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동읍 14개 법정리명 모두 좋아 이름 가운데 역사가 드러난다. 장구리(長久里)는 ‘오래된 마을, 오래 갈 동네’라는 뜻.
흔히 역사를 두고 ‘재미나다’, ‘지루하다’ 두 편으로 나뉜다. 이 고장 오래됐음은 조선 이전에 ‘우소저현(于召渚縣)’·‘우주현(紆州縣)’시대가 있어 ‘장구리’ 오래된 땅이다.
요즘 야산을 깎아 넓혀 공장을 지으면서 이름이 묘해졌다. ▲‘테크노밸리!’ 이 뜻 아는 사람 몇이랴? 단문해 갖갖으로 사전을 찾아보니 ‘테크노(techno)’+‘밸리(valley:고등학교 기본어)’를 합한 말.
‘테크노’는 기술·공예이고, ‘밸리’는 계곡-골짜기-유역이라는데 봉동읍민, 완주군민 모아놓고 물어보면 몇 %가 제대로 대답할까? 장구(長久)히 오래 갈 이름이라 이렇게 지었다면 할 말이 없지만 하여간 괴이하다.
이 지역 산으로 둘러싸인 계곡(골짜기)이나 물 흐르는 유역이 아니다. 혹 위의 우소‘저’(于召‘渚’)에 ‘저(渚)’가 들어 밸리(valley)라 했다면 연구 가치를 인정할 수 있으나 그랬겠나. 미국과 상대하기 74년 오래야 됐지만 꼭 영어를 써야 사느냐는 말이다.
“미국 서부 ‘실리콘밸리’를 차용한 것으로, 테크노 즉 첨단 산업들을 실리콘밸리처럼 집중해 단지화 한다.” 그래서 이 이름이라 할지 모르나 우리나라는 한국이다. 한국사람 알아듣기 쉬운 이름 없단 말인가.
외국 사람 얼른 알아듣고 돈 퍼 부으라 이랬다면 두고 볼 일이다. 이것저것 남이 쓰니 우리도 이렇게 해보는 것이라면 이 역시 기 막힌다.
장구리의 옛 역사를 좇아 ‘우주공단(紆州工團)’이라하면 차라리 더 실감날 터인데 이는 서민들 하는 말이고, 칼자루 잡은 사람 맘대로라면 더 이상 언급을 피하는 게 상책이다.
호남고속도로 ‘익산IC(요금소)’ 이 자리가 분명히 완주 땅이니 ‘완주 북IC’이어야 옳다. 1990년대까지 장구리 학생들 걸어 낙평리 완주중학교를 다녔는데, 봉서중학교가 생겨 거리가 많이 가까워졌다.
공단설립이야 좋지만 폐기물 시설이 문제이다. 촉진법 제5조에 ‘산업단지 개발 면적 50만㎡이상이고, 폐기물 발생량이 연 2만 톤을 넘는 경우 처리시설을 설치 운영해야한다.’고 돼있다.
완주테크노밸리 제2일반산업단지는 폐기물 매립장 의무설치 요건에 해당해 촉진법(제5·7조 및 시행령 제3조 1항)에 따라 취소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주민의 반대가 많자 박성일 완주군수 군청에서 “지금까지 추진돼 온 일을 중단하고, 다시금 주민 여론을 받아들이는 절차를 갖겠다.(전북도민일보)”고 밝혔다.
테크노밸리 조성으로 땅값이 올라 좋아하는 사람과 폐기장 싫어하는 주민으로 인심이 갈려 이게 걱정이다.
장구리 늘 ‘장구 치며’ 즐기는 마을 되기 바란다. 이 지역 어딘가의 땅속에서 값비싼 민속자료 남근석(男根石)이 나왔다는데 함께 찾아 살펴보고 싶다.
/이승철=칼럼니스트/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한국국학진흥원 자문위원회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