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발전을 위해 금싸라기 같은 땅을 흔쾌히 내놓은 주민이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완주군 동상면 수만리 입석마을에 사는 김종수(68)씨.
김씨는 수만리에서 40년 넘게 음식점(바위산가든)을 운영하며, 모은 돈으로 어렵게 구입한 토지 500여 평을 마을에 기부했다.
평당 40~50만원을 호가한다고 하니, 어림잡아 2억5천만원 상당의 토지를 무상으로 내놓은 것이다.
김씨가 땅을 기부하기로 결심한 때는 작년 봄. 소싯적 추억을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옛것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는 안타까운 마음에서였다.
“우리가 살면서 옛것이 중요한데요. 기와집, 현대식 건물만 짓지 말고, 초가집도 지어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손님들한테 알리고, 체험도 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가 토지를 기부하게 된 동기다. 초가집에서 잠을 자고, 앞마당에서 팽이치기, 재기차기 등 전통놀이를 즐기고, 지푸라기로 새끼 꼬기, 가마솥 밥은 물론 절구통에 떡을 찧어 인절미를 만들어 먹는 등 옛것을 보고, 직접 체험을 할 수 있는 마을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이를테면 전주에 한옥마을이 있다면, 완주에는 동상 초가마을로 이름을 알려 보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단다.
마을 이장도 토지기부와 사업 제안에 고마움을 표하고, 적극 동의했다.
하지만 당시 동네 주민들은 반신반의했다. 타 지역의 사례를 들어 사유화를 우려했기 때문.
김씨는 기부한 토지에 대해 마을 공동명의로 할 것을 약속하고, 구체적인 사업 계획, 그리고 필요성을 설명하자, 주민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뜻을 모아줬다.
이 같은 그의 아름다운 기부는 최근 연초방문에서 한 주민의 소개로 알려졌고, 박성일 군수와 참석한 동상면 주민들은 뜨거운 박수로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한때 주류사업으로 많은 돈을 벌었으나 여러 사업에 손을 대면서 수십억을 날렸고, 힘든 무렵에 찾은 곳이 바로 동상면 수만리였다.
초심으로 돌아가 이곳에서 40년 넘게 땀 흘리며 열심히 음식점을 운영한 덕분에 기반을 다지게 됐다.
현재 음식점은 정리하고, ‘바위와 풍경’이라는 작은 카페에서 아내 박순이(65)씨와 여생을 소소하게 보내고 있다.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교훈삼아 아들 재현(40)씨와 딸 지은(37)씨에게 ‘절약’과 ‘성실’을 입버릇처럼 강조했던 김종수씨.
절약에만 집착한 채 쓸 줄 몰라 인색함으로 손가락질 받지 않고, 진정으로 쓸 때 쓸 줄 아는 ‘통 큰 기부’를 보여준 그를 보며, 절약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됐다.
“벌어서 뭐 하겠어요? 죽을 때 갖고 가는 것도 아니잖아요. 내 욕심 갖지 말고 한 번씩 내 주변도 돌아보면서 더불어서 함께 사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초가마을을 지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을 활성화해 ‘찾아오고 싶은 마을’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꿈이 하루빨리 이뤄지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