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군 비봉면의 한 주민이 수 천만원 대 경로당 부지를 마을에 기증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비봉면 봉산리에 사는 문창주(71)어르신. 그는 최근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시가 5천여만원을 호가하는 토지 100평을 봉산리 마을 주민들을 위해 흔쾌히 내놓았다.
요즘 시골이나 도시 할 것 없이 인심이 메마르고, 더욱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대에 살다보니 ‘내 호주머니 챙기기’도 녹록치 않다.
그런데도 마을을 위해 평생 피땀 흘려 번 돈으로 마련한 자식과도 같은 토지를 기꺼이 기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에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사실 경로당 부지 기증은 5년 전부터 그의 계획에 포함돼 있었다.
인근 마을들은 경로당이 있어 어르신들이 함께 모여서 식사도 하고, 이야기꽃도 피우는데, 정작 자신의 마을만 없어 마음이 늘 불편했다는 것.
마침내 지난 해 이장에게 ‘경로당 부지를 기증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최근 측량까지 마쳐,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단다.
경로당 부지 기증뿐 아니다. 문씨는 그동안 마을 주민들에게 많은 선행을 베풀어 귀감이 되고 있다.
실제 그는 전기가 고장 나고, 세탁기가 돌아가지 않거나, 수돗물이 안 나오면 제일 먼저 달려가 무상으로 수리해주는 ‘해결사’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러니 마을 주민들이 문씨를 ‘없어서는 안 될 귀한 존재’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것도 당연하다.
군산 개정이 고향인 그는 2남 3녀 중 첫 째로 태어나 초등학교(당시 초등학교) 4학년 때 부친을 따라 서울로 이사했다.
어릴 때부터 기계를 만지고, 고치는 등 손재주가 좋아 박정희 대통령 시절 기능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또한 공장을 운영하면서, 아이디어로 만든 제품으로 상도 다수 수상하고, 수출도 해서 제법 돈도 많이 벌었다.
뿐만 아니라 국내 굴지의 기업 삼성에도 납품할 정도로 한 때 잘나가는 사장님이었다.
그가 완주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2007년, 비봉면사무소에 들렀다가 한 주민의 소개로 이곳에 터를 잡고 산지 올해로 12년째다.
이곳에 살면서 좋은 주민, 이웃들을 만나 행복한 생활을 했지만, 위암수술을 하고, 막내아들이 장애를 겪는 등 말 못할 아픔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원망보다는 늘 감사하며 살고 있다고 기자를 오히려 위로했다.
아내 김보현씨와 일·병기·상철 등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3형제와 손주들이 건강하고, 남한테 피해주지 않고,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밝힌 문창주씨.
‘정말 대단한 일을 했다’고 칭찬하는 기자의 말에 돌아온 그의 대답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주변사람들은 대단한 일을 했다고 하는데 나는 크게 자랑스럽게 내세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참 부끄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