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혁신도시는 요순 세계!’ 전라도에서 새로 통하는 속담이다.
전북혁신도시에 ‘품(品)자’형으로 배치된 초·중·고가 나란히 있는데 2017년 5월 2일 새벽 온빛초등학교 옆 시내 버스 승강장 곁에 ‘자물쇠를 채우지 않은 새 자전거’가 있었다.
이 근처엔 평소 자전거가 많아 아마 학생들 것이 아닌가 한다.
김선달 얘기에 ‘서울은 ‘산 사람 눈깔도 빼간다’는 말이 있다.
내왕 많은 밤거리에 세워진 자전거 ‘가져가지 않았음’이기에 전북혁신도시가 마치 요순시대를 닮았다는 치하이다.
‘3일 굶으면 남의 집 중방을 뜯는다.’는 이 말은 배고픔의 한계를 말해 주며 ‘오죽했으면 도둑질을 했으랴?’ 너그럽게 봐주는 측은지심도 포함되었다.
오래 전 고산지역의 아무개 집에 도둑이 들어 뒤주에서 쌀을 퍼들고 나갈 때 안방 주인 영감이 “어험! 온 김에 내일 모레 애들 먹일 것도 좀 더 가져가게나.”
기겁하게 놀란 도둑은 쌀자루를 땅바닥에 내려놓고 덥석 꿇어 엎드려 “이놈을 죽여주십시오. 애들을 3일 굶겨 놓고 제가 환장한 겝니다.” 머리를 조아리고 싹싹 빌었다.
주인은 “알았네. 내가 나가면 자네 얼굴을 알게 돼 못써. 아무 말 말고 뜰팡의 쌀섬을 지고 얼른 가게나”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도둑은 이 은공에 보답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살며 주인 얼굴을 뵐 때 마다 ‘…내일 모레 애들 먹일 것까지 더 좀 가져가게나!’ 이 말씀이 귀에 쟁쟁했다.
품 파는 일꾼이 가진 거란 오직 몸뚱어리 하나뿐 내외는 뼈마디에서 오도독 소리기 나도록 열심히 일해 주었다.
세월이 흘러 한국전쟁이 터졌고, 도군자(도둑) 아들이 설칠 수 있는 딴 세상이 되어 부잣집에 시련이 밀어닥쳤다.
아버지가 보다보다 못해 아들을 불러 20년 전 ‘그날 밤 얘기’를 털어놓았다. 아들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마음을 바꿔 부잣집을 감쌌고, 곧 9·28수복이 되어 ‘도군자’ 아들은 사찰계에 잡혀 들어가 결국 재판장에 섰으나 선고유예 판결이 내렸다. 판사가 바로 부잣집 큰 아들이었다.
재판장은 다음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았지만 완주 사람들은 세상을 이처럼 멋지게 살았다.
주변에 나라 걱정 해괴한 사건이 많으나 믿고 살 수 있게 줏대 가진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다. 쓸 만 한 학생들을 보고 하는 말이다.
다만 단서를 붙인다. 지도자급이 도둑질을 하지 말아야한다. 사실이야 곧 밝혀지겠지만 누군가는 592억원을 챙겼다니 이게 될 말인가?
배고파 막걸리 한 병을 훔친 사람이 이야기 거리어야 한다.
고위직은 왜 돈이 많은가? 대학에서 이런 쪽을 연구하는 학과를 만들어 손가락질 받는 도둑놈들을 없애버려야 한다.
900원짜리 ‘장수막걸리’ 한 병에 자족하는 선인 사회가 바로 완주이다. 헛똑똑이들 인격자 앞에서 옷깃을 여며야 한다.
/이승철(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칼럼니스트(esc2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