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정부가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가운데 국내에서는 일련의 경제보복조치에 맞서 소비자주권운동이 들불처럼 커지고 있다.
일본제품 불매와 일본여행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가더니, 택배노동자의 ‘배송거부’와 마트노동자들의 ‘안내거부’ 선언까지 이어졌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하겠다’는 결기어린 목소리가 커지고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한일교류 중단까지 이어지면서 국민저항은 확산일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17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일제불매운동에 참여중이거나 참여의사가 있는 성인이 66%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는 국책은행 부행장 출신의 경제전문가로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한국의 산업과 경제에 타격을 주기 위해 정밀 조준된 행동이며 사실상 ‘경제적 침략’이라고 단언한다.
특히 아베 정부는 이번 조치의 배경에 대해 ‘안보상의 이유’라고 핑계를 대고 있지만 진짜 속내는 우리나라 대법원이 강제징용자 배상판결을 내린 것이다.
지난 박근혜 정부는 강제징용자 손해배상 재판에 개입하고, 일본군 강제 성노예(위안부) 문제에 대해 이면합의까지 해주면서 일본의 입장을 들어줬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공정하게 사법부의 판단에 맡겼고 결과가 일본 전범기업에 불리하게 내려지자 이에 반발하면서 한국에 대한 경제공격을 시작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결국 일본은 과오를 반성하기는커녕 한국을 경제속국으로 만들고 새로운 군국주의를 부활시키려는 송곳니를 드러낸 것이다.
때문에 3.1만세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를 기점으로 제2의 독립운동정신으로 ‘기술적 속박’을 벗어나 ‘경제독립’을 이루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긴급 국무회의를 소집하고 “다시는 일본에지지 않을 것이다”고 발언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당정청이 머리를 맞대고 기술독립을 위한 경제적, 재정적,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고 1조원 이상의 예산을 편성해 대응하기로 한 것도 환영할 일이다.
여기에 국민들의 자발적인 일본산 불매운동이 다시 한 번 세계를 놀라는 승리를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아홉 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가문의 대표로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바라보면 기술과 경제 뿐만 아니라 청산하지 못한 일제 강점기의 잔재가 비일비재하여 가슴을 치게 한다.
‘일제 강제징용자 손해배상 판결’ 역시 그러한 잔재의 청산과정 중 하나다. 나라를 위해 모든 재산과 목숨을 바친 독립운동가 중 국가의 지원을 제대로 받는 후손은 10%에 불과하다. 어려운 경제여건으로 고등교육 이상의 교육을 받지 못한 후손이 70%나 되다보니 월 개인 소득이 200만원 미만인 후손도 75.2%에 달한다.
독립운동가 후손의 자부심 대신 가난이 대물림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끝내야 한다.
일본은 지금까지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 과정에서 체결한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개인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우겨왔다.
그러나 1965년 6월 한일기본조약을 체결한 시나 에쓰사부로 외무상은 그해 11월 19일 일본 국회에서 “협정으로 한국에 지불한 돈은 새 나라의 출발을 축하하고 경제협력을 인정하는 독립축하금‘이라고 말했고, 지난 1991년 8월 27일 야나이 순지 당시 외무성 조약국장도 일본 참의원 답변에서 ”한일청구권협정이 개인의 청구권 자체를 국내 법적인 의미에서 소멸시켰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일제 강점기 대한민국 국민 개인이 입은 피해에 대한 배상권은 살아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최근 자생적 친일부역자를 뜻하는 ‘토착왜구(土着倭寇)’라는 말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일본의 주장에 동조하는 사회지도층 인사와 일부 국내 언론을 비난하는 말로 쓰인다.
1910년 대한매일신보에 실린 ‘토왜천지(土倭天地)’라는 글에서 토왜를 ‘얼굴은 한국인이나 창자는 왜놈인 도깨비 같은 자, 나라를 좀먹고 백성을 병들게 하는 인종’으로 규정하면서 처음 등장했다.
토착왜구라는 표현이 세간에 확산되는 것도 대한민국의 독립운동은 아직 진행형이라는 반증으로 느껴진다.
제 74주년 광복절을 맞이하면서 끝나지 않은 독립운동의 제 2막이 더 크게 펼쳐질 것이다.
이번 독립운동은 감정적으로 일본을 공격하고 적으로 삼자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잔재를 청산하고 대한민국의 자존감과 경제독립을 강화하자는 이성적인 운동이다.
닥친 위기를 다시 한 번 국민의 굳센 의지로 극복하고 힘차게 도약하는 통일된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 보자.
/유희태 = 더불어민주당 한반도경제통일 특별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