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자랑 자식 자랑하면 ‘팔불출(八不出)에 든다더라. 그렇다면 ‘9불출’은 누굴까? 친구 앞에서 친구 자랑하는 푼수들이다. 소위 친구라는 사람에게 “병원 입원한 걸 어떻게 알았는지 ‘쇠고기 세 근’에 ‘현금 10만원’을 가지고 와서 적다며 미안해하는 ‘친구’…‘친구’”하는 경우 그 앞사람 꼴은 무엇이 되나. 지혜로운 사람은 얼굴 맞대고 있는 그대가 ‘최고’라 한다. 쓰기 어려운 말이 친구이다. 사전 풀이에 ①‘오래 두고 사귀어 온 벗’ ②‘친고(親故)’로서 ‘겨레붙이 나 오래 사귄 벗’이란다. 벗은 ‘맘이 서로 통해 사귀는 사람’이며, 한자로는 붕(朋)·우(友), 영어론 a friend라 했다. 『논어』 첫 줄에 ‘…有朋自遠方來(유붕자원방래)…’라 했다. 여기 ‘붕(朋)’은 더 어렵다. ‘동사, 동문, 동도, 붕우(同師 同門 同道 朋友)’로 “같은 집 한 스승 아래서 같은 방향의 공부를 함께 한 사람”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극히 제한적인 관계이다. ‘오래 사귐’을 친구라 했으니 적어도 나이 60은 넘어야 내놓고 쓸 말이다. 어제 명함 한 장 받고 ‘좋은 친구’ 운운하면 허황한 소리이다. 고인이 된 비봉면 유희택(柳熙澤) 씨는 “식사 중 ‘친구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수저 탁 놓고 달려오는 사람 하나만 있어도 성공한 삶”이라고 했다. 이런 명언 앞에 안타까운 일이 워낙 많다. △전화하면 알아듣지 못하고 △찾아 가자니 며느리나 부인에게 폐 끼칠까 보아 못 나서며 △식당에 나오라하니 못 걷는다고 한다. △읽을거리를 주어도 눈 어두워 소용없다하며 △할 말이 적어 전화하기 싫다(?)고 실토한다. 나이 80 넘으면 대할 친구 몇이랴. 가랑비 내리는 날 출출해도 부를 벗이 없고, 만나러 나서면 주위(가족 포함)에서 말리며, 만난들 달랑 단둘은 말 몇 마디 하면 입들이 닫힌다. 입담 좋던 구(口)씨도, 말 술 들던 주(酒)씨도, 잠이 없던 야(夜)씨도, 친구 자랑 늘어놓던 불출(不出)씨도, 돈 많던 김(金)씨도, 이불 속 얘기꾼 성(性)씨도 모두 부고장(訃告章)만 만지작거리는 노옹(老翁)들로 문상가야 아는 이 적고 추도사 한 마디 부탁하는 상제(喪制)가 없다. 요새 이 당 저 당 보따리 싸들고 넘나드는 정치인들의 동지 소리에서 측은함을 느낀다. 의원이나 공직자들의 임기 4년 동안에 만난 사람은 친구 아닌 지인(知人)일 뿐이다. 벗·친구와 같은 말의 ‘동무’는 북한에 빼앗겨(?) 이 말 잘 못 쓰면 ‘호북(好北:북한 좋아함)꾼’으로 몰리기 십상이다. 죽어서는 고사하고 함께 살며 찾아오는 친구 몇이냐? 아들딸들이 부모 친구, 벗, 동지, 동무, 지인 몇이나 아는지. 4월 12일 완주 ‘라’선거구에서 뉘 친구가 군의원에 당선되려나? 순한 품성에 자상스럽고 마음 곧아야 남의 친구 되기 쉽다더라. 출세인이 진정한 친구? 글쎄! /이승철(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칼럼니스트(esc2691@naver.com)
최종편집: 2025-06-24 13:3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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