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전북 떠나는 청년 약 1만여 인 안팎. 특히 20대 타지로 빠져나가는 비율 가장 높아 대책 마련 시급(2019. 6. 3. 전북일보)”.
이 기사 본 도민마다 참담함에 고개 숙였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말 잘 못하면 손가락질 당하고, 실언이라도 꾸중 들어 마땅하다.
누군가가 “전북 이 판국이니 당신도 떠나렵니까?” 이렇게 물으면 난 “밀어내도 떠나지 않으리다.” 질문자는 이 영감 왜 이다지도 단호할까! 물끄러미 바라볼 것이다. 원인은 이웃 때문이다. 덕진구 전북혁신도시 ‘가온마을’은 집값보다 인심 값이 비싼 동네이다.
2019년 5월 31일 오후 농군 아니나 장화에 밀짚모자 허름한 옷차림으로 지나다 풀 몇 포기를 베니 “어르신 잠깐만요” 3분 이내에 달려와 흙 묻은 손에 종이봉투를 들려준다.
뭐냐 확인도 없이 집에 와 열어보니 △주는 사람 이름도 △왜 이걸 준다는 설명도 없다. △내용인즉 대담 기사.
3월 초 여식이 신문을 갖다 줘 알았으며, 이를 관계자에게 보이러 들고나가 현장에서 챙기니 간 데가 없어 하도 맹랑해 서울 본사에 주문하니 품절이라 하고, 전주지사는 연락이 아니 돼 포기한지 오래인데, 아! 이게 웬일인가? 구하려던 ‘본문’만도 고마울 터인데 패(牌)에 새겼다(24×30cm).
옛날 과거 합격자가 받은 홍패(紅牌)·백패(白牌)를 뛰어 넘는 명예요 진귀품이다. 늙은이 혼자 죽어 냄새 풍기는 세상인데 가온마을에선 이웃이라는 인연 하나로 판패(板牌)를 주다니! 가온마을 가가호호 대주·주부 교회서 말하는 천사요, 절에서 이야기하는 부처이다.
가온마을 앞 너른 엽순공원에 버드나무-못-정자가 있어 속이 시원하고, 특히 초·중·고교 품(品)자 형으로 가까워 12년 동창생 많을 교육환경 1번지이다. 서울 안국동, 회현동, 사직동을 안다. 동네마다 독특한 매력이 있는데 전북혁신도시 ‘가온마을’은 순수한 우리말 이름이다.
한문 시구에 마침 “높은 산 천 그루 나무 ‘뜨뜻한’ 바람 불어대고(千林畏‘佳溫’風動:천림외‘가온’풍동)”, “‘빚은 술’ 살며시 잔 질하니 쪽처럼 푸르구나(細斟‘家醞’綠如藍:세짐‘가온’녹여람)”. 여기 나오는 ‘뜨뜻한 바람’, ‘집에서 빚은 술’ 즐기는 사람 살기 썩 좋은 마을이다.
천막치고 고기 굽는 동네가 혁신도시 ‘가온마을’이다. 이런 곳을 두고 어디로 가랴? 여기가 자녀 기를 『신택리지(新擇里志)』 집선촌(集善村)이다. 울타리 담벼락 없어도 부끄러울 게 없으며, 택배 보내고 받기 편하니 요순세계 무릉도원 아닌가.
보은(報恩)방도 무얼까 새벽 잠 일찍 깨어 이리 둥글 저리 둥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이게 고민이다. 틀못 4길 가온마을 주민은 ‘비지 사러 갔다 두부 사올’ 사람들이다. 손님을 위하여… 혹자 친 4촌 모르는 세상에 ‘이웃 4촌’ 많은 마을이 여기다.
/이승철=칼럼니스트/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한국국학진흥원 자문위원회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