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적선(積善)해야 남향집 짓고 산다.’했으며, 떠도는 신세 ‘동가숙(東家宿)·서가식(西家食)’. 죽으면 ‘북망산(北邙山)에 간다.’고 보았다.
우리민족과 군민은 이처럼 방향성과 시간관념이 뚜렷해 성 쌓으면 동서남북 문을 냈고, 궁궐에 동궁(東宮) 두었으며, 향교·사우(祠宇/사당)에 동재(東齋)-서재(西齋), 동무(東廡)-서무(西廡)가 있다.
삼문(三門)에서 동문은 들어서고, 서문은 나오는 문이다. 사당 동묘(東廟:관우 사당), 정자 망북정(望北亭)을 들어보았다. 땅 끝 남극-북극 알았고, 북극성 북두칠성으로 절기까지 훤했다.
『동국통감(東國通鑑)』,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 『서유기(西遊記)』, 『동방견문록(東方見聞錄)』, 『서방견문록(西方見聞錄)』을 통해 세상 알고 살았다. 지리상 서역(西域)은 멀고 아득한 곳으로 인식했으며, 근동(近東), 중동(中東), 극동(極東), 동남아시아는 거리나 방향으로 구분하는 지칭이다.
동이족(東夷族)·해동성국 나쁜 이름 아니다. 혼례 후 동상례(東床禮), 지리·기상학에서 ‘동고서저(東高西低)’ 자주 들어 익숙한 말이며, 동해-서해-남해, 남한-북한이나 호남(湖南)-호서(湖西), 영동(嶺東)-영서(嶺西)-영남(嶺南), 관동(關東)-관서(關西)-관북(關北), 북악산 남한산성(南漢山城)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양반은 동반(東班/문:文)-사반(西班/무:武)이요. 당파에 동인-서인-남인-북인이 뒤엉켰었고, 아들 이름 ‘동(東)’자는 맏아들에게 붙였다.
우리 완주 인문지리(人文地理)를 살펴볼 때 ▲운주-동상-경천-화산-비봉-고산 6개면은 ‘고산현 지역’, ▲이서-구이-상관-소양-용진-봉동-삼례 7개 읍·면은 옛 ‘전주부 지역’이다.
△고산현시대 동면-서면-남면-북면과, 때로는 북하면, 운동면, 운서면, 운북면, 동상면, 동하면이 있었다. △전주부 쪽에 옛 우동(紆東)-우서(紆西)-우북(紆北)면이나, 지금 이서면(伊西面)이 들었다.
화산면에 미남(彌南)-미서(彌西), 봉동에 서두(西豆)-봉서(鳳西), 용진에 서계(西溪)-서방산(西方山), 소양에 서초-동양초등학교, 상관에 남관(南關), 고산의 동봉(東峰)-서봉(西峰)-남봉(南峰), 삼례동초등학교 쉬 알 수 있다.
나이 들어 시내 4거리에서 몸 한 바퀴 돌고 동서남북 자기 온 쪽 가물거리면 병원 가야한다. 학교에서 선생님 심심하면 학생 교실 한 복판에 세우고 동서남북 4방향을 물어보라. 아마 80%는 모를 것이다.
동쪽에서 해 돋고 서산으로 해지니 시간 방향 인식이 쉬웠다. 이리하여 ‘천방지축(天方地軸)’이란 말을 썼는데 ‘어리석은 사람 종(종작)없이 덤벙거림’, “매우 급해 ‘방향’ 분별하지 못하고 함부로 날뜀”을 뜻하는 말로 좋은 어감 아니다.
그러기에 집안 살림이나 정치 행정을 하며 천방자축, 마이동풍, 동문서답, 이 소리 들으면 인격 문제요, 참모, 집사, 친지, 아내 책임이 크다. ‘이서(伊西)’는 전주에서 저기 서쪽이란 뜻이다.
/이승철=칼럼니스트/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한국국학진흥원 자문위원회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