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군 봉동읍 낙평리(낙평신기길 25-19. T. 263-0527)에 소재한 (사)한국장애인부모회 완주군지부(회장 유영희, 이하 완주군장애인부모회). 단체이름에서 알 수 있듯 장애자녀들을 둔 부모들로 구성됐다. 지난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완주군장애인부모회를 10년째 이끌어 가고 있는 유영희 회장을 만나 그간의 활동과 애로사항, 앞으로의 계획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 완주군장애인부모회에 대해 소개해 주신다면 ▷ 지난 2008년 2월에 창립됐구요. 처음에는 복지관 사무실을 쓰다가 작년 6월 이곳에 사무실을 마련했습니다. 현재 완주군에 사는 장애자녀들 둔 부모 73명의 회원들이 활동 중이고요. 후원회비나 회비를 모아 사무실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 장애자녀들이 한 사회인으로서 보통의 삶을 누릴 수 있는 복지사회를 만들기 위해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고 있는데요. 그동안 부모교육, 자녀 성교육, 가족 캠프를 비롯해 제빵, 두부, 한지, 도자기 체험 등을 실시했고, 정기적으로 부모대회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모여서 우리 부모회가 무엇을 할 것인지, 우리 아이들과 주말에는 무슨 프로그램을 할 것인지, 그리고 주간보호 만들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다양하게 논의합니다. ■ 10년 동안 회장을 맡으셨는데 ▷ 아이를 케어하면서 회장을 맡는다는 게 쉽지 않았죠. 남편도 처음에는 ‘우리 아이나 신경써라’면서 활동하는 것에 대해 반대가 심했어요. 정말 힘들어서 자리를 내려놓으려고도 했죠. 그런데 활동하다보니 많은 정보를 얻게 되고, 무엇보다 혼자서 얘기하면 들어주지 않는데 단체 이름을 갖고 이야기하니 들어주더라고요. ■ 이끌어가는데 어려움은 ▷ 대부분 처음에는 부모회 가입을 꺼려하고 관심도 안보였어요. 자기 자녀는 아직 어리고 치료실 다니고 노력하다보면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는데, 졸업할 되면 혼자서는 어렵고 힘들기 때문에 결국 부모회에 가입해서 함께 공유하고 활동을 합니다. 전에는 엄마들만 가입했는데 요즘은 아빠들도 회원에 많이 가입하고 있어요. 오히려 아빠들의 참여율이 높아지고 있죠. ■ 변화라고 한다면 ▷ 회원중 자녀가 지체이면서 시각인데 처음 태어났을 때만 해도 가망이 없다고 했는데 포기하지 않고 치료실을 데리고 다니는 등 헌신적으로 끊임없이 노력해서 지금은 걸어다녀요. 저는 그때 기적을 봤어요. 시간이 걸릴 뿐이지 안 되는 것은 없더라고요. 그리고 진심은 반드시 통한다는 것을 느꼈어요. 저도 부모회를 하다보니 부모님들과 오해 아닌 오해를 많이 했죠. 그런데 처음 회원 가입을 꺼려했던 분들이 제가 10년동안 끊임없이 활동을 이어가다보니 저를 믿어주시더라고요. 이제는 두터운 신뢰가 생겼어요. 그것이 가장 큰 변화죠. ■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이 가장 힘든 점은 ▷ 장애자녀를 둔 엄마들은 “내가 우리 아이들보다 하루만 늦게 죽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해요. 저도 처음에는 그 말이 너무 싫었죠. 하지만 현실에 직면하다보면 저도 같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비장애 아이들도 어린이집에서 폭행당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더 그럴까? 최근에는 타 단체 지부장님한테 문자를 받았는데 주간보호에서 선생님이 아이들한테 ‘니가 병신이니까 부모도 병신인 것 같다’고 인권을 짓밟는 말을 했다는 겁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단체였어요. 만약에 내가 없다고 하면 우리 아이는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다녔을 겁니다. 주간보호의 경우 중증장애자녀 부모들이 자녀가 인권을 유린당해 행정기관에 진정서를 내려 해도 혹시나 당신의 자녀가 갈 곳이 없어질 것을 걱정해 모르는 척 그냥 넘어갑니다. 주간보호에서 나오면 다시 부모가 케어를 해야되니까요. ■ 보람도 있었을텐데요. ▷ 회장을 내려놓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지만 정말 열심히 활동하는 부모들을 보면서 저 자신을 뒤돌아보게 되고 에너지를 얻어 이렇게 10년을 끌어오게 된 것 같아요. 