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과 낭만, 예술과 문화, 그리고 개성 넘치는 자유의 거리로 대변되는 서울 홍대.
20년 동안 홍대에서 인디밴드 ‘마이크로키드(Microkid)’라는 이름으로 활약했던 두 남녀가 돌연 완주로 귀촌했다.
화려한 무대, 수많은 대중들 앞에서 환호를 받는 유명가수의 꿈을 접고, 3년 전 삼례에 터를 잡았다.
이제 홍대가 아닌 완주를 노래하고 싶다는 김병수(41)씨와 이정신(40)씨를 지난 11일 제리스튜됴에서 만났다.
■ 홍대에서 뮤지션 활동
김병수씨는 현재 홍보영상을 촬영하고, 제작하는 제리스튜됴(삼례읍 충혼길 53, 103호)대표이자, 완주의 문화예술 단체인 ‘더 그루 오브 오디언스(The guru of Audience)’의 리더이기도 하다.
이정신씨는 회원 간 소통을 담당하는 더 그루 오브 오디언스 커뮤니티 매니저가 공식직함이다.
김 대표의 고향은 서울, 이 매니저는 김포다. 두 사람은 대학 스쿨밴드 동아리에서 20살 때 만나 함께 활동하다, 졸업 후 서울 홍대에서 인디밴드 마이크로키드 멤버로 활약하면서 대중과의 소통을 넓혀갔다.
당시 몽환적인 목소리로 마니아 팬들도 제법 확보하고, 대형 기획사와도 만나 앨범도 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각자 추구하는 음악이 달라 결국 밴드가 해체됐고, 두 사람은 듀엣으로 또 다른 음악의 길을 걷게 된다.
■ 완주 주민이 되다
듀엣을 결성한 뒤, 홍대 지하 작업실을 벗어나 새로운 음악작업을 위해 전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어느 날 삼례에 먼저 내려와 살고 있던 친구의 집에 일주일간 머물다, 완주에 매료돼 2015년 1월 전입신고를 통해 삼례 주민이 됐다. 동네 주민들의 소개로 괜찮은 집을 얻어 고민 없이 계약하고 3년째 살고 있다.
■ 청년 문화예술단체 설립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삼례에 내려와 살면서 두 사람은 같은 동네 사는 문화예술 관련 일을 하는 친구들과 만나 사진, 음악, 영상, 디자인 등 각각의 분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우의와 신뢰를 쌓아갔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문화예술’을 공통분모로 비슷한 또래 10명이 모여 아티스트 그룹을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 단체 이름은 ‘더 그루 오브 오디언스’.
이후 완주군이 청년정책을 활성화하기 위해 추진한 지역창업공동체 지원 사업에 선정, 청년커뮤니티 공간(제리스튜됴)도 얻었다.
물론 경제활동은 각자가 알아서 하지만 이곳에 모이면 단체 회원이 돼 문화예술과 관련해 많은 정보를 교류하고, 공연도 연다. 또 음식을 만들어 작은 파티도 열었다.
현재 제리스튜됴는 완주군이 청년들이 만나 자유롭게 상상하고 배우며 활동하고 쉴 수 있는 청년 공간 조성 방침에 따라 청년공간 1호점 오픈 전 임시공간으로 운영중이다.
이곳에서 ‘화요만찬’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지난 3월부터 매주 화요일 저녁 6시부터 로컬푸드 요리를 직접 만들고 먹으면서 서로의 관심사와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조언도 듣는다.
■ 영상 제작으로 호응 얻어
2015년에 귀촌한 김 대표는 그 해 겨울, ‘나는 난로다’라는 축제를 기획했던 형님의 권유로 함께 행사에 참여하다 귀농귀촌 홍보영상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받아 제작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아 본업으로 시작했다.
이 일로 인해 그는 완주군귀농귀촌협의회 홍보국장을 맡게됐다.
“인디밴드 활동 하다 보니 홍보가 자연스럽게 필요해 만들다 보니 실력이 는 것 같아요. 괜찮게 봐주셔서 일이 꾸준히 들어왔어요.”
