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날씨가 좋고 땅이 걸어 논·밭곡식이 푹푹 자란다. 비봉면은 ‘와이(Ｙ)자’ 지형으로 ㉠지역(봉산·소농·내월) ㉡지역(대치리) ㉢지역(백도·수선·이전) 7개리이며, 이전리는 조선시대 고산현 북면(北面)이었다. 이전리는 첫째, 물이 서에서 동으로 흘러 ‘동류수(東流水)’ 명당 제1호에 든다. 둘째, 해가 일찍 뜨고 늦게 져 일조량이 많으며 셋째, ‘질 좋은 흙’ 토질이라 마을 이름이 이전[泥田:진흙 밭(논)]리이다. 그런데 상용어 ‘이전투구(泥田鬪狗)’가 있고, 이전투구는 그리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니라 주민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아주 나쁜 것만은 아니란다. 스트레스를 좀 받아야 긴장하며, 이를 벗어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념 속에서 제3∼4대(1954년∼1960) 이존화(李存華:1914∼1964) 민의원을 배출시켰고, 다툴 줄 모르는 이 의원의 행적을 새긴 청렴추모비(淸廉追慕碑)가 마을 앞 큰길가에 있다. 그 청빈성이 어느 정도냐 하면 자기나 가족 앞으로 된 땅 한 평, 집 한 채 가져보지 못했다. 이 비석은 후배 류기정(柳琦諪:1922.1.6.~2010.1. 4.) 국회의원의 협조로 세웠다. 이존화 의원은 재임 중 ‘수선(水仙)저수지’를 막아 그 혜택이 수선·이전뿐만 아니라 화산면 와룡리까지 뻗어나간다. 이 지역의 귀중한 고적은 ‘이전산성(泥田山城)!’ 『신증동국여지승람』 전라도 고산현편 기록에【창고】는 “‘읍창(邑倉)·산창(山倉)’ 두 곳이 있는데, 산창은 ‘비봉산성(飛鳳山城)’에 있다.” 여기 ‘비봉산성’이 바로 ‘이전산성’이며, 나무가 자라 그렇지 성터가 완연하다. 완주 문화단체와 행정당국이 손을 맞잡고 지표조사를 해보면 새 역사가 나올 것이다. 특히 열한 분 군의원은 이런 일에 눈을 돌려 학술분야도 잘 이끌면 군민의 믿음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고산현 고지도마다 현청 북쪽 산을 ‘봉산(鳳山)’이라 표기해 두었다. 여기 고개는 비안치(飛雁峙)이고, 우리네가 부르는 ‘누운기러기재(눈기러기재)’로 시내버스가 넘나든다. 이전·수선 주민 중 일부는 ‘행정구역 고산면 편입’을 반대하지 않는다. 이 지역 초등학교 학생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고산초등학교에 다닌다. 1930년대 말까지 화산↔고산을 잇는 직통로가 취련(翠蓮) 앞을 지났다. 제대로라면 이전리와 종리까지 큰길을 내야하는데 행정구역이 달라 진전이 없다. 물레방아 돌던 돌모롱이 셋집 메는 사라지고 빈터에 잡풀만이 무성하다. 이 마을 국진호 씨는 논 107 두락을 지은 부자였으며, 그의 형 국태호 씨는 겨울철 총을 메고 사냥 다닌 멋쟁이였다. 근래 많은 소와 지렁이·굼벵이를 기르는 농가가 늘었다. 옛 이름 ‘진밭실’, ‘쇠노실’이 매력 있다. 예전 북상면(北上面)·북하면(北下面)민은 다 함께하는 향토사랑 맘을 이어나가야 한다. /이승철=칼럼니스트/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한국국학진흥원 자문위원회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