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시제 철 세무서 마당에 자동차를 두고 갔다 오후에 오니 “급하셨군요. 다음엔 이러하지 않으실 줄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주세무서장” 이 글이 꽂혀있어 깜짝 놀란 차주는 평소 가지고 있던 세무조사나 세리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싹 바뀌었다고 합니다. 도시를 거닐다보면 잡풀 무성한 빈터와 그 옆 농작물을 가꿔 보기 좋은 곳이 있는데 텃밭 모습이 훨씬 낫지요. 이래서 시·군마다 ‘텃밭농사’를 권장하여 듣고 보기 좋습니다. 그런데 전주시 ○○마을 빈터에 계엄령(戒嚴令) 포고문(布告文)보다도 더 날카로운 팻말이 꽂혀있습니다. “무단경작 금지. 이곳은 개인 사유지로서 △무단출입 △무단경작 등 △기타 토기 훼손 ‘행위’ 일체를 금합니다. 적발 시 법적 조치를 취함. 토지 소유주 백”. 너무나 살벌하고 섬쩍지근합니다. ▲이웃하고 살 사람 아니구나! ▲있는 자 횡포 이런 겐가! 소름끼치는 험구(險口)? 여러 잡상(雜想)이 떠오르는 가운데 ‘길이 아니면 가지 말고, 말이 아니면 듣지 마라’는 명언을 되 뇌이면서도 아니 봄만 못했습니다. ▲이사 갈 때 집값 보다 인심 값을 더 준 선비가 있었고 ▲창암 이삼만 선생의 약화제(藥和劑)를 본 의원은 “글씨 값이 약값보다 더 높다.”며 첩약 거저 보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화산면 종리 구연직(具然直) 부자는 자기 땅(지금 종리교회 자리)에 자비로 양로당을 세웠고 ▲종리 성부동 보성암(폐사) 김승래 주지는 들녘에 나가 상여 만들어 번 돈 오는 길에 어려운 사람 만나면 거저주어 빈손으로 절에 돌아왔답니다. ▲1950년 6·25 전쟁이 일어나 피난민이 밀려오자 봉동 이종무씨는 마당에 솥 여러 개를 내걸고 밥해 먹여 보냈고 ▲남원 최윤식 숙부는 아들이 경찰관인데도 전쟁 중 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부자라는 이유로 살해당한 사람이 있었는데 심판 기준은 바로 인심이었습니다. 상여 나갈 때 인심 울타리에 걸고 가는 덕인이 있었습니다. “…적발 시 법적 조치를 취함” 야! 이 사람 이사 오면 마을 집값 떨어질까 걱정입니다. “빈터 풀을 뽑고 작물 가꿔 보기 좋았는데 집을 짓게 되어…” 이런 덕담 한 마디 못하는 가진 자는 선량한 부자까지도 ‘욕먹게 하는 행위’입니다. ‘가난할수록 부자 곁에 살아야 한다.’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러네 저러네 해도 덕을 본다는 말입니다. 전남 구례군 운조루(雲鳥樓)를 찾아가 ‘타인능해(他人能解)’ 뒤주를 보면 소견머리가 좀 달라지려나요? 몰인정·오만·무지하면 야박한 자 소리 두고두고 듣습니다. 이런 자와 사돈하면 종자(혈통) 버리지요. 꼬리치는 개가 더 예뻐 보입니다. 경자년! 베풀고 다독이며 나누는 품성이 돋보입니다. 고산 삼기 손창식 어른은 생시에 낯선 사람 밥 먹여 재워 보냈습니다. /이승철=칼럼니스트/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한국국학진흥원 자문위원회 운영위원
최종편집: 2025-06-24 16:5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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