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조선소 가동중단과 GM군산공장 폐쇄로 심각한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는 전북에 최근 GM군산공장이 새 주인을 찾았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자동차부품업체로 구성된 ‘MS그룹 컨소시엄’이 한국지엠(GM)과 군산공장 매각과 관련한 주요 거래조건 합의서를 체결하고 6월말까지 본 계약을 체결하기로 한 것.
MS그룹 컨소시엄의 군산공장 인수는 ‘광주형 일자리’처럼 반값 임금지급 등이 아닌 미래 신산업분야에 대한 중견기업의 ‘투자촉진형’이라는 점에서 더욱 환영할만하다.
전북경제의 심각한 위기를 초래한 근본적 원인은 전북의 산업구조가 특정 제조업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의 ‘전북산업구조 개편방안’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전북경제는 식료품, 자동차 및 트레일러 등 5개 제조업이 전체 고용사업체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해당 업종이 침체되면 고용절벽 등 심각한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조선업과 자동차산업의 불황으로 불어 닥친 전북경제의 위기를 가까스로 회복한다 하더라도 근본적인 산업구조를 바꾸지 못하면 전북의 경제위기는 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속가능한 전북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과거와 같이 제조업 대기업만 목을 맬 일이 아니다. 미래신산업을 중심으로 연관성 있는 분야에서 혁신역량이 뛰어난 기업을 육성해서 ‘장수기업’과 ‘강소기업’으로 키워야 한다.
경제선진국을 보면 오래 장수하는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초일류기업 못지않게 국가경제를 튼튼하게 밑받침하고 있다.
일본 컨설팅기관 ‘100년경영연구기구’에 따르면 일본 내 창업 1000년 이상 기업 21개사를 포함해 창업 100년 이상 기업은 2만5321개사로 세계 1위다.
미국(1만1735개사)과 독일(7632개사)을 비롯해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이들 장수기업들은 눈앞의 이익이나 단기적 시장 상황에 영합하지 않고 기업의 영속성을 우선으로 하여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을 한다.
안정적으로 경제와 기술의 발전을 도모하고 고용의 안정성을 보장함으로써 글로벌 경쟁에 노출된 대기업들의 부침이 경제에 미치는 불안전성을 보완한다.
실제 이탈리아의 2006년 통계에 따르면 250인 미만의 중소기업이 전체기업 수의 99%를 차지하며 국내총생산(GDP)의 72.4%를 차지한다.
이탈리아 강소기업은 노사관계안정, 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 지역별 산업 클러스터 형성 등 소규모 경영의 이점을 바탕으로 오랜 역사적 경험과 기술력을 축적하면서 장수하고 있다.
독일은 세계시장 경쟁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인 히든챔피언(Hidden Champion)을 육성하여 세계경재의 위기 속에서도 높은 성장률과 낮은 실업률을 기록했고 70% 이상이 지방 중소도시에 소재하여, 지역경제와 고용을 견인하고 있다.
미국에서 금융 위기 이후 일자리를 책임진 것도 ‘미들 마켓 컴퍼니(middle market company)’라고 불리는 중간 규모의 기업들이었다.
우리나라는 100년 이상 된 장수기업이 두산, 신한은행, 동화약품, 우리은행, 몽고식품, 광장, 보진재, 성창기업지주, KR모터스, 경방 등 10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강소기업을 육성하고 장수기업으로 다지기위해 지자체의 노력은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부산시는 유망 중소기업을 선정해 5년간 지원하는 ‘강소기업 성장사다리 육성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도 2016년부터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사업’을 통해 혁신성과 성장잠재력을 갖춘 유망 기업을 발굴해 세계시장에서 경쟁 가능한 히든 챔피언으로 육성중이다.
대구, 대전시 등도 관계기관과 MOU를 체결하며 지역의 강소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전북도에서도 중소벤처기업부 지원을 받아 강소기업 선정과 지원에 나섰다.
전북은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아낼 분명한 명분이 있고 지역산업 재편의 요구가 분명한 만큼 차별화된 정책을 세우고 정치력을 집중해 명문 강소기업을 키우는 일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
전북지역 중소기업을 장수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현상과 수치를 보는데 그치지 말고 기술과 미래가치를 평가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단계별 지원프로그램을 만들어 글로벌 히든 챔피언의 고향으로 전북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또 기업이 경쟁력을 높이는 독보적 기술력을 갖을 수 있도록 지역대학과 맞춤형 R&D를 원활히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면 좋겠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미래지향적 기술보유 유망 중소기업의 유치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100년을 넘는 장수기업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으로 전북의 산업구조가 재편될 때 전북은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의 메카로 우뚝 설 것이다.
/유희태=더불어민주당 한반도경제통일 특별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