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진읍(龍進邑)은 완주군 3읍 10면 가운데 하나로 ①상삼리(上三里) ②구억리(九億里) ③상운리(上雲里) ④용흥리(龍興里) ⑤간중리(澗中里) ⑥운곡리(雲谷里) ⑦신지리(新池里) 등 법정 7개리가 있다.
아마 ‘7개리 면(面)’이 ‘읍(邑)’으로 승격되기는 대한민국에서 처음 있는 일. 군청(郡廳)이 이사한 덕택이다. 이래서 ‘법(法)’과 ‘능력’이 무섭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 “군청 있는 곳이 어떻게 ‘면’일 수 있느냐? 다른 데처럼 ‘읍으로 승격하라.’” 이게 통했고, 이럴 수 있는 법이 있기 때문이다.
절차를 밟아 2015년 10월 1일 42년 면 시대를 마치고 용진읍이 되었으나 읍 승격으로 금방 달라진 건 별로 없다. 원래 이 란(欄)은 가급적 ‘완주 이야기’를 많이 쓰는 곳이므로 용진읍 신지리(新池里)를 살펴본다.
신지리에는 ▲양전 ▲신지동 ▲용복 ▲가목 ▲‘순지리(蓴池里)’가 있어 오늘은 ‘순지리’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 ‘순(蓴)’자가 어려워 흔히 아래를 보고 ‘전’이라 읽는 사람이 흔하다. ‘순(蓴)’은 『옥편』에 ‘순나물 순’이라 했고 ‘△물속에서 혹은 △진흙 가운데 자란다.’는 설명이다. 식물학자에 물어보아야 할 정도로 어렵다.
‘순(蓴)’자를 자칫 잘못 보거나 쓰면 ‘박(蒪:굵은양하 박)’과 혼돈하기 쉽다. ‘박(蒪)’은 생강뿌리처럼 ‘구근류(球根類)’를 가리킨다.
용진읍은 원래 ‘물 수(水,氵)’자 지명이 많은 읍(면)이라고 몇 차례 말한 바 있다. 그런데 만경강 상류 물 가까운 마을(동네)이나 논농사에 냇물 한 모금 쓰지 못하는 마을이다.
이러기에 못[池:지]이 필요하였고 자꾸 만들다 보니 늘어나며, 늘어나는 것일수록 ‘새 것’이기에 ‘신지리(新池里)’이다.
순지리는 ‘나물’과 ‘못’ 동네로 산이 가깝다. 마을 야산에 묘가 많고 1970년대 초 천안전씨 산소에서 추사 김정희 글씨 비석을 본 기억이 난다. 이 마을에는 국민체육센터 실내수영장이 있다.
앞대산 터널이 있어 마을 찾기가 쉽다. 완주로(完州路) 직선 공사 때 자연환경 보호단체와 당국 사이의 서로 다른 생각이 조정되고서야 터널이 만들어졌다.
드론 기술이 좋으니 다리를 포함해 빙빙 도는 길의 사진을 찍어 완주 소개 책자에 넣었으면 한다.
지금은 순지리 물-길-산-동네 모두가 다 좋아 땅값이 비싸지만 다리 놓지 전엔 ‘거저 줘도 살지 않는다.’던 동네였다.
면사무소가 멀고 농업용수는 귀하며, 봉동 장기리(場基里)를 가는 경우 봉동교를 거쳐야 했고, 가깝게 가려면 만경강 깊은 물을 건너야하니 경우에 따라선 목숨 거는 일이었다. 이리하여 ‘순진한 사람만이 사는 동네가 순지리’라 자위하던 동네이었다.
지명 따라 나물을 개발해 ‘순지리 특유의 로컬푸드’를 만들어내야 한다. 꼴찌가 1등하는 경우는 많다.
마을 뒤편 깊은 골짜기를 따라 오르면 희한한 시설들이 더러 있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이승철(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칼럼니스트(esc2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