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어른들의 인생 목표는 ‘부귀 다남’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앞의 ‘부귀(富貴)’를 위해선 온갖 기를 다 써서 달려드는데 그런 장면 쉬 볼 수 있는 곳이 국회 인사청문회 장면이다.
장관 후보자 갑부 아닌 사람 없으며, 그 자리(전에 판서)에 앉으려고 국회의원 송곳 질문에도 온갖 변명 끄떡하지 않는다.
그런데 뒤의 ‘다남(多男)’에 대해선 집안에서도 말 잘못하면 ‘넋 나간’사람 소리 듣는다. 전에는 ‘태어나는 애들 다 저 먹을 것 가지고 나온다.’며 출생 자체를 경건하게 여겨 번성하는 집안(성씨) 족보는 여러 권이었으며, 수를 더 내세우기 위해 『대동보(大同譜)』까지 만들어 수만 명 씨족을 자랑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간신히 이어 나오는 집안은 겨우 『가승(家乘)』 한 권 정도이면 초라하게 보였다. 집안 번성을 위해 명당을 찾았고, 혼인할 땐 엉덩이 큰 규수(여자)를 고르며 ‘부귀’보다는 ‘다남’을 더 선호했다.
그런데 지금은 왜 애 낳기를 피하나. 우로풍상(雨露風霜) 기상변화가 있듯이 저출산 그 원인이야 여러 가지로 조사돼 국민 모르는 바 아니나 교육도 문제이다.
지방교육을 맡은 부서를 ‘교육청(敎育廳)’이라 하더니 근래 ‘지원(支援)’ 두 글자를 보탰음은 시의에 맞는 착안이다. 실제 교육은 학교현장에서 이뤄지니 돕는(지원) 곳임을 제대로 깨달은 것이다.
‘교육청시대’의 수장은 교육감(敎育監). 여기 ‘감(監)’은 좋은 어감이 아니라서 어른이란 뜻의 ‘장(長)’으로 바꾸고 다듬어, 이제는 시군마다 이라 부른다.
이렇게 신경을 써서 ‘교육백년대계’를 다져나가지만 학부모 입장에서 보면 학교교육이나 교육지원 상태가 맘에 썩 차지 않고 믿음도 적단다.
단적인 예가 학원(學園)에서 ‘학원(學院)’ 보내기이다. 학원 보내면 많은 사교육비가 드는데 자녀 여럿인 경우 감당하기 어려워 애당초 애를 적게 낳고, 겁 많은 총각·처녀는 아예 혼인 자체를 걷어치운다. 이들 앞에서 다녀(多女)다남(多男) 소리했다간 제 정신 아니라(치매)는 소리 듣기 쉽다.
‘교육지원청’이 ‘지원’해줘도 이 지경, 교실 인원 줄여주어도 저 지경이니 교육장, 장학관, 장학사, 교장, 교원들 고민이야 많겠지만 정신 바싹 차려야한다. 학교에서 무료학용품, 공밥에 냉·온방시설을 갖췄고 시골 학교에는 통학용 자동차까지 있는데 학력미달 학생이 있다니 심히 걱정이다.
학부모나 선배의 말귀를 못 알아듣는 공무원 있기나 하나. 교원을 무시해도 아니 되지만 학생 학부모가 왜 ‘우리 선생님! 우리 장학사님!’ 소리 하지 않을까.
산적하는 과외공부 비용 무거운 그 짐을 더는 나라 어서 되기 바란다. 부부 부지런히 벌어도 ‘애들 사교육비를 당해낼 수 없다’는 탄식이 왜 나오나 교육지원청 고민하기 바란다. 선행학습이 문제라면 어서 고쳐야 하지. 개 대신 사람을 기르자. 오늘부터 가정의 달이다.
/이승철=칼럼니스트/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한국국학진흥원 자문위원회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