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3회째 맞은 ‘완주군과 함께하는 개(開)꿈 콘서트’가 지난 10일 완주군청 문예회관에서 지역 청소년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개꿈콘서트는 청소년 스스로가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진로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는 자리. 완주군인재육성재단(이사장 박성일 완주군수)이 주관한 올해 ‘개(開)꿈 콘서트’에는 김성강·임소정(완주고 2), 김화영(한별고 1), 박인혁(세인고 2), 김하늘(완주중 2) 등 5명의 또래연사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지금까지의 노력을 진솔하게 들려줬다. 앞서 완주군은 올 봄부터 완주고, 상관중 등 군내 7개 학교를 순회하며, ‘찾아가는 콘서트’를 진행했으며, 9월에는 오디션을 통해 완주군을 대표하는 또래연사 5명을 최종 선발했다. 그리고 이날 5명의 또래연사가 차례로 나와 각자의 꿈을 이야기 했다. 임소정은 ‘보여줄게’, 김하늘은 ‘꿈이 꼭 하나여야 해요?’, 박인혁은 ‘걱정 말고 시도’, 김성강은 ‘어른들로부터 내 꿈 사수하기’라는 주제의 강연을 각각 펼쳤다. 끝으로 김화영은 ‘너만의 오늘을 살아’라는 주제로, 남들의 시선이 아닌 나에게 집중하는 법을 소개,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강연을 모두 마친 결과, 한별고 김화영이 으뜸상을, 김성강·임소정이 스피치상, 박인혁 스토리상, 김하늘이 감동상을 받으며, 2017 개꿈콘서트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으뜸상을 수상한 한별고 김화영 학생이 개꿈 콘서트에서 또래 청소년들에게 들려줬던 이야기를 요약 정리했다. ========================== ‘너만의 오늘을 살아!’ -------------------------- 나는 진짜 약간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 긍정적인 성격을 가졌다. 시험을 잘 못 봤을 때는“시험을 잘 못 봐도 다음에 잘 보면 되지~” 하고 넘기고, 수업시간 기분이 좋을 때 애들과 눈이 마주치면 윙크를 하는 밝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나도 얼마전까지 속으로는 긍정적이지 못하고, 밝지 못한 아이였다. 고등학교 1학년인 나는 3월 달에 선생님으로 부터 “너는 다른 다문화 가정아이들과 달리 밝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나는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났다. 옛날 얘기를 잠깐 하자면 조금 눈물이 날 수도 있는데, 우리 집은 휴대폰 요금이 밀려 2~3달 정도 사용을 못했을 정도로 잘 살지 못했다. 엄마가 필리핀 분, 아빠랑 둘 다 맞벌이를 하다 보니 내게 조언을 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때문에 내 꿈을 어떻게 찾아서 어디 학교를 갈지 나 혼자 고민을 많이 했고, ‘나는 왜 이런 집에서 태어났을까’라는 원망도 많이 했다. 그때 나는 지금과는 완전 반대로 남들의 눈치를 매우 많이 봤다. 그 이유는 앞에서 말했듯이 우리 집이 잘 못 살았고, 한 학년에 한반 밖에 없어 1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쭉 같은 반 아이들과 생활을 하는 정말 작은 학교에 다녔고, 삼례보다 훨씬 더 작은 시골에 살았기 때문이다. 2학년 때로 기억한다. 남자 애들이 나를 막 놀렸다. ‘이야~ 필리핀 사람이다’라며. 또 피부가 까맣다보니 ‘아프리까 띵까띵까’ 라고 부르며 나를 놀렸다. 이 일이 있은 뒤로부터 남들의 눈치를 많이 봤다. 그래서 옷 하나라도 입을 때도 ‘이렇게 입고가면 얘들이 뭐라고 생각할까?’라는 생각을 했고, 친구들이 놀러가자고 할 때도 안가면 친구들이 싫어할까봐 매일 함께 놀러갔다. 그러다보니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살았다. 그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해서 매일 엄마에게 옷 사 달라고 하고, 친구들과 놀려고 주말마다 엄마한테 돈 달라고 하고 그랬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주말마다 돈을 달라고 하니 엄마가 힘들어하며 엄청 우는 모습을 봤다. 비가 오는 날 저녁에 우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엄마는 여기가 고향이 아니고, 필리핀 분이시다 보니 돈도 잘 못 벌고 그래서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스트레스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도 나는 엄마한테 주말마다 “엄마, 나 돈 좀 줘” 라고 했으니, 엄마가 짜증나기도 하고 서럽기도 해서 우신 것 같다. 