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매일 채워지는 나눔 냉장고 음식은, 필요한 이웃 누구나 무료로 가져갈 수 있어요. 유통기간 ‘꼭 확인’ 하시고 가져가세요. 1111사회소통기금 완주지역 자활 센터 ‘이서면지역 사회보장협의체가 지원 운영합니다. 문의사항 이서면 맞춤형복지팀(063-290-3551∼3553)”. 완주군 이서면 인심을 이 이상 더 설명할 재간이 없다.
2017년 7월 19일자 7면에 게재된 ‘나눔 냉장고에 뭐라고 써 있길래?(원제연 기자)’제목의 기사를 보고 바로 쫓아갔다.
▲전북혁신도시 이서면 갈산리 찾기 어렵지 않고 ▲큰 거리에서 가까우나 자존심 상하지 않을 아늑한 자리이며, 냉장고와 주변이 깨끗하고 ▲하나하나 붙어 있는 형형색색 메모지엔 예쁜 글씨로 정겨운 표현이 감동을 일으켜 냉장고 열기가 어색하지 않다.
마침 이서면 민원센터 양 서기 안내자가 ‘어마!’ 하고 놀란다. 누군가가 ‘금방 갖다 놓았다’는 얘기이다. 포장된 두부 여러 모는 냉장고에, 바다 생선 포장된 노가리 얼린 것은 냉동고에 가지런히 진열되었다. 양 서기에게 ‘하나 가져가도 되나’ 물으니 생긋 웃으며 ‘그러면요’ 어여쁜 얼굴에 인정이 넘쳐난다.
하루 종일 눈 부릅뜨고 거리를 헤매도 동전 한 닢 못 줍고, 시내버스 요금 1,300원인데 100원만 모자라도 타지 못하며, 우표 한 장에 330원, 320원 쥐고 가 10원 모자란다는 말 통하지 않으며, 음식점서 뭔가를 먹고 ‘돈 없다’하면 무전취식자로 경범죄에 걸려 동정론과 함께 도하신문을 장식 할 것이다.
이처럼 한 끼가 어려운 세상인데 이서면 갈산리에는 제 집 냉장고처럼 열고 먹을 걸 챙길 수 있으니 혹 천국의 모습이 아닌가.
갈산리가 개발 바람에 산야, 전답, 집터, 묘와 함께 인심마저 가버린 줄 알았는데 먹으면 갖다 놓고, 갖다 놓으면 자셔주는 이웃이 있으니 갈산 인심이 간 게 아니라 갈라 선 사람들도 오게 하는 갈산리이다.
달성서씨 부자가 “내 고을 100리 안에서 굶어 죽는 사람 있으면 아니 된다.”고 했다.
전남 구례 운조루는 1776년(영조25)에 낙안군수 류이주가 지은 집이다. 운조루는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도 가옥 원형을 지키며 230여년 동안 보존이 잘 되었다.
집안에 쌀 세 가마가 능히 들어 갈 ‘뒤주’가 있는데, 200여년 된 원통형 아랫부분에 ‘누구나 열 수 있다.’는 뜻의 ‘타인능해(他人能解)’란 글귀가 붙어있다.
운조루 주인은 마을의 배고픈 사람은 언제나 ‘뒤주’를 열어 필요한 만큼 식량을 가져갈 수 있게 하였다. ‘나눔의 정신’을 실천한 적선의 공간이었다.
이서면 갈산리의 나눔냉장고도 ‘타인능해’, ‘만인능개(萬人能開)!’라니 아∼이서면이 무척 새롭구나. 서쪽이 든든하다.
이 기회에 호남고속도로 ‘이서휴게소’를 ‘콩쥐팥쥐휴게소’로 고치면 어떨까? 이옥경(완주 로컬푸드 협동조합)의 친절성은 밥맛보다 더 좋다.
/이승철(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칼럼니스트(esc2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