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藥)하면 ‘쓰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만, 당의정(糖衣錠)이 있어 다 쓴 건 아니다. 약포(藥鋪), 약방(藥房), 약국(藥局) 모두 약을 파는 곳인데 지금은 일반적으로 약국이 많으며, 운영자는 교사(敎師), 목사(牧師), 의사(醫師)처럼 ‘스승 사(師)’자 존칭으로 불러주어 최고 직업이 약사(藥師)이다. ▲환자 진단은 의사가 하고 처방전까지 들려 보내며 ▲약은 제약회사에서 첨단기술로 만들어 ‘써 줘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점포에 갖다 주면 ▲열 펄펄 몸 골골 아쉬운 환자들이 자기 발로 찾아들어, 증상에 따라 심사숙고해 약을 골라 건네주는데 ▲값 깎아 달라는 사람 없고 ▲돈은 현금이나 의료공단에서 척척 들어온다. ▲가게는 병원 곁에 10∼17㎡ 정도 공간이면 훌륭하고 ▲많은 종업원이 필요 없으며, 오는 손님에게 박카스나 요쿠르트 하나씩을 쥐어주는 마음 씀씀이와 상냥함이 있다면 단골이 늘어난다. ▲정년 없이 누구나 ‘선생님!’이라 높여주니 아들 딸 혼인길이 훤하고 ▲바깥나들이야 별로 하지 않지만 고급승용차는 거의 가지고 있다. 전주시내 약국 상호에 유독 ‘종로(鐘路)’가 많고, 모래내·안행교 근처에는 병원·약국이 즐비하다. 70넘어 약 많이 먹는 노인일수록 이 근처에 사는 게 편안할 수 있다. 다만 약 욕심을 버려야 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약을 갈아 네모 진 종이에 싸 주어 무슨 약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한 때 고산읍내 ○○약방, ○약방, ○○○약방은 부르는 게 값이라 돈을 쓸어 모았다. 삼례 ○○○약사는 국회의원에 여러 차례 출마했다. 가난한 사람은 아프지 않는 게 돈 버는 일이다. ‘사후에 약방문(藥房文)’이란 속담까지 있고, 약이라고 다 좋은 건 아니어 독약(毒藥) 극약(劇藥)이 있는데, 약 광고엔 좋다는 말은 깨알 같이 많으나 부작용에 대한 주의 사항은 적은 편이다. ‘쥐약 살 돈이 없어 사는 중’이라는 이 말은 가난한 자들의 자탄이었다. ‘약석지언(藥石之言:사람 훈계하여 나쁜 점을 고치게 하는 말)’ 이 말을 목사도, 스님도, 자녀들도 듣기 싫어하고, 약 뭉떵뭉떵 사들고 다니는 환자도 귀 기울이지 않으며, 교사가 학생들을 제대로 이끌지 못해도 속수무책이니 이는 사회의 큰 병통이다. 몸에 든 중병이야 의사와 약사에게 의지하면 해결이 되지만 사회의 고질병은 어느 인물이 나서서 고치려나. 병 주고 약 주는 사람이 없어야 바른 사회이다. ‘발암물질 논란, 고혈압 약’ 재처방을 받아야…”무료로 가능” 이런 기사로 세상이 시끄러워도 약사만은 아무런 탈이 없다. 혹 약사들이 뭉쳐서 1930년 대 일본 경찰들을 벌벌 떨게 한 삼례 출신 를 만든다면 너도나도 함께할 돈 있는 사람이 몰려들 것이다. /이승철(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칼럼니스트 완주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장 (esc2691@naver.com)
최종편집: 2025-06-24 13: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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