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를 나온 재사 안 모 씨가 사법시험 1차 고시에는 합격하나, 2차에서 떨어지기 여러 차례… 결국 공부에 지처 마음을 접고 공무원이 되어 고산면사무소에 부임했다. 읍내리에 와보니 전주고등학교 동문 고철곤 인성병원장이 있고, 연세대 출신 가시학 이대식이 반긴다. 신부와도 친해지며 젊은이의 친교 술자리가 잦자 그 모습이 면민 눈에 자주 뜨이고 더러 직장 동료들의 입줄에도 오르내렸다. 공교롭게도 지서에서 숙직부실 등의 보고를 상급기관에 올려 안 모 씨가 주의 경고를 받았다. 이리저리 서운한 맘을 지니고 지내는데 어느 날 지서 앞을 지나다보니 마침 보초가 졸고 있어, 총을 들고 집에 와 당시 주문○ 전주지검장 비서인 친구 김재○ 외 엄○희, 육병○, 김태○ 등 전주고등학교 동창생들을 집에 불러놓고 “총을 주워서 불법소지 중이니 보안과장이 와 찾아가라”고 전화했다. 관계자가 와 보니 모두 쟁쟁한 사람들이라 방문자 입장이 난처했다. 안 모씨는 “치안본부에 직접 알릴 일이나 인정상 연락했노라”며 반응을 살핀다. 보안과장이 깜짝 놀라며 “제 선에서 잘 처리할 테니 기회를 달라”고 한다. 안 모씨는 못 이기는 척 “총이야 넘겨주지만 조건이 있다”며 “지서장과 당사자에게 불이익을 절대 주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란다. 보안과장은 감사하기 그지없다. 문제는 이런 선에서 좋게 마무리되어 모두 멋지다는 소리를 들었으나 일할 의욕이 떨어져 곧 사직하고 서울에 가 ‘손해사정사’가 됐다. 삼풍백화점이 폭삭 내려앉은 사건을 맡아 198억원 큰돈을 벌었고, 대구지하철 화재사건, 인천 씨랜드 사정도 수월하게 해낸 사업가가 되었다. ‘가재는 산골에 사나 잉어야 살지 못한다.’는 속담대로 고산을 떠났다. 전쟁 끝나고 혼란했던 시절 우정 넘친 청년들의 이야기로 전 전라북도 산림과장 이국순의 증언이다. 1960년대 객지 교원들은 방학 중 숙직에 어려움이 많았다. 고산초등학교 이일수 전 교장은 이런 직원들의 숙직을 대신해 줬다. “그 너그러움 어디서 오느냐” 물으면 “애들 많은 좁은 관사보다 숙직실 잠자리가 훨씬 편하다.”는 대답이었다. 세종대왕은 집현전에서 졸고 있는 신하에게 곤룡포를 벗어 덮어 주셨다던가? 직장 부하들은 “머리 좋고 부지런한 상사보다, 머리 좋고 게으른 분 받들기가 훨씬 낫다”고 한다. 가장 나쁜 상사는 “머리 나쁘고 게으른 사람”. 중국 『한비자 세난편』에 ‘여도지죄(餘桃之罪)’란 말이 있다. “먹다 남은 복숭아를 준 죄라는 뜻으로, ‘사랑받을 때는 묵인’이 되나, 그 사람 마음이 식어 바뀌면 도리어 ‘화가 되는 경우’를 말한다. 젊은이의 의리, 인정, 사회분위기가 엿보이는 60여 년 전의 배려, 관대, 관용이 넘쳐나던 시절의 완주 군민의 미담 가화인데 이름 밝히기를 꺼리며 하는 말이 ‘아. 그 놈의 술…!’ 어제부터 가정의 달이다. /이승철(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칼럼니스트(esc2691@naver.com)
최종편집: 2025-06-24 13: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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