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내리던 지난 10월 2일 수요일 오전 10시. 삼례읍 후상마을 회관은 어느 때보다도 활기찬 분위기였다.
후상마을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도시가스 공급에 관한 의회-군-주민 간담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궂은 날씨에도 40여명에 가까운 주민들이 먼저 나와 기다리고 계셨던 것이다.
그간 관련 주민 간담회를 여러차례 진행해 왔지만, 이날만큼은 본인 역시 다소 긴장한 상태였다.
도시가스 공급 문제는 주민들의 염원인 동시에 지역구 의원으로서 책임감과 부담감도 상당했다.
그러나 기분 좋은 긴장감이었다. 후상마을 주민들에게 드디어, 해결책을 제안하는 자리를 마련했으니 말이다.
이날 후상마을회관에 모인 모두가 열쇠고 해법이었다.
본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이경애 의원, 이용렬 삼례읍장과 일자리경제과 신재생에너지팀장, 환경과 환경지도팀장, 상하수도사업소 상수도 팀장 등 완주군 의사결정 주체들이 마을 주민회관에 모인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66가구가 거주 중인 후상마을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700m에 이르는 KTX 철도 횡단에 드는 압입공사였다.
전북도시가스(주)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따질 수밖에 없는데 50세대가 조금 넘는, 더구나 거주민의 대부분이 노인세대인 마을에 3억 원이 소요되는 압입공사비를 지출하는 건 누가 보더라도 비효율적이었다.
완주군도 마찬가지였다. 압입공사비 외에도 관로 설치 등 수억 원이 드는 사업에 선뜻 손을 들어주기엔 먼저 돌봐야 할, 더 소외된 지역과 사업이 눈에 밟혔을 것이다.
군의 현실적 고려와 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후상마을만의 특수성이 있다.
하수종말처리장과 왕궁 축사 등에서 기인하는 악취 민원이 끊이지 않는 곳이 바로 여기다. 삼례읍인데도 지난 50여 년 간 발전에서 비켜갔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사회 혐오시설이지만 어디엔가는 세워져야 한다는 생각에 지금껏 참고 견뎠다. 우리 덕분에 완주군 다른 마을들이 악취 고통 없이 살고 있는 것 아닌가.”
후상마을 어르신 말씀에 모두가 숙연해졌던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다.
후상마을 도시가스 공급 문제의 해결책은 ‘전략적 분담’이다.
압입공사비를 환경기초시설 사업비로 충당하고, 관로공사에 드는 비용은 일자리경제과, 환경과, 상하수도사업소 등에서 나눠지는 것이다.
군의회 의원으로서 가장 어렵고 두려운 것이 민원이지만 가장 보람된 일도 민원을 처리했을 때다.
이번 건처럼 오랜 기간 묵혀왔던 일이 빛을 볼 때, 의원으로서 사명감과 그간의 노력에 대한 위로를 한 번에 받는 기분이다.
특히, 이번 건은 그야말로 협치의 산물이었다. 송지용 도의원의 정략적 공조와 완주군의회 동료 이경애 의원, 군의 전향적 협조와 주민의 적극적인 요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치권을 비롯해 공정성에 대한 화두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절이다.
반백의 세월을 참고 견뎌온 후상마을 사례가 향후 낙후지역을 돌보는데 좋은 선례, 기폭제가 되기를 기원한다.
/유의식=완주군의회 의원(자치행정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