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사람 수보다 많다. 길동(吉童)·만수(萬壽)가 있고, 마당쇠·개똥이·딸구만이는 본인도 싫지만 부모 이름 ‘개똥’, ‘마당쇠’, ‘딸구만’ 좋아하는 사람 적다. 한 반 친구 자기와 동성명이 싫고, 족보에서 같은 이름 반갑지 않다. 범죄자 이름이 저와 같으면 난처하다. 문세광이 육영수 여사를 해치자 교명 얼른 바꿨다. 이름 이처럼 민감하다. 완주군 연혁(沿革) 첫 줄 ‘마한(馬韓)·백제(百濟)시대 완산주(完山州)’라 했는데, 다른 자료를 찾아보기 바란다. 신라가 660년 백제를 무너뜨리고 25년 후인 신라 신문왕 5년(서기685) 라 했다가, 757년(경덕왕 16) 전주(全州)로 고쳤다는 게 전라역사의 통설이다. 이름 짓기 어려운 건 안철수 전 의원(의사)이 가장 잘 안다. 외국에서 들어와 당명을 짓는데 자유-민주-평화-공화-국민-정의-한국-대한…을 넣고 싶으나 좋은 뜻 이미 다 써먹어 그럴듯한 이름이 없어 부득이 을 생각했는데 2월 9일 선거관리위원회가 퇴짜를 놓았고 이라 했더니 이도 또한 아니 된다고 했다. 이름 짓기 이처럼 어렵다. 이제 우리 고장 이야기다. 봉동·고산의 ‘중노당(中老堂)’ 말이다. 고령화로 ‘양로당’이 많고 늙는 사람 더해지니 놀 자리를 만들며 ‘극 노인이 아닌 분의 사랑방’이란 뜻으로 ‘중로당’을 택한 모양이나 비판이 많다. 늙는 게 서러워 ‘할머니’·‘할아버지’ 소리도 듣기 싫은데 ‘관에서 굳이 중로라 붙이다니?’ 이런 의견이다. 이를 트집·불평이라 여기지 말고 받아드리면 양측 모두에게 좋다. 예전 사랑방은 노소동락이었는데, 근래 노인 위한답시고 경로당(敬老堂)! 양로당(養老堂)!이라고 하자 젊은 층에서 집 나쁘고 사람 보기 싫어서가 아니라 “이름 가운데 ‘늙을 로(老)’자 못 마땅해 드나들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 나올 60∼70대 당사자들이 “새 집이라 좋으나 명칭이 맘에 걸린다.”고 한다. 붙일 글자 그리 없어(몰라) 중로당이냐는 지적이다. “위한답시고 ‘중로’ ‘중로’하지만 ‘발길 끊으라.’”는 표현으로 들린다는 주장이다. 80 노인도 젊어 보이려 머리에 검정 물을 들인다. 회원들 입장에서 환영하지 않는 칭호이니 돈 들여 집 지은 측에서 받아들임이 어른 대접이다. ‘경륜당(經綸堂)·중경당(重敬堂)·중견당(中堅堂)·경친당(敬親堂)·유지당(有志堂)’ 이런 이름에서 고르면 어떨까. 향교 기로연(耆老筵)에 왜 나가지 않느냐? 물으니 “가운데 ‘노(老)’자가 언짢다”고 한다. 원로(元老) 소리도 거북하다는 세상 생각해 볼 일이다. 판사·검사보고 ‘영감’이라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쓰던가? ‘중로’가 ‘죽노’로 들릴까 매우 걱정이다. 고산양로당 가치를 인정하고 정성껏 보수한 일은 높이 칭송한다. 경기전(慶基殿)·풍남문(豊南門) 잘 지은 이름이며 만사는 부르는 대로 된다. ‘유지성사(有志事成)!’ 이름이 천금이다. /이승철=칼럼니스트/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한국국학진흥원 자문위원회 운영위원
최종편집: 2025-06-24 17: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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