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면 갈산리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드물다. 그렇다고 큰 잘못도 아니다. 전에 살던 사람은 큰돈 찾아 떠났고, 새 집 임자는 거의 외지인이라 지형도 경계도 모른다. ‘갈산로(葛山路)’를 달리면서도 관심이 적다. 언덕, 들판, 동산을 갈아엎어 ‘갈산리’라 해도 별 항의가 없다. ‘청정옥’은 콩나물국밥집(6,000원) 영업시간은 06시부터 15시까지로 닭곰탕(7,000원)도 판다. 그릇 삶는 솥 등 개방식 조리시설에서 만들어내는 음식상엔 달걀, 김, 깍두기, 오징어젓갈, 무장아찌지가 따른다. 4인석 탁자 외에 ‘혼밥(혼자 밥 먹기)’ 손님을 위한 자리가 이색적이다. 바로 그 옆이 ‘혁신도시 민원센터’이다. 신다혜(290-3557) 여직원이 상냥하며 ‘갈산리 설명’에 성의를 다한다. 다만 선뜻 내주는 자료가 없음은 전북혁신도시의 행태를 아는지라 나무날일이 아니다. 가까운 곳에 천막 두 개를 치고 ‘지엠오(GMO)반대 농성’을 하지만 지나는 농민이나 시민들은 ‘GMO’ 지칭 자체를 몰라 동상이몽(同床異夢) 남의 다리를 긁는 격이다. 받아든 유인물 ‘2017 icoop 캠페인’이란 제목 아래에 “▷1. 생활용품 전 성분 표시제 실시 ▷2. Non-GMO 압착 유채유 ▷3. Non-GMO 곡물 모든 축산물에 적용” 등이 적혀 있으나 읽고도 모르겠다. 이를 두고 ‘저녁 굶은 초서’라 한다. 어느 선비가 솥에 끓일 게 없어 한자 초서 편지를 보냈는데 반응이 없었다. 알고 보니 글을 읽지 못해 식량을 보내지 못한데서 온 말이다. ‘GMO’는 농축산물 ‘유전자 조작’과 관련되어 심각한 문제란다. 소통이 이 지경이니 땀 흘리며 연좌 농성을 해도 무엇을 알아야 물 한 모금이라도 떠다 주지. 갈산리도 모르며 농성을 한다. 불도저가 ‘산’을 갈아엎은 땅위의 고급 주택과 상가 입주자들은 성공을 갈구하며 부자 되기를 갈망한다. 갈산리(葛山里)에서 ‘갈’은 “칡 갈”자이다. 이름으로 봐 평지가 아니었음이 확실하다. 개발 전에는 옥정(玉丁)-신흥(新興)-덕동(德洞)-원갈산(元葛山) 마을이 뚜렷했었다. 신흥을 ‘치릇’, ‘치릿’이라 부른 적도 있다는데 이는 ‘치우쳐 있다’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본다. 길도, 방죽도, 부락도, 논도, 밭도, 산도, 나무도, 무덤도 사라진 자리에 들어선 높은 집 여기저기에는 ‘임대·급매’ 붉은 간판 글씨가 바래가는 데 그 옆의 「으뜸 도시 완주」구호판과는 어울리지 않아 딱하게 보이며 빈터에는 쑥대, 엉겅퀴, 망초대, 명아줏대가 시들고 있다. 물댈 수로도 펌프도 없으며 벌 나비조차 날아들지 않는다. ‘이서면 공공도서관 지을 자리가 갈산리냐?’는 물음에 거개가 ‘글쎄요’이다. 전북혁신도시 한 복판 ‘갈산리’가 이런 형편이다. 갈 때마다 달라지는 ‘갈산리’가 어서 되어야 한다. /이승철(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칼럼니스트(esc2691@naver.com)
최종편집: 2025-06-24 13: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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