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버들잎 활짝 피었다. 예전 같으면 제비, 종달새 소리도 따를 터인데 사람들이 싫어서냐? 양옥 추녀 못 마땅해서냐? 고운 자태 보기 어렵고, 구정물 모아 겨 먹이던 돼지막 시골에 없으며, 재행(再行) 온 새신랑 달고 술잔 돌리던 사랑방 문화도 사라졌다. 집집마다 손님 줄었으며, 온다 해도 당일치기로 자고가려 하지 않는다. 숫제 남의 집 손 노릇 가기 좋아하는 이 드물고, 손님 왈칵 반기는 집안 귀하다. 초가지붕 골 져 썩은새 물 떨어지면 멀리서도 ‘저 집안 기우는구나.’ 쉬 알아차려 걱정했는데, 지금 시골마다 이게 문제 아니라 아예 마당과 토방(뜰팡)에 풀 나고 문짝 떨어져 나간 빈집 보기 어렵지 않다. 좋은 논에 태양열 집열판이 들어선다. 화산면 와룡리 가양마을 1등 농부 김순탁 씨가 1960년대 혼인하자마자 ‘식구 늘었으니 호박 구덩이 하나라도 더 파야 한다.’며 냇둑에 나갔고, 애를 낳자 남의 논 빌어 농사하더니, 2019년 새해 들어 급격히 힘이 부치다며 ‘일 더 하지 못하겠다.’고 자기 논도 내 놓았다. 이런 현상 개인 문제가 아니라 한국 농업 농촌의 말로로 보인다. 6·25 전쟁이 끝나고 교실 모자라 마당 구석 나무그늘 아래서 가르치며 배우고, 2부제 오전반 오후반 수업했으며, 처마 밑을 송판으로 막아 책상 들여놓고 가르쳤는데, 지금은 양옥 2층 교실마다 텅텅 비었으니 무슨 재간으로 폐교를 막는단 말이냐. “성리학에서 ‘이(理)’는 우주를 움직이는 기본원리, ‘기(氣)’는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적 단위다” 이런 이론 배울 사람이나 가르칠 교원 보기 어려워질 날 오겠다는 안타까운 예측이 척척 맞아든다. “요즘이라고 다를까. 사람 속에서 산다는 건 언제나 마음속에 이는 ‘거센 풍랑를 이겨내는 일’이다.” 교장의 이런 훈화도 막혀버린다. 교원들 회식 자리에서 “뛰어난 인재일수록 사람 미치게 하는 행동을 하는 편이다. (리더라면) 이런 걸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미국 MIT대학 로버트 오스틴, 리처드 놀란 교수 말)”, “아! 그런데 뛰어난 인재 아닌데도 사람을 미치게 하는 이가 있으니, 미치고 팔짝 뛸 수밖에!(중앙일보:이코노미스트/ ‘감정 아닌 이성적 화를 내라’ 인용)” 고상한 이런 대화 자리가 귀해진다. 구이저수지 한 바퀴 도는데 세 시간. 산 좋고 물 맑으며 길이 편한데 함께 나설 이웃사촌 몇이더냐. ‘대중 속 고독’ 이 문제를 정치인도 석학들도 해결할 묘수가 없단다. 대학 졸업생이 목구멍 풀칠할 걱정을 하니 이게 재앙이다. 새로운 정책으로 살 구멍을 좀 터보려 하면, 이리 틀고 저리 꼬는 사람이 있어 국민 화병나기 십상이다. 젓가락 장단에 맞춰 부르던 주막집 옛 노래가 그립구나. ‘홍도야 우지마라. 오빠가 있다∼∼??’ 소득 격차, 인구 감소, 느는 빚 막을 장사 누구뇨! 국회의원 연설하는 시골 모습 본지 오래이다. 할 말이 없나? 저마다 ‘수축 사회’ 공부가 시급하다. /이승철=칼럼니스트/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한국국학진흥원 자문위원회 운영위원
최종편집: 2025-06-24 13:3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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