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알처럼 뱃속까지 드러나는 강바닥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상 진열대이었고
여울목 밟다가 미끄러지면서
까르르 웃음참지 못하던 고산천
마라톤 즐기다 지쳐 수영장 되었고
잠시 눈 붙이려다 잠들어 버렸네
모래찜 즐기든 은빛 모래밭
발바닥 간질이던 진주알 자갈밭
밤하늘 별 따려고 아파트로 이사가 버렸고
밀밭 헤치던 장끼와 까투리
아슬아슬 숨바꼭질
색동저고리 번쩍번쩍 꼬리 흔들던 불거지
수초 사이 얼굴 감추던 각시붕어
어느 별로 이사 갔나
갈대밭 헤치며 엉금엉금 기어가는 물줄기
군데군데 그물 쳐 놓은 물막이 보 품 안에
옴짝달싹 못하는 포로가 되었고
붕어와 미꾸리 텃밭 되어
허기진 떠돌이 들오리 떼
정착하지 못하는 방랑자 해오라기
컵라면 끓여주는 편의점 되었네
■최정호(76)씨는 완주 용진출신으로, 지난 2015년 5월 월간문학세계 시를 통해 등단한 이후, 월간 수필문학에도 등단, 시인 뿐 아니라 수필 작가로도 인정받는 등 장르를 뛰어넘는 필력을 선보였다.
시인으로, 수필가로, 신아문예대학 문예창작과 수업 등 활발한 작품 활동과 피나는 노력으로 그는 월간 문학세계 시조 부문 대상, 세계문학상 수필부문 대상, 하늘문학 시 부문 대상 등을 휩쓸며, 문단계를 놀라게 했다.
시집으로 ‘노을꽃’, ‘언덕에 오르면’, 수필집으로 ‘외딴 오르막’ 등의 작품이 있으며, 현재 봉동초등학교 35회 동창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