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군 화산면 원우마을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감자삼굿’이다.
‘화산 원우마을 감자삼굿’은 완주 와일드푸드 축제가 지난 2011년 개막한 이래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은 프로그램 중 하나다.
‘약방의 감초’라는 속담이 있듯 완주와일드푸드축제에서 감초 역할을 할 만큼 없어서는 안 될 간판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원우마을 감자삼굿에 담긴 이야기들을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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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자삼굿, 원우마을 대표 브랜드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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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삼굿’이란 삼굿이라고 불리는 땅 구덩이 안에 불을 지펴 돌을 뜨겁게 달군 뒤, 물을 부어 그 증기로 감자를 익혀 먹는 전통방식을 말한다.
‘감자삼굿’이 화산면 원우마을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은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특히 제1회 완주와일드푸드축제에서 관광객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매년 1순위로 축제 메인 프로그램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야생’, ‘전통음식’이라는 와일드푸드축제가 가진 정체성에 가장 부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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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자삼굿의 시작은 세 친구로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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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면 원우마을 감자삼굿의 시작은 지난 2010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화산면장이었던 장승열(67)씨와 현재 원우마을 이장인 문홍섭(67)씨, 면 소재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유인길(66)씨 등 세 친구는 와일드푸드축제 때 화산면에서 선보일 옛날 먹거리를 찾는데 고심했다.
그러던 중 어릴 적 배고팠던 시절에 감자를 서리해 구워먹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감자삼굿’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고, 이후 장승열씨가 군에 제안, 화산면 대표 프로그램으로 선정됐다. 원우마을 감자삼굿은 바로 이 세 사람의 아이디어로 완성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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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하기까지 시행착오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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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화산면 원우마을 표(表) 감자삼굿으로 유명해졌지만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먼저 축제 프로그램으로 선정됐지만 감자삼굿을 미리 시험해 볼 마땅한 장소가 없었다.
처음에는 화산파출소 앞 다리 밑에서 하다가 장소를 옮겨 마을 빈터 등을 찾아다니면서 연구하고 시험했다.
또 재료를 구하는데도 어려움이 많았고, 돌이 깨지지 않게 차돌을 구해 아궁이를 쌓는 일, 고구마와 감자가 맛있게 익도록 물 양을 조절하는 일 등 셀 수 없을 만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불을 지피다 보면 온몸은 비 오듯 땀으로 뒤범벅이 되는 것은 다반사. 한마디로 더위와의 싸움을 이겨내야 했다.
더욱이 “옛날에 배고플 때나 감자 먹지, 요즘 세상에 맛있는 과자도 많은데 누가 맛도 없는 감자를 먹겠냐”며 주민 반대도 넘어야할 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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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자삼굿, 원우마을 전국에 이름 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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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감자삼굿을 옛 전통방식으로 재현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서로 힘을 냈다.
그러던 어느 날 장소를 옮겨 경천에서 문홍섭 이장의 감자삼굿 시연 하는 모습이 방송되고, 기자단과 유명 연예인이 마을을 방문하는 등 원우마을이 전국에 알려지자, 주민들도 생각을 바꾸고 적극 도왔다.
마침내 제1회 완주와일드푸드 축제를 통해 화산면 원우마을 감자삼굿이 관광객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매년 빠지지 않고 축제 밥상의 한 가운데 오르는 메인 메뉴가 됐다.
또한 그 무렵 원우마을은 완주군이 역점 추진하는 마을공동체사업(참살기마을)으로 선정돼, 청국장과 콩나물 등의 생산설비를 구축한 데 이어 2013년 4월 감자삼굿 체험장 준공까지 겹경사를 맞으며 활력이 넘치는 마을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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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들지만, 자부심 하나로 이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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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축제에도 어김없이 원우마을 감자삼굿은 관광객뿐 아니라 사진작가와 언론사 사진기자에게 많은 관심을 모았다.
사실 흙을 걷어낸 뒤 감자, 고구마, 알밤, 달걀을 맛보는 사람들은 힘든 과정을 잘 모른다.
축제 시작 전 일주일 전부터 부녀회원들은 재료를 준비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나눠먹기 좋은 감자, 맛있는 고구마, 가장 좋은 밤, 가장 농사를 잘 지은 사람의 유기농 콩 등 관광객들에게 건강하고 맛있는 먹거리를 주겠다는 생각을 하며 좋은 재료 선정에 관심을 쏟았다.
또한 남자들은 전국을 수소문해 단단한 차돌과 좋은 황토흙을 구했다.
축제 하루 전날에는 땅을 파 아궁이를 만들고, 나무를 준비했다.
부녀회원들은 재료를 손질하고, 당일 아침에는 개봉 전 2시간 반 동안 불을 지핀 후 편백나무 잎과 대나무 잎, 쑥으로 덮어 향을 더했다.
이 과정을 축제 3일 동안 계속 하다보면 지쳐 쓰러질 정도로 몸은 고되지만 어른들에게 옛 추억을 생각나게 하고, 아이들에게 사라져 가는 우리 전통 문화를 보여준다는 자부심 하나로 계속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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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자삼굿 이어가는 힘은 주민의 화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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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면 원우마을 감자삼굿이 유명해지기까지는 앞서 얘기 했듯 장승열·문홍섭·유인길씨 등 세 사람의 힘이 컸다.
이 가운데 문홍섭 이장의 노력과 주민들의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마음이 합해져 ‘원우마을 감자삼굿’ 이 탄생하게 됐다.
여기에 문홍섭 이장의 아내인 손연호(64)부녀회장도 한 몫했다.
부산태생인 손씨는 결혼 후 남편과 서울에서 살다 2010년 귀농했다.
귀농 후 처음 농사짓느라 고생도 많았지만 자신보다는 마을일에 팔을 걷고 적극 나섰다.
현재 마을에서 두 번째로 젊은 나이지만 부녀회장으로서 마을 대소사 등 온갖 궂은일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남편 문홍섭씨의 든든한 후원자로 나서며 원우마을 감자삼굿에 힘을 보탰다.
문홍섭 마을이장은 “원우마을 주민이라는 게 자랑스럽다. 작은 마을이지만 화합하나 만큼은 전국 어느 마을에 비교해도 자신있다. 감자삼굿을 계속 이어가는 힘이 바로 여기에 있다”면서 “우리 마을이 전국에서 이사를 많이 오고 잘 사는 마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