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주면 산북리에 도립공원 대둔산이 있다. 산북은 산 많은 전라도 북동쪽 끝 마을로 독특한 지역이다. 초등학교도 문 닫았고 산과 물을 빼놓으면 기억에서 멀어지기 쉬운 고장이다. 험한 산세에 숲만 우거지고 전답은 적으며 17번국도가 지나는 정도의 골짜기이다. 옥계동 물 하나만은 맑아 풍류객이 모여들었으며, 2000년대 여름철이면 충청도를 비롯해 여러 골 사람들이 들이닥쳐 진을 치자 장사 속에 밝은 사람들이 냇가에 평상을 놓고 음식 장사를 시작해 재미를 보던 산골이었으나, 음식 값이 비싸다는 소문과 손님 수준이 차차 바뀌면서 해마다 찾는 이가 줄어든다. 등(燈)자 들은 천등산(天燈山) 꼭대기에 명당이 있다 해서 묘가 많고, 당시 어른들이야 성묘를 잘 다녔지만 노인들은 가고 젊은이의 발길이 줄어 명당 어디 있느냐는 소리가 나온다. 대둔산 ‘용문(龍門)골’에는 전설과 임진왜란의 역사가 그득하다. 케이블카를 타는 재미도 좋지만, 걷는 경우라면 주차장 입구에서 배재 쪽 길로 100m쯤 거리에 용문골 안내판이 있다. 이 길을 따라 오르면 대둔산 진미가 여기에 다 있다. ▲넙적 바위는 임란(1592) 당시 부상자가 누웠던 자리요 ▲우뚝한 바위덩이는 아우 바위, 형 바위는 당마당 배바위[舟岩:주암]란다. 운제현 배(裴)서방이 사다리를 타고 구름 위에 올라앉아 두둥실 떠가 금산 땅에 내리니 배가 고파 풀뿌리를 캐 먹었는데 이게 바로 인삼! 힘을 얻은 청년이 배재를 넘어 용문골에 이르러 잠깐 쉬는 사이에 살짝 잠이 들었다. “여보시오, 힘깨나 쓰겠는데 이 돌을 당마당에 옮겨놓으면 사위 삼으리다.”, “지게가 없습니다.”, “지게야 저기 있소.”, “그럼 한 번 혀 볼까유.” 돌을 번쩍 들어 지게에 얹고 벌떡 일어나 당마당 건너에 부려놓은 것이 지금 ‘배바위’란다. ▲노적봉은 언제나 아름답고 ▲용의 큰 입이며 ▲벌린 양다리 사이에서 세차게 내뿜는 처녀폭포. 남자들이 이 물을 맞으면 만사형통하고, 여자는 갱년기 없이 지낼 수가 있어 부부 금실에 최고란다. ▲성터와 장수 지휘소며 임진 음력 7월 ‘용의 깃발’과 ‘수기(帥旗)’가 휘날리던 곳이다. 이런 일을 잘 아는 금산출신 유진산(柳珍山:1905∼1974)은 일정시대 고약한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배재를 자주 넘어와 ‘옥계동’에서 즐기다 산골이 좋아 자기 호를 옥계(玉溪)라고 했단다. 면 이름은 ‘구름 위 봉우리가 마치 섬으로 보여’ 운주(雲洲)면이다. 맑은 물 좋은 풍광 이대로만 지켜진다면 감탄사가 절로 나올 터인데 찾는 사람이 줄어든다니 이게 걱정이다. 은하수 새길이 사람을 부른다. 비싼 숙박비가 대둔산을 멀게 한다. 잠을 자야 장사 되고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 힘을 모아 산북을 지켜나가자. 주민들이 삭삭 해야 손님 모여들어 돈 벌린다. /이승철=칼럼니스트/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한국국학진흥원 자문위원회 운영위원
최종편집: 2025-06-24 13: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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