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농업경영체의 줄임말 ‘강소농(强小農)’. 강소농은 농업경영체 스스로 꿈과 비전을 갖고 끊임없는 역량개발을 통해 자율적인 경영혁신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농가다.
완주군에 ‘일곱빛깔무지개’라는 이름의 강소농 공동체가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평균 연령 30~40대의 귀농한 젊은 농부 일곱 명으로 구성돼있다.
빨, 주, 노, 초, 파, 남, 보, 각각의 다른 빛깔을 띠며 살다가 ‘귀농’이라는 공통분모로 만나 완주군을 ‘희망’으로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는 일곱빛깔무지개 공동체의 지나온 시간과 현재, 그리고 미래의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회원을 소개합니다
고향이 완주군으로, 타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다시 고향에서 만나 특별한 인연이 된 일곱빛깔무지개 회원을 소개한다.
먼저 모임 대표를 맡고 있는 장재혁씨(39. 행복한 포도밭 농부 대표)는 성남시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다 지난 2011년 귀농했다. 현재 1800여평 규모의 포도밭을 경영하고 있다.
비봉이 고향인 김선근씨(41. 한별농장 대표)는 서울에서 직장생활하다 과감히 정리하고 지난 2011년 귀농해 지금은 1600여평 규모의 딸기밭(양액재배) 사장이 됐다.
건장한 체격에 검게 그을린 얼굴에서 남자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국중인씨(45. 소두렁이영농조합 대표)는 전주에서 작은 사업하다 8년 전 고향으로 내려와 자색 양파즙, 선식과 가공류 등 11가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간중정미소 대표 강기석씨(44)는 12년 동안 서울에서 회사생활하다 2012년 고향 용진으로 내려왔다.
직장생활의 염증을 느끼던 중 부친의 권유로 정미소를 시작,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 이제는 ‘미소맛쌀’이라는 자체 브랜드로 소비자 식탁을 공략하고 있다.
모임 중 유일하게 전주가 고향인 전갑수씨(민성이네농장 대표). 군청 직원의 친절한 귀농 상담에다 완주군 로컬푸드의 매력에 푹 빠져 귀농을 결심하고 2011년 완주 봉동에 둥지를 틀었다. 현재 3천여평 규모의 하우스에 토마토와 체리를 재배하고 있다.
화산에서 한우를 기르고 있는 전동수씨(39. 하은농장 대표)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2009년 귀농했다.
현재는 60두 정도지만 이달 말 후계농업경영인에 선정되면 120두 정도로 규모를 늘릴 생각이다.
끝으로 막내 이강훈씨(28)는 화훼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봉동 청운농장 이기성씨의 아들이다.
한국농수산대학 출신으로, 현재 부친과 함께 백합 및 구근류 등 화훼를 재배, 일본을 비롯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우리의 만남은요.
일곱빛깔무지개가 결성된 때는 지난 2015년 11월이다.
완주군농업기술센터에서 실시하던 강소농·스마트팜 교육을 받으면서 서로 얼굴을 알게 되고, 친분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공동체를 만드는데 뜻을 모았다.
처음에는 여섯 명이서 출발, 이름도 ‘여섯무지개’였으나, 최근 전동수씨의 합류로, 무지개의 일곱 색이 완성됨에 따라 ‘일곱빛깔무지개’로 명칭도 바꿨다.
일곱빛깔무지개는 이름 만큼이나 많은 강점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우선, 30~40대의 젊은 농부라는 것이다. 또 하나, 각각 다양한 작물을 재배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때문에 자신의 분야 외에도 농업관련, 정보 교류를 통해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다.
아울러 공동구매를 통해서 저렴하게 농자재를 구매할 수 있다는 점도 일곱빛깔무지개 회원으로서 누리는 특혜다. 무엇보다 좀 더 배우려는 의지와 열정이 여느 공동체보다 많다는 것이 장점으로 부각된다.
가장 큰 강점은 친형제와 같이 끈끈한 우애를 자랑한다는 것인데, 실제 있었던 일을 소개한다.
지난 2012년 태풍 ‘볼라벤’으로 전갑수씨의 하우스 4동이 완파돼 6천여만원이 넘는 피해를 입어 시름에 잠겨 있을 때, 동료들은 쌀을 지원해주거나, 자신이 농사짓는 작물을 가져다주며 어깨를 토닥여줬다.
전씨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고민거리도 있습니다
일곱빛깔무지개 회원들에게 고민거리도 있다. 막내 이강훈씨의 경우, 늘어나는 하우스 규모만큼이나 인건비도 덩달아 상승한다는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가족끼리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일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란다.
하지만 몸으로 경험하다보니 ‘작물도 사람처럼 관심이 없으면 웃자라거나 병이 든다’는 것을 체득해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는 고사성어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됐다.
강기석씨도 지난 2014년 정미소에 큰 불이 나 어려웠던 때도 있었고, 계속되는 쌀값 하락으로 인해 고민이 깊어지는 등 힘든 경험도 했지만 지금은 선물용 소포장 등 특별한 아이템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전동수씨 역시 소 값이 널뛰기처럼 들쑥날쑥해 사업이 불안하지만 일곱빛깔무지개라는 든든한 동료들이 있기에 오늘도 열심히 일할 수 있게 됐다고 귀뜸했다.
■질문있는데요.
일곱빛깔무지개 공동체 회원들에게 완주군의 귀농정책을 물으니 모두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지만, 아쉬운 점도 지적했다.
막상 귀농하려고 하니 땅값이 비싸 농사지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는 것. 저렴하게 땅을 구입하거나 임대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물론 농지은행 등이 활성화 되어 있다고 하지만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단다. 장밋빛 부푼 꿈만 가득 안고 왔다가 돌아가는 사람 없도록 현실성 있는 상담이 이뤄져야한다고 조언했다.
■기대해 주세요.
일곱빛깔무지개는 한 달에 한 번 정기모임을 갖는다. 외롭고 힘들때는 따로 만나 술 한잔 기울이며 서로를 다독인다.
이처럼 모임을 통해 친목을 다지고, 농업과 관련한 새로운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
앞으로 30~40년 동안 모임을 이어나갈 계획이란다.
뿐만 아니라 강소농공동체 가운데 전국 선도 모델이라는 청사진도 그려놨다.
이를 위해 단체로 농산물우수관리인증제도(GAP)와 저탄소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함께 올해는 한 개 이상 자격증 취득을 위해 스터디 모임에 매진할 계획도 세워놓았다.
이들의 멈추지 않는 도전을 응원하며, 일곱빛깔무지개가 완주의 하늘에 아니 전국을 넘어 세계의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