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하면 대문(사립문) 기둥 옆에 ‘호남서방대명신(湖南西方大命神)’이라는 혼기(婚旗)를 꼽았고 △출산하면 금줄(쌈줄)에 사내는 고추, 여아는 솔가지(목화송이)를 달았으며 △간장 담그고도 금줄을 둘렀다.
△초상나면 지붕에 고인 웃옷을 던져두었고 △입관 여부는 명정(銘旌)으로 알았으며 △과거에 합격하면 조상 묘에 효죽(孝竹)을 세웠다.
△부모상에 복 벗을 때까지 상제(喪制) 표시를 했고 △처녀 새댁은 머리 손질이 달랐으며 △제사상에 오를 밤 칼로 보늬(비늘)를 벗겼는데 일 마치면 보늬 대문밖에 부어 놓았다.
△밖에 나갔다 오는 경우 대문(사립문) 앞이나 혹은 회장실 입구에서 인기척 ‘어 험!’ 소리를 냈고 △아침 일찍 남의 마당을 싸리비질하면 ‘양식 떨어졌구나!’ 알아차렸으며 △여인의 소복(素服)은 상인의 표시였다.
△논에 비료 뿌리고 물코에 포대 돌로 눌러 놓았으며 △부모상에 두루마기 왼팔을 빼어 아버지 상임을 알렸다.
△상여 나갈 때 버드나무 지팡이는 어머님, 대나무를 짚으면 아버님 상이었고 △토방에 벗어 놓은 신발 앞부리가 밖으로 향해 있으면 방에 사람 없다는 부재중 표시였으며 △걸인(乞人)들 부엌 문 닫혔으면 ‘식사 끝났음’을 알았다. 이래서 거지일수록 부지런해야 밥 얻어먹었다.
△휘파람은 옆 집 처녀에게 보내는 신호였고 △처마 밑에 외등 켜 놓으면 나간 사람 아직 오지 않았음을 알리는 불빛이었으며 △아침에 연기 나지 않는 굴뚝은 양식 떨어졌음이 확실했다.
△처녀가 아기 예뻐하면 시집가고 싶다는 표시로 보았으며 △노인 갑자기 만나고 싶은 사람들 말을 하면 죽을 날이 가까울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즈음 접촉은 하되 대화가 적고, 만나기는 하나 겉모습만 보일 뿐 진심을 모른다. 부인·처녀 알 길 없으니 여인을 만나 ‘아주머니’·‘어머니’ 소리 조심해야하며, 차라리 이모(姨母)·고모(姑母)라 부르는 편이 무난하다.
휴대전화에 문자만 보내지 육성 듣기는 어렵다. 문자 백 번보다 대화 한 통화가 더 효과 있다.
“자신이 임명장 준 ‘김 위원장에게’ 전화 한 통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ㅎ 대표뿐만 아니라 당에서도 이들과 접촉해 탈당 이유를 들어보려 하거나 만류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2020년 4월 15일 총선 전 어느 신문 기사이다.
전화 한 통 없거나 전화 걸어도 받지 않는 ‘장(長)’이 많다. 전주 어느 교회 목사는 e-메일도 안 열어 보고 진지성이 모자라더니 결국 배척당하더라.
이계임, 유효숙, 김현순, 최병수, 박두식 전 면장 전화 잘 받았으며, 이상선 전 완주경찰서장은 재임 시 인사하며 명함을 반듯이 주었다. 이런 분을 철인(哲人)이라 한다.
손주항(1934~2017) 전 국회의원 손수 쓴 편지 자주 보내기로 유명했다.
/이승철=칼럼니스트/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한국국학진흥원 자문위원회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