제가 아예 활동마저 안했더라면 제 아이를 케어하는데 있어서 내 아이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부모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그 점에서 저를 많이 성장시킨 것 같아요. 또 10년동안 회장 맡으면서 장애인에 관한 모임은 거의 다 참석하고, 교류를 했기 때문에 우리 완주군장애인부모회의 인지도도 많이 올라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적극적으로 활동하다보니 전에는 사업비만 지원해 줬는데, 지금은 사업비와 직원인건비도 지원해 주고, 개소식때 오셔서 에어콘도 선물해 주신 것 같아요. 감사하죠. 10년을 했지만 획기적으로 변화를 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껴 대학원도 다니고 있어요. 어떻게든 도움이 돼야하는데 아직 잘 모르겠어요. ■ 회장님 자녀들에 대해 이야기 좀 ▷ 딸 둘을 키우고 있어요. 큰애 주은이는 22살인데 6살 때 대학병원서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았어요. 작은애 승은(18세)이가 언니 데리고 치료실 가느라 고생많았죠. 한번도 불평불만 없어 기특하고, 미안해요. 주은이는 봉서초에서 6학년까지 다녔는데, 친구들이 많이 도움을 줬어요. 6학년때 우리 딸 반 아이가 ‘이모! 주은이가 꼭 봉서초에 다녀야돼요?’ 물었어요. 너무 힘들어 하는 것 같다는 거였죠. 저는 우리 아이가 공부가 아니더라도 일반 아이들과 어울리며 사회성도 길러주기 위해 보냈는데, 생각해보니 제 욕심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우리 아이와 수준이 맞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편하게 다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구나!’ 판단해서 특수학교로 보내기로 했어요. ■ 학교생활은 어땠나요? ▷ 일반학교에 다니면 다른 친구들은 상도 받고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자기도 하고 싶은데 안 되잖아요. 그런데 특수학교에 가니 아이들에게 맞춰 상도 만들어주니 자존감도 향상되고, 일반학교에 비해 아이가 심리적으로 상처를 덜 받고, 잘 적응 하더라고요. ■ 자녀 키우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 특별한 것은 아닌데 봉서초 다닐때 전북푸른학교 시설에 계신 어른들을 초대했는데, 우리 아이도 장애인인데 할머니 옆에 가서 뭐라고 얘기를 하는데 할머니께서 ‘고마워’라고 우리 아이에게 이야기하는 거예요. 우리 아이도 직업적으로 꼭 돈을 벌어서가 아니어도 누군가에게 기쁨을 줄 수 있겠구나 그런생각을 하면서 희망을 가졌어요. ■ 바람이 있다면 ▷ 장애인가족지원센터나 주간보호센터가 완주군에도 빨리 생겼으면 좋겠어요. 타 지역의 경우 장애인부모회에서 센터를 운영하는데, 사실 주간보호가 필요한 이유는 학령기 졸업 후 아이들이 갈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나 빈사무실을 알아보고 있는데 경제적으로 어렵다보니 쉽지 않네요. 군에서 지원이 어렵다면 우선 엄마들끼리 힘을 모아서 운영을 해볼 생각입니다. 현재 논의하고 있어요.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완주군에 학령기 장애아 부모님들이 많이 계시는데, 혼자가 아니고 함께 할 때 더 클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엄마 혼자서 하면 10밖에 안되는데 여럿이 하면 100, 1000, 아니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부모가 노력했을 때 아이의 미래도 바뀐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부모의 인생만 생각했으면 무릎꿇고 빌 이유가 없죠. 내 아이를 위해서 무릎을 꿇고 비는 거잖아요. 그런 것을 봤을 때 우리도 할 수 있다. 남의 일이 아니라 ‘내일’이라는 것을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최종편집: 2025-08-11 01: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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