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기준이 지나치게 꼬이고 변해 큰일이다. 흔히 말을 듣지 않는다고 혼자 투덜거려보았자 자기만 골병든다.
△시집가고 장가들어 애 낳으며 사는 세상 순리가 깨진지 오래이다. △혼기 넘어가도 혼인 않고 △부부간에 출산 않는 고집과 그 억지를 누가 말리랴.
이런 시류인데 가령 “스승의 그림자를 밟지 마라.”하면 듣는 이가 “그림자 같은 소리 다 한다.”며 눈을 흘길 것이다.
“소지황금출(掃地黃金出)이라 했으니 뜰을 좀 쓸지요.”, “그 황금! 선생이나 몽당 쓸어 가지시라유. 나 바빠 먼저 갑니다.” 어른들의 이런 모습 속에서 젊은이가 뭘 배우겠나.
“수저 어르신 든 다음 들어야 하느니라.”, “밥 안 먹는 당께 불러다 겨우 이런 소리요?” 수저 탁 놓고 일어서는 버르장머리를 안 본 사람은 행복한 가정인줄 알아야 한다.
전엔 체면이 소중했다. △집안마다 항렬·촌수를 중히 여겼고 △마을에는 장유유서가 있었으며 △선후배 사이에 경애가 자랑이었다. 교계에서 엄격한 치리(治理)를 못하고, 불량소년 타이르는 어른이 없으며, 돈 많고 법 아는 사람일수록 나라를 흐려놓는다.
대화 중에 사회자는 말 짧게 하란다. 교회식당에서조차 남 곁에 못 앉고 혼자 따로 먹는다. 고산 ㅁㅅ식당은 손님이 주인에게 ‘어디 앉을까요?’ 눈치 보며 묻고, 갈비탕을 주문하니 12시인데도 이미 떨어졌단다.
관공서(학교 포함) 사무실마다 각각 칸막이가 있으며, 회식자리에 상석 없이 앉자마자 수저 들어 혼자 퍼먹는 걸신(乞神)이 많다.
제 비위에 맞지 않으면 ‘결사반대!’ 현수막을 내거나 죽은 사람은 아직 못 보았다. 법규어긴 과속 자동차 끼어들기 일쑤이다. 자기 할아버지 칭송도 못 알아듣는 겉똑똑이가 흔해빠졌다.
공직선거에서 당선된 자에 축하를 해도 답전(答電)이 없는 매정한 사회이다. 손 편지 줄어들어 ‘하해 같은 은혜’, ‘불비례상(不備禮上)’, ‘기원’이란 단어 본지 오래이다.
도울 김종욱 선생 말이다. “…내가 압도적으로 유식해 보이는 건 제자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기 때문. 그 지식과 정보들을 빨아들여 내 머릿속에 호수를 만들기 때문이지. 지성인이라면 부지런히 자기시대와 호흡하는 지적 대화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나는 끊임없이 지적성장을 거듭하려 노력하는 점이 딴 사람과 좀 다르다. 공부하는 게 인생이다. 체력이 남아 있을 때 더욱 공부하면서 대중과 소통도 더욱 열심히 해볼 작정이다.”
축구 좋아하는 사람은 이 체육인을 기억하자. 프로축구 전북현대 최강희(58) 감독 별명은 ‘봉동 이장’이란다. 그는 ‘축구단 클럽 하우스’가 있는 전북 완주군 봉동을 13년째 지키고 있다. 소탈함과 카리스마가 묘하게 어우러진 최 감독은 전북에 ‘4개의 K리그 우승 트로피’와 ‘두 차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아챔) 정상’을 안겼다.
전국 17개 시도가 무례함으로 욕을 먹더라도 전북 6시 8군 중 완주군민만은 지성의 관(冠)을 꼭 쓰고 살아나가야 한다. 무례는 무지만도 못하다.
하나의 희망을 보았다. 전북혁신도시 공원이나 초등학교 앞에서 만나는 원아(園兒)나 학생들은 모르는 사람인데도 인사를 잘 하더라. 이런 착한 사람들이 자라며 왜 거칠어질까?
/이승철(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칼럼니스트(esc2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