 배야하며 ⑫의복·음식은 검소 ⑬분수에 맞게 살며 ⑭종교심을 가져 나쁠 게 없다. 이 열네 가지를 50세인 1913년 9월에 쓰셨다.
▲세계 1차대전 ▲소련성립 ▲세계 2차대전…. 일제의 고통 속에서 우리 민족 거개가 ‘레닌·볼셰비키·스탈린·사회주의·자본주의…’ 알 리 없었고, 지주 횡포 외에 ‘국권회복↔민생평등↔사상논쟁’은 배운 사람들 관심사이었다.
이러다 해방이 되니 독립과 정부수립 과정에서 여러 목소리가 나왔고, 유리 이런 정세 속에서 양봉인(養蜂人)이 다수 나왔다.
여기 출신 이완구(1946년생)의 장편소설 『백년간의 비밀』을 읽어야 시대를 제대로 안다.
동향인이라면 속 있는 말 터놓고 하는 사이 돼야하며, 유리 류일수 씨는 향토발전에 큰 영향력을 가졌다.
사실의 정확성은 육성이 최고이다. 만경강 8경(景)얘기 가운데 고산읍내 ‘세심청류(洗心淸流)’로 끝나다니…허허
/이승철=칼럼니스트/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한국국학진흥원 자문위원회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