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군 이서면 이문리(이문길 775-6)에 위치한 새빛농장. 문을 열고 들어가니 길고 넓게 뻗은 2천여평의 고추밭이 한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잘 여문 오이고추가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려 수확을 기다리고 있었다.
최규선(51)·남주희(48)부부의 오이고추 농장이다.
로컬푸드매장 외에도 진입이 매우 까다롭다는 대형마트까지 오이고추를 납품하며, 부농의 꿈도 조금씩 영글어 가고 있는 부부의 농사비법을 들어봤다.
오이고추농장을 찾아간 날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전형적인 가을 날씨를 보인 지난 달 25일. 내일 매장에 납품할 오이고추를 선별하고, 포장하느라 분주했다.
오늘의 주인공인 최규선·남주희 부부. 최씨의 고향은 김제, 2남 2녀 중 막둥이, 남씨는 전주 호성동에서 2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볼링장에서 만나 3년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볼링, 축구, 야구...못하는 운동이 없을 만큼 만능 스포츠맨인 최규선씨. 아마추어 선수단 입단을 권유 받았지만 부친의 반대로 운동선수의 꿈을 접었단다.
“말 수도 적어, 듬직해 보였고, 운동을 잘했지만 잘난 척도 안하고, 착했어요. 그 모습이 좋았어요.” 남편과 결혼을 하게 된 이유다.
전기관련 일을 하던 최씨와 서울에서 직장 생활했던 남씨는 일을 모두 정리하고, 고향에서 농사짓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최씨의 부친이 운영하던 1만여평의 과수원 농사를 도왔다. 이후 본격적으로 농사짓기로 마음을 먹고, 고구마를 심었다. 하지만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3년 뒤, 부친으로부터 하우스를 물려받았다. 올해로 7년째다. 이서 농장 외에 12년 전에는 김제에 있는 하우스도 받았다. 이곳에 고추, 오이, 토마토 등 여러 작목을 심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실패를 맛봤다.
농사가 안 돼 생활이 점점 어려워지자 호구지책으로 통닭집 운영도 해봤다. 오기가 생긴 것일까?
힘들수록 최씨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장사해서 모은 종자돈을 농사에 투자했다.
심지어 비싼 로열티를 지불해야하는 장미도 1천여평 규모로 재배해봤다. “당시에는 시세가 좋아 장미를 하면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아 해봤지만 역시 국내 수입이 들어오면서 접게 됐죠.”
이렇듯 다양한 작목 재배를 시도했지만 족족 실패를 거듭했던 부부는 8년 전 오이고추를 시작하고, 로컬푸드 직매장이 하나, 둘씩 문을 열면서 농사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오이고추와 가지를 공판장에 같이 내다가 직매장이 늘고, 오이고추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 가지는 접고, 오이고추에 전념했어요.”
오이고추를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덩달아 매출도 올랐다.
뿐만 아니라 지인들의 소개로 농장을 찾아오는 경우도 많았고, 대형마트 납품까지 약속 받아 안정적인 판로도 확보했다.
비결은 무엇일까? 아내의 말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남편은 지금까지 힘들어도 비싸지만 인체에 해롭지 않은 좋은 약만 쓰다 보니 다른 사람들보다 곱절은 투자하는데 수입이 마이너스만 돼 힘들었어요.”
결국 ‘내가, 우리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오이고추를 재배한 부부의 정직한 마음이 신뢰와 안전한 먹거리를 표방하는 로컬푸드의 정신과 맞아떨어지면서 성공을 거두게 된 것 아닐까?
“간혹 뉴스에서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는데요. 먹거리로 장난을 치면 안 됩니다. 그분들에게 ‘내 가족이 먹는다면 이런 식으로 했겠냐?’따져 묻고 싶죠. 남편은 먹거리는 타협이 없다고 강조합니다.”
이제는 고민됐던 판로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하고, 수입도 늘어 생활이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있지만 시행착오는 계속되고 있단다.
토경재배에서 양액재배로 전환한 지 4년 차. 타이머를 맞춰 놓으면 일조량에 의해 일정하게 물과 영양제를 공급해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바이러스가 나무에서 오는 줄 알았는데, 총체나 온실가루를 제때 잡지 못하면 그게 매개체가 돼 바이러스가 와서 상품가치가 없다는 것을 알게됐고, 또 순을 집어주면 크기가 일률적으로 같아져 상품가치도 좋아진다는 것 등 지금도 계속 배우고 있어요.”
오이고추농사로 바쁜 생활을 하고 있는 가운데에도 남주희씨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부회장), 여성방범대, 생활개선회 등 여러 단체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1년 동안 인원을 모집하고, 회의 등을 통해 조만간 풋고추연구회도 창립할 예정인데, 임원으로서 활약이 기대된다.
요즘 어떠냐?는 질문에 남주희씨는 ‘사람답게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옛날 일보다 운동에 빠졌던 남편이 이제는 늘 24시간 옆에서 함께 도와주고, 열심히 가족을 위해 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부부는 농사일로 어려움을 겪을 때 많은 조언을 통해 용기와 힘을 준 조한승 완주품목농업인연구회 군연합회장(감연구회장)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농사짓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도 함께 전했다.
“꾸준함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힘들어도 참고, 견디면서 열심히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보답이 반드시 온다고 믿고 있어요. 저희들도 마찬가지로 현재 경험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아들 재원(23)군과 딸 인승(18)양에게 ‘거짓말하는 사람이 아닌 진실 되게 삶을 살아라’고 강조한다는 최규선·남주희 부부.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던 부부의 삶을 두 자녀도 본 받아, 부부의 바람처럼 ‘이 시대 필요한 사람’으로 성장하길 기자도 같은 마음으로 바라며 인터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