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동읍 상구미 마을 이장 김종년(56)씨. 89가구가 모여 사는 상구미 마을 주민들의 심부름을 도맡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봉동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 총무로 활동하고 있다. 지역사랑봉사단, 연탄나눔 회원이라는 명함도 갖고 있다. 모두 ‘봉사’와 관련된 단체다. 농사지으랴, 이장일 하랴, 힘들 법도 한데 오히려 ‘즐겁다’며 반문하는 김종년 이장님을 만났다. ■ 결혼 그리고 직장생활 김종년 이장의 고향은 상구미 마을. 평범한 농부의 1남 4녀 중 넷째로 태어났다. 누나와 여동생 틈바구니에서 유일한 아들로 외롭게 자랐단다. 남들과 똑같이 학창시절을 보내고, 23살이라는 조금은 이른 나이에 소개로 만난 지금의 아내 문명숙(58)씨와 결혼을 하게 된다. 결혼 후, 군산의 한 제지공장에서 잠시 일하다 25살에 BYC 전주공장에 입사, 5년 동안 생산현장에서 열심히 땀 흘렸다. 당시 노동운동이 한창이던 80년대 중반, 홀대·멸시 받던 섬유 노동자들의 근로 여건 개선을 위해 섬유노조원으로 활동했고, 섬유노조 전북본부장이라는 자리에까지 오르게 됐다. ■ 외식업 운영 직장생활하면서 아껴 써 조금씩 모은 돈으로 2005년도에 전주 서신동에 중화요리집을 차렸다. 주방장도 두고, 낮에는 직접 배달도 하는 등 의욕적으로 사업을 펼쳤지만, 돈이 모아지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되레 현상유지도 힘들만큼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국 2년 만에 문을 닫았다. 18년 넘게 노조활동하다 보니 집안, 자녀 돌볼 틈 없어 가족들에게 미안했고, 설상가상 자신 있게 시작한 음식점까지 망하니 가장으로서 면목이 없었다. “솔직히 체면이 구겨질 대로 구겨지고 고개를 들 수 없었지만 아내는 구박 대신 ‘괜찮다’고 오히려 격려했어요.” ■ 이장이 되다 몸도 마음도 지친 그는 농사지으며 평범하게 살기로 마음먹고 2009년 집으로 돌아왔다. “들어와 살다보니 마을에 뭔가 변화를 주고 싶다는 생각에 이장을 맡아 봉사하기로 결심했어요.” 올해로 이장 6년째. 이장으로서 마을뿐 아니라 봉동 관내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 하다 보니 자연스레 마음 따뜻한 사람들과도 인연을 맺어 지역사랑봉사단과 연탄나눔 회원이라는 보람있는 명함도 얻게 됐다. 무엇보다 봉동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 총무를 맡게 되면서 봉사와 나눔을 통해 삶의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게 돼 행복하다고 말한다. 참고로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사회보장사업에 관한 중요사항과 지역사회보장계획을 심의·의결 및 평가하고, 복지, 보건, 고용, 주거, 교육, 문화, 환경 등 지역의 사회보장서비스의 연계·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민·관 협력기구다. 한마디로 주민과 행정기관이 함께 관내 어려운 이웃들을 발굴하고 돕기 위한 조직으로 봐도 무방할 듯싶다. ■ 봉사활동의 계기 그가 봉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시절. 당시 친누나가 일하던 재활원을 방문하면서부터다. “재활원에 들락날락 했는데, 뇌성·소아마비 장애아이들 하고 함께 뒹굴고, 대화하다 보니 친숙해 지고, 자연스런 일상이 됐죠.” 고등학교 졸업 후에도 그의 재활원 방문은 계속됐고, “언젠가 아이들, 어르신, 장애인을 돌봐주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단다. ■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활동 지사협 활동하며 잊혀 지지 않고, 가슴에 남아있는 기억들도 많다. 집 안에 막사를 지어 개와 함께 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요양원에 보낸 뒤,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 이웃과 단절하며 홀로 사는 아흔 한 살 어르신 등 가슴 먹먹해 지는 현장을 수 없이 경험한다. 때문에 그는 지사협 총무 직함을 쉽게 내려놓을 수 없다. “마음을 열지 않다가 계속 방문해서 ‘어르신 뭘 도와드릴까요?’ 물어보니 수도를 고쳐달라고 해서 수리해주고, 풀약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는 거리를 두는데 저하고는 대화를 하니 그나마 다행이죠.” 현재 그 어르신은 주간보호센터에 나갈 정도로 이전과는 달라져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 잊지 못할 바자회 지난 달 24일 봉동읍행정복지센터 앞 광장에서 봉동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주관, 관내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생강골 이웃사랑 나눔 일일바자회’를 성황리에 개최됐다. 주민들과 관내 봉사단체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2500장이 넘는 티켓이 판매됐고, 바자회를 통해 얻은 수익금으로 반찬나눔사업, 주거환경개선사업, 장학금 사업 등 관내 소외계층에 골고루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사실 바자회는 지난해에 기획됐다. “어디다 손 벌리지 말고 우리 지사협 스스로 힘으로 바자회를 열어보자고 뜻을 모았어요.” 바자회를 열기 전 한 달 반을 거의 매일 봉동읍사무소를 방문해 맞춤형복지팀과 회의를 하다 보니 주민 가운데 김종년 이장을 ‘봉동읍 공무원’으로 착각하는 재미있는 일도 있었단다. “봉동읍이 생긴 이래 처음 바자회를 열었어요. 준비하는 과정은 너무도 힘들었지만 성공적으로 끝났으니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죠.” 바자회를 마치고 최충식 읍장과 악수를 하는 데 그간의 힘든 준비과정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와르르 쏟아졌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살짝 공개했다. ■ 가족… 아쉬움 김종년 이장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녀 셋이 있다. 이름은 큰 아들 수영(32)씨, 둘째 희은(30)양, 막내 수한(29)군. 2남 1녀다. 노조활동과 사업을 핑계로 아내와 자녀들에게 소홀히 했던 일들이 후회로 남기에 지금은 자주 모여 식사를 하곤 한다. 자녀들이 모이면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말이 있다. “누구를 불편하게 하는 일, 해를 끼치는 일을 절대 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큰 욕심 갖기보다 평범하지만 편안한 가정을 이루라고 말합니다.” ■ 꿈 그리고 계획 “봉동읍지사협을 완주에서, 전라북도에서 최고로 만드는 게 목표이자 꿈입니다.” 자신의 꿈은 없다. 아니 일찍 버렸다. ‘이웃이 행복하면 곧 내 꿈을 이룬거나 다름없다’고 말하는 김종년 이장. ‘내가 먹을 것이 없어도 상대방이 못 먹는 걸 절대 못 본다’는 그의 이웃을 위한 따뜻한 마음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남들에게는 시간을 쪼개고 큰 마음을 먹어야 가능한 ‘봉사’지만, 그에게는 일상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김종년 이장의 발길은 봉동읍행정복지센터로 향한다. 가슴 벅찬 감동과 긍정의 에너지를 받은 그와의 즐거운 인터뷰. ‘덧붙이고 싶은 한마디’를 끝으로 마무리한다. “내 아내 영숙씨! 평소 표현은 안 해도 늘 마음속으로 사랑합니다!.”
최종편집: 2025-08-11 01: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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