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리(隱下里)! 글자 그대로라면 ‘아래에 숨다’이나 세 가지 생각이 드는데 ▲첫째, 고려 삼은(三隱) 즉 목은(牧隱)-포은(圃隱)-야은(冶隱) 선생이 떠오른다. △목은(牧隱) 이색(李穡1328∼1396)은 한산 이씨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1337년∼1392년)는 영일 정씨 △야은(冶隱) 길재(吉再:1353∼1419)는 해평 길씨이다. 목은은 숨어 짐승이나 치겠다는 뜻, 포은은 숨어서 밭갈이나 하겠다는 뜻, 야은은 숨어서 대장간이나 차리겠다는 뜻인데, 은하리는 이런 충신·학자·절신이 살만한 고장이란 의미를 지녔다. ▲둘째, 학수천년 불식사어(鶴壽千年 不食死魚:학 천년 살아도 죽은 고기 먹지 않음)이라했다. 봉실산(鳳實山·鳳室山)에 학림사(鶴林寺)가 있으니, 은하리와 아주 잘 어울리는 절 이름이다. 봉실산이라 했으니 봉황은 어떤가? ‘만 리를 날아도 오동나무 아니면 쉬지 않는다(鳳飛萬里不休非梧:봉비만리불휴비오)’고 했다. 은하리는 봉(鳳)과 학(鶴)을 안고 산다. 이중환 『택리지(擇里志)』에서 사람 살기 좋은 곳 중 두 번째가 봉동이라 했는데, 봉동에서 첫째가 은하리라는 말이 된다. ▲셋째, 근대 인물 이러니저러니 해도 윤건중(尹建重) 선생을 빼놓을 수 없다. 제1공화국 이승만 대통령이 전주 남노송동 셋방살이를 불러 농림부장관을 시켰다. 전북대학교에서 강의도 했고, 농기구공장을 차린 실업인이다. 봉동 주민이 다 아는 봉상산업조합을 열어 생강 농사로 민족자본을 일으킨 선구자이다. 독일 유학 경제학을 전공한 학자이다. 올해가 상해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당시 독립자금 일만원을 보내고 경찰이 뒤를 밟자 상해로 건너가 구국운동을 했다. 전주서문교회에서 김인전 목사와 신앙생활을 함께 했으며, 그때 신랑은 양복, 신부는 드레스를 입고 신식혼례식을 한 선도자이기도 하다. 근대 인물로는 류영렬(코아루) 전 완주군의회의원. 봉서초교 11회, 완주중학교 17회, 전주신흥고 18회 졸업생, 전주시청·전북도청 근무, 내무부 지방세제국 집무, 부안군 부군수 겸 군수 권한대행, 전라북도 의회운영 전문위원을 했다. 호가 우림(愚林) 조용히 기다리며 산다. 전엔 부군수가 승진해 군수 되면 성주(城主) 소리 들었는데 지금은 지방자치제로 부시장·부군수는 그냥 도태(?)되는데 한국 관계의 맹점으로 보인다. 아! 능력으로 봐 애석한 일이다. 이병우(李炳雨)씨가 안내한 생강 굴이 훌륭하고 강연하기 좋은 시설이 많으며, 교통이 편리한 공업지대가 가까워 이제 숨어 지낼 은하리가 아니라 으뜸도시 완주의 단꿈이 익어가는 고장으로 추동 추수경 장군 묘를 둘러 본 이마다 이래서 훌륭한 자손 나와야 한다고들 한마디씩 한다. 이수성 전 국무총리가 비문을 지었다. /이승철=칼럼니스트/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한국국학진흥원 자문위원회 운영위원
최종편집: 2025-06-24 13:4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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