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이 죽었고 ▲바다 양식장 고기가 삶아졌으며 ▲독일에서는 강바닥이 드러나 불발탄이 뒹굴다. ▲북유럽에선 만년설이 녹아 산 높이가 2위로 내려앉았고 ▲한국 온열병으로 사람이 죽어가며 ▲아침 이슬도 말랐다. 이 더위 모르는 사람 없다.
송광사 부처 몸에서 땀났다는 소리는 들었으나 ‘나무가 땀 흘리는 건’ 처음 봤다. 2018년 8월 10일 전북혁신도시 안전로 온빛초등학교 동편 언덕 가로수 여러 그루가 땀을 흘리고 나무 아래 길바닥이 젖어있다. 잎을 만지니 손바닥에 물기가 묻는다. 생물학적 설명은 어려워 본대로만 소개한다.
기상이변 이대로라면 지구 종말이 오는 게 아닌지. 우로풍상(雨露風霜)이 고루면 그 이상 더 좋을 일이 없으나 인력으론 한계가 있다.
△조선 태종대왕은 애틋한 ‘태종우(太宗雨)’ 설화를 남겼다. △논산시 구자곡면 시묘리 이화원은 가뭄이 들자 밤마다 마을 샘물을 길어다 벼논에 주어 추수기를 맞았고, 지주는 도조(賭租)를 잡으러 와 보니 남의 논바닥 벼는 타죽었는데, 유독 자기 땅에만 벼가 누렇다. 사유를 묻고 그 논을 소작인에게 그냥 주어버렸다.
마을 사람들이 감동해 물어보니 지주 대답 “경자유전(耕者有田)입니다.”라며 돌아갔다. 기다리던 아버지가 “소작료 어느 정도를 잡고 왔느냐”고 묻자, 아들은 “소작료 이야기는 다음에 드리겠습니다. 그 논 소작인에게 거저 주었습니다.” 아버지가 자초지종을 다 듣고 나서 “아주 잘했다. 우리 재산 몇 대는 더 내려가겠다.”며 칭찬을 했다.
아들은 일본 동경제국대학을 다니는데 마침 추수기를 맞아 현장감을 높이도록 보냈던 것이다. 아버지는 껄껄껄 웃으며 즐거워했다. 이 논 이름이 ‘경자답(耕者畓)’이다. 사람은 다 갔고 ‘경자답’은 비를 기다린다.
△틀못 4길에 가온마을이 있다. 아직 집을 짓지 않은 빈터에 파, 들깨, 고구마, 오이, 호박, 당근, 고추, 부추 몇 포기씩을 심고 가뭄이 들자 설거지 하고나온 물을 갖다 주는 80대 노부부는 북청 물장수 꼴이지만, 꼬이는 농작물의 갈증을 자기 목마름으로 여기는 맘씨가 우리네 농심(農心)이다.
△화산면 와룡리 안동김씨는 물과 잘 사귀어 부자 마을을 이루었다. 평소 냇가에 나가 논을 치고, 물을 대기 위해 보를 막다 고기가 잡히면 반찬이 좋아지고, 좋은 걸 먹으니 힘이 솟아나며, 힘이 세니 부부간에 화락하여 집집마다 여러 자녀. 번족한 당내간에 단합이 잘 되고 인심 후(厚)하게 쓰니 좋은 혼처가 자꾸 나와 들어오는 여인마다 현명한 선순환으로 문화가 바뀌어 언제나 앞서가는 부락이었다.
△111년만의 가뭄과 더위에도 대접 받지 못하는 물이 4대강 물이다. 사람, 자연, 하늘을 얕보는 사회는 착한 사람이 더 고생을 한다.
완주군내를 흐르는 만경강 물은 그냥 흘러 보내기가 너무나 아깝다. 물 사랑 제 값 높일 사람이 언제 어디서 나오려나!
물 광복, 4대강 광복을 기다려 본다. 돈 가뭄 누가 해결해 주려나. 가뭄더위에 소나기도 지역차별을 하나? 돈아! 비야! 사람들 다 돌겠다.
/이승철(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칼럼니스트(esc2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