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토끼몰이 하면 젊은 층에선 무슨 말인지 잘 모를 것이다. 오십년 대 후반부터 유행병처럼 번졌는데, 지역을 가리지 않고, 산을 끼고 있는 시골학교에선 전교생 400~500여 명 혹은 1000여 명이 양 팔을 벌려 에워싸고 산마루에는 미리 그물로 덫을 놓고 조용히 숨어서 있으면 된다. 사전 준비가 끝나면 곧바로 산자락 밑 학생들이 막대를 휘두르고, 목청껏 소리를 지르면서 산을 오르면 놀란 노루나 산토끼는 산마루로 도망가기 마련이고, 그물에 걸리면 때려잡는다. 땀을 비 오듯 흘리는 격한 운동이지만 잊지 못 할 신나는 하루가 되었고, 무엇보다 수업이 없으니 그날을 기다리게 된다. 선생님들은 비싼 고기를 돈 한 푼 내지 않고, 공짜로 생겨서 막걸리 파티를 벌였다. 요즘 야산에 가면 흔하게 눈에 띠던 산토끼를 찾아 볼 수가 없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야 할 토끼 똥도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다. 지인들에게 물어 보지만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라는 대답뿐이다. 아마도 50년 대 후반부터 홍위병 물결처럼 번졌던 토끼몰이로 인해 씨가 마르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가느다란 철사 줄로 올무를 놓아 토끼를 사냥했다. 당시 주위 소나무 가지를 다 망가뜨리며, 죽어있는 산토끼를 쳐드는 순간 개선장군이나 된 것처럼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잡고, 잡으면 씨가 마른다’는 것을 몰랐다. 그 시절엔 강과 실개천까지 오염 되지 않았고, 강수량이 풍부하여 물고기들이 넘쳐났고, 지금처럼 사냥총이나 그물이나 낚시도 흔하지 않아서 심각한 줄 몰랐다. 하지만 요즘은 강우량도 현저하게 줄어든 것 같다. 또 맑은 물이 흘러야 할 개천은 온갖 잡풀이 초원을 이루고, 인위적으로 군데군데 작은 보를 만들고 물을 가둬 강이라는 명맥을 이어간다. 커다랗고, 똥그란 눈과 큼직한 두 귀의 발 빠른 산토끼, 누구에게도 적이 되지 못하는 여리고 귀여운 산토끼가 보고 싶다. 우연히 TV 화면을 보다 강바닥이 훤히 보이는 고여 있는 물웅덩이나 졸졸 흐르는 얕은 강줄기에서 마을 사람들이 그물망으로 물고기들을 훑어 잡는데 고갈 된 물줄기에서 몇 마리에 불과하지만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어린 물고기들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연출인지는 모르겠지만... 잡은 물고기를 보며, 환호성을 지르고, 박수를 치며, 매운탕을 끓여 동네잔치를 벌이는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에 남는다. 농촌에서는 누구나가 농장물의 피해를 막으려면 멧돼지나 고라니를 없애야 한다고 말한다. 그에 앞서 나는 산짐승도 살 수 있도록 나눠주라고 농담처럼 흘린다. 농사를 지으며 매번 피해를 보는 농부들은 나 같은 여유로운 말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도 산에는 산짐승이 있어야 하고, 오염 되지 않은 하천에는 물고기 떼가 있어야 건강한 강산이고 우리가 살기 좋은 환경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 놓고 마실 수 있는 굽이쳐 흐르던 강줄기, 떼를 지어 놀던 물고기, 이끼 한 점 없던 진주알 같은 자갈밭, 모래찜 즐기던 은빛 모래밭, 그림 같은 옛 강산이 그리울 따름이다. /최정호=시인
최종편집: 2025-06-24 17: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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