작년부터는 제리스튜됴에서 요리 만들기를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완주의 로컬푸드를 활용한 새로운 요리 7편을 만들어 유투브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역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신선했나 봐요. 지역 방송국에서 인터뷰가 오고, 국제방송영상 전시하는 이벤트행사에 초대를 받아 출품하기도 했고요.”
이같은 경험은 젊은 청년들의 열정에 감복한 완주 농가들이 호박, 딸기 등 신선한 로컬푸드 재료를 무료로 가져다 주는 등 통큰 인심 덕분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 삼삼오오 게스트하우스 운영
김대표는 공모 선정으로 오는 9월 삼례문화예술촌 초입에 있는 숙박체험관 ‘삼삼오오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게 된다.
정적인 공간이라 할 수 있는 예술촌과 책마을에 공연 등 동적인 프로그램을 넣어 활기를 불어넣을 생각이다.
좀 더 완주지역 청년들이 문화예술과 어울릴 수 있는 큰 공간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완주에 살고 있는 청년들이 만나 함께 문화예술에 참여해 재미와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요.”
삼삼오오게스트하우스가 개관되면 완주청년들의 다양한 고민거리,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듣고, 완주청년네트워크단에 전달, 청년들이 원하는 필요한 정책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은 그림도 구상했다.
게스트 운영에 앞서 무엇보다 김씨가 예술단체를 만든 이유는 청년들의 문화예술 활동에 대해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라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지역에 문화예술이 스며들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조금 더 열린 시선으로 바라봐야하고, 그래야 지역의 문화예술이 활성화한다는 것도 강조했다. 물론 삼삼오오게스트하우스 공간이 그 출발점이 되길 바라고 있다.
■ 완주, 여유를 주는 곳
서울에서는 다른 뮤지션과 경쟁해야 하고, 늘 시간에 쫓기 듯 생활하다보니 여유는 두 사람의 사전에는 없는 단어가 됐다. 두 사람은 완주에 내려온 이후에 여유가 생겼다.
여유가 생겼다고 게을러진 것은 아니다. 서울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음악작업을 하게 되고, 다양한 활동을 하지만 지치지 않는단다.
“제일 먼저 와서 느낌은 다른 데와 공기가 다르다는 거였어요. 사람도 따뜻했고, 뭔가 사람한테 마음에 여유를 준다고 표현하고 싶어요. 저 뿐 아니라 주변 친구들도 똑 같이 느꼈다고 하더라고요.”
이정신씨의 완주 애찬론이다. 무엇보다 서울 홍대라는 한정된 공간을 벗어나 완주라는 큰 공간에서 시야를 넓힐 수 있게 되고 마음도 커졌단다.
■ 완주의 강점, 환경과 사랑
김씨는 환경과 사람들에 대한 호감을 완주의 장점으로 꼽았다.
“내려올 때 처음에는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동네 주민들이 잘 적응하도록 도와줬고, 완주군도 젊은이들이 귀농귀촌을 하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았죠.” 두 사람의 귀촌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동네 이장과 주민, 행정 모두 두 사람이 낯선 환경에서 잘 적응하고 정착하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
최근에는 무대에 많이 오르고, 김씨의 꽁지머리라는 독특한 헤어스타일 때문인지 알아보는 사람도 늘고, 특히 박성일 완주군수도 격려와 응원을 해줘 힘을 많이 얻게 됐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무엇보다 완주군의 가장 큰 강점은 청년정책이라며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청년 쉐어하우스, 창업공동체 지원 등 청년들을 위한 정책이 잘 갖춰져 있어요. 제이스튜됴를 창업할 때도 완주군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 스스로 자생 노력해야 ‘조언’
두 사람은 귀농귀촌을 결심하는 청년들에게 서슴없이 조언도 했다.
“완주군이 타 지자체에 비해 지원이 많은데 지원만을 바라보며 자생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결코 성공은 따라오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또한 지역주민이 내게 다가오기 바라는 것이 아닌 스스로 지역민들의 삶속으로 스며들어 이해하고 공감하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음악작업을 위해 전국을 떠돌다 완주의 주민이 된 김병수·이정신씨. 이제 두 사람이 지역청소년과 지역문화예술의 텃밭을 정성껏 가꾸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더 큰 농장을 만들고 완주의 사람, 꽃, 나무, 흙 냄새를 음악에 담아 전국에 노래할 그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