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모르는 숙맥(菽麥) 없다. 아니 세상이 변해 보리 모를 사람 있을 수 있고, 숙맥은 ‘숙맥불변(菽麥不辨)’으로 영어로는 an ass(멍청이)이란다.
우리 속담에 ‘맥(麥) 떨어지면, 맥(脈) 떨어진다.’ 이는 보리의 소중함을 강조할 때 쓰던 말이다. 쌀과 보리는 주식곡물로 벼·보리 2모작을 하는 논 값은 비싸며 보리 심어야 제대로 대접 받았다.
MBN 방송 순서에 ‘천기누설’이 있고 이야기가 나왔는데 ▲살 빼기와 ▲혈액관 속 노폐물을 씻어내는 데에 특별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조혜진 박사 말에 의하면 △새싹 보리 잎을 넣어 된장국 끓여먹어도 좋고 △보리 새싹 잎 말린 가루에 파인애플을 넣어 갈아 마셔도 유익하단다.
△보리 새싹 잎 말린 가루를 하루 한 술씩만 먹으면 만성 염증 관리가 잘 된다고 한다. 한 마디로 지방 감소 살 빼기와 혈관 속 찌꺼기를 씻어내는 데 특효란다.
그럼 우리 조상님은 이를 모르셨을까? 아니다. 천만에 말씀! 보리밥이나 보리 새싹 좋은 줄 뚫어지게 아셨다. 음력 2월 초하루 삼취(三娶:세 번 장가)한 집 논밭 보리 순(잎)을 잘라다 국 끓여 먹었다. 왜 먹었을까? 좋다하니 먹었다.
농사 이치로야 새순에 손 댐이나 더욱이 남의 보리 순을 벰은 나쁜 일이다. 그런데 왜 하필 삼취한 집 것이었을까? 삼취라면 엄청난 불행이다. 파란만장을 다 겪은 집안이기에 ‘몸에 좋아 보리 새싹 쯤 베어간 건 약과(藥果)로 여긴다.’ 여기에 착안을 한 게다.
질병-상처-재취-삼취 지독한 역경을 겪어 보았기에 배려심이 남달랐음이 확실하다. ‘건강을 위해 베어갔다’ 이 정도는 너그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게 우리 조상님들의 인보상조(隣保相助)정신이었다.
‘세상에 공것은 없다’ 맞는 말이다. 보리 순을 베며 들뜬 땅을 밟았으니 이를 두고 상생이라 한다.
지금 젊은이들은 어떤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집짓기 전 도시 빈터에 세운 주인의 푯말이 소름 끼치게 한다.
“무단경작 금지. 이 곳은 개인 소유지로서 무단출입 무단경작 등 기타 모든 토지의 훼손 ‘행위’ 일체를 금합니다. 적발 시 ‘법적 조치’를 취함. 토지 소유주 백”
이런 사람 집지어 이사 오면 반가운 이웃 아니다. ‘법적조치’ 이런 단어 아무데나 함부로 쓰는 걸로 보아 모난 남녀로 짐작된다.
‘보리 맥(麥)’자 아주 멋진 글자이다. ‘올 래(來) 아래에 저녁 석(夕)’자→저녁에 오라! 그 뜻이 얼마나 깊은가? ‘나 보리 밥 먹어 건강하니 밤에 오라’ 오묘한 의미가 보리밥맛을 더욱 좋게 한다.
‘보리 고개’나 ‘누른 보리’, ‘보리꼽쌀미’ 모르는 것이야 탓하지 않지만 보리(새싹) 좋은 줄은 꼭 알아야 한다. 음식이 보약이다. ‘보리밥(잎)’ 먹으면 이익(利益)을 ‘보리∼!’ 보리 남는 집안이 쌀도 남았다. 부자 근본이다.
/이승철=칼럼니스트/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한국국학진흥원 자문위원회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