그날 나는 울면서 엄마한테 “엄마,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돈 달라고 안 할게” 라고 말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이것이 남들 눈치를 안 볼 수 있는 좋은 해결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변화하게 된 시기는 중학교 3학년 때다. 다들 고등학교를 어디로 갈지 고민하는데, 나는 중학교 때 공부를 안 하고 매일 놀고 수업시간에 자고 했으니 성적이 나빠서 주변에 있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갈 수 없었다. 심지어 꿈조차 없었다. 그 고민을 하던 시기가 시험 기간이었다. 어느 날 시험공부를 하는데 ‘검은색은 글씨요, 하얀색은 바탕’이라는 말처럼 공부가 안됐다. 문득 ‘나는 어떤 사람이지?’ 라는 생각이 들어 연습장을 꺼냈다. 내가 생각하는 나에 대해 마인드맵으로 가운데에 ‘김화영’ 내 이름을 적어 놓고 ‘내 성격은 밝다’, ‘내 성격은 미친년 같다’라는 생각들로 시작해서 ‘나는 시험을 잘 보나 마나 항상 밝았었지!’, ‘밝기는 하지만 사실 나는 나에 대한 자신감은 없구나’ 라는 것들을 알아내기 시작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내 인생에서 자리에 오래 앉아있었던 시간은 컴퓨터 앞에서 게임을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그런데 이 마인드맵을 쓰면서 인생에서 두 번째로 오래 자리에 앉아 있었던 거였다. 한 시간 반 정도 마인드맵을 써 내려가다 문득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그 때 이후로 최종적인 나의 꿈은 군인이 됐다. 방금 전 내가 말했듯이 엄마한테 매일 옷 사 달라고 하고, 주말마다 친구들과 놀러가도, 남들의 눈치를 피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후로 나는 남의 눈치를 볼 시간에 ‘나를 더 완벽한 사람으로 가꾸자’라는 생각으로 나에 대해 하나라도 더 알려고 노력했다. 또 중학교 때 하지 않은 공부를 겨울방학 때 매일 도서관에 나가서 책을 보며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됐다. 그 때 친구들에게 사진을 보내 “나 지금 도서관임 ㅋㅋㅋ” 라고 메시지를 보내면 친구는 “지금 시험기간도 아닌데 왜 도서관임? 너 뭐 잘못 먹음? ㅋㅋㅋㅋㅋ” 라며 믿지 못한 반응을 보였다. 나는 ‘너와 같이 놀지도 않고 나중에 꼭 성공할 거야!’ 라는 생각 하나로 버텼다. 공부만 열심히 하게 된 게 아니라, 성격도 많이 바뀌게 됐다. 식당에 가서도 “저기요” 라는 말을, 남들 눈치 보느라 작게 불렀는데, 지금은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당당하게 큰 목소리로 주문한다. 물론 혼자서 식당에 가서 밥을 먹을 수도 있고, 친구들 앞에서 모델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도 찍을 수 있는 당당한 사람이 되었다. 내가 생각할 때 남의 눈치를 보는 이유는 자기 자신의 마음가짐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보면 이상하겠지’, ‘남들이 보면 욕 하겠지’라는 생각을 버리고, ‘남들이 보면 어때. 내가 괜찮으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바꿔 생각하면 저절로 자신이 생각했던 걱정들과 남들의 시선으로 인해 하지 못 했던 행동들이 사라지면서 점점 자신에 대해 알게 될거라 믿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신감도 붙고, 나에 대한 믿음이 점점 커질 것이다. 내가 지금 여러분 앞에 서 있는 것도 나에 대한 믿음이 있고, ‘나는 정말 멋지게 사람들에게 얘기를 들려줄 수 있어’ 라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또 남들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 나의 이야기를 통해서 “여러분, 남들 눈치 볼 시간에 자신을 하나라도 더 알려고 노력해보세요” 라는 말을 꼭 우리 청소년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남들의 시선에 맞춰 살게 되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제한돼 내가 할 수 있는 것조차 남들 눈치 보느라 못할 수 도 있다는 것이다. 그 동안 남들 눈치 보느라 힘든 분이 계시다면 이제 그 부담감을 덜어내고 ‘남이 보면 뭐 어때! 저 사람이 나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니잖아?” 라는 생각을 갖고, 멋진 인생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이런 나의 이야기가 위축돼 살아가는 친구들과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최종편집: 2025-08-11 01: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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