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행사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식순 중 하나는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이다.
순국선열에 대한 의미는 어느 정도 알면서도 순국선열의 날이 언제인지 알고 있는 국민은 의외로 많지 않다.
순국선열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 먼저 돌아가신 열사를 가리킨다.
순국선열의 날은 일본의 조선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서 맞서 국권 회복을 위해 항거하고, 헌신한 독립운동 유공자들 가운데 일신(一身)과 목숨을 잃은 순국선열(殉國先烈)의 숭고한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후세에 길이 전하고, 이들의 얼과 위훈을 기리기 위한 법정 기념일이다.
지난 1997년 5월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해 매년 11월 17일을 순국선열의 날로 지정됐다.
지금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가족을 돌볼 여유도, 재산을 모을 겨를도 없이 독립운동자금으로 사용하고, 목숨을 아끼지 않은 채 풍찬노숙(風餐露宿)하며, 나라를 지켜 주신 독립 운동가들은 우리에겐 소중한 광복을 선물해주셨지만 가족들에게 ‘가난’이라는 멍에를 물려줬다.
“친일을 하면 삼대가 흥하고, 항일을 하면 삼대가 망한다”라는 말이 있듯, 독립 운동가 후손들과 친일파 후손들 간의 차이는 너무도 극명하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독립유공자 후손 중 직업이 없는 사람이 무려 60%가 넘고 있으며, 고정 수입이 있는 봉급생활자는 10%를 조금 넘는다고 한다.
안중근 의사께서 순국하신지도 한 세기가 지났다. 자신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동생인 안공근님은 김 구 선생님의 오른팔 역할을 하시다가 행방불명되고, 그 자녀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행방이 묘연하다.
우리는 과연 조국이 어려움을 겪을 때 분연히 일어 날 수 있을까?
과거 독립운동의 대가를 어떻게 치르는지 지켜본 우리 중에 그런 용기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부진했던 부분을 직시하고, 이해한다면 지금의 독립후손에 대한 관심과 사랑, 명예를 드높이는 개선은 미래의 나라와 민족을 보존하기 위한 예방법이 되는 셈이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인 필자는 ‘일문 구 의사(한 가문에서 9명의 독립운동가가 배출되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선양사업회’ 이사장으로 많은 보훈 가족들을 대하게 됐다.
현재 9가족 중 4가족이 멸문지화가 돼 버렸고, 5가족만이 연락이 돼 순국선열의 날인 11월 17일, 이웃과 안타까운 삶을 호소하는 보훈가족들이 함께 추모 행사를 거행하고 있는데, 국가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이 매우 중요하다고 사료된다.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추념사를 통해 “국가유공자의 진정한 예우는 국가유공자와 유족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그 분들의 삶이 젊은 세대의 마음속에 진심으로 전해져야 한다”면서 “우리 후손들이 선대들의 나라를 위한 헌신을 기억하고, 애국자와 의인의 삶에 존경심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이상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빈곤’의 대물림을 이어받지 않고, 독립운동 유공자의 후손으로서 자부심과 당당한 꿈을 펼칠 수 있기를 소망하며, 아울러 이제는 성장과 경쟁도 중요하지만 민족의 정기를 살리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유희태=민들레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