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고래 꺼지고 문짝 떨어져나가 귀신 나올 것 같은 빈집이 시골에 많다. 더 큰 문제는 그 수가 자꾸 늘어 걱정이다.
서울 사는 아들 김장해 보낼 때, 명절에 너른 마당에 차대기 좋았으나 지금은 잡초만 무성하며 지저분한 쓰레기로 채워졌다.
‘저게 뉘 집이요?’ 물을 사람 없어 양로당에 들리니 “그까짓 껏 그 집 얘기 마시오.”, “즈 애비 에미 죽자 찾아오지 않고, 전화 한 통 없소.” 번갈아 이런 대답이다.
도시는 어떤가? 1970년대 한국은행 전주지점은 몰라도 ‘민중서관’ 다 알았다. 공부 잘 하고 못 하고 가릴 것 없이 『전과지도서』, 『자습서』 사기에 줄을 섰다. 2000년대 문 닫아 안경점이 들어섰고, 며칠 전 지나다보니 ‘빈 집’이다.
정도(定道) 1000년, 전주 아시아 문화중심도시(亞細亞文化中心都市)라 하는데 책방·서관이 사라진다. 잘 나가던 문성당, 육서점 오간데 없는지 오래며, 흔하던 헌책방도 폭 줄었다. 책 안 읽어 서점 없어지는 게다.
물 없으면 고기 씨 마르는 이치로 전주 이래서 걱정. 거리마다 임대·매매 써 붙인 빈 집이 열 채 건너 하나 꼴은 되나보다. 농촌에서 농사짓고, 도시서 장사하면 먹고 살았는데 4거리 번듯한 가게가 텅텅 비었고, 여기저기 빈자리 왜 이리도 많다더냐.
시골 학교 교실, 도시 공원, 쉼터도 비어있다. 학교 합하거나 없애자면 교원이 울고, 그냥 두자니 물 먹는 하마 격 드는 돈이 걱정이다. 200여 가지 혜택을 누린다는 국회의원, 학교에 대한 공약 입 밖에 내지 못한다.
은행 대기실이 휑하고 전주 중앙-남부-모래내-고산장도 한산하다. 사람 득실거리는 곳은 오직 종합병원. 검사·치료 마치고 줄서야 비용 정산 가능하다.
예식장 전과 다르고 시내버스 거의 빈차로 다닌다. 빈주머니 대졸 생 장가 어떻게 들겠나?
곡식 심던 산골의 전답은 잡초만 무성해 멧돼지 세상이다. 멧돼지 보다 더 고약한 게 저돌(猪突)적인 사람이다. ‘초가에 웃음소리, 와가(瓦家:기와집)에 통곡 소리’라더니 드높은 빌딩 비어있어 세금이 두렵다.
인공지능(AI)에 밀려 주유소엔 사람 없고, 서울행 차표도 기계가 토해낸다. 고속버스 터미널 옆 빈 택시 에어컨만 돌리며 서있다. 국회의원 귀향보고회 자리도 비어있다. 재실 서원 명륜당이 공허하다. 이 세상 빈자리 채워 줄 사람 누구며 그런 정책 나오려나?
만경강 맑은 물 이용해보려는 속맘도 비어있다. 인구 통계표 펼치기가 두렵다. 크로버(토끼)가 잔디밭을 뒤덮듯이 우리나라 백의민족 이 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 보았다.
전엔 곡마단(曲馬團)·난장에 사람 모였는데, 지금은 이런 모습 흑백 사진 속에서나 볼 수 있다. 어느 우체국은 한나절 근무란다. 다만 부족한 건 시내 주차 공간… 무슨 재주로 푸나! 또한 잦은 폐업은?
/이승철=칼럼니스트/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한국국학진흥원 자문위원회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