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교, 절, 교회 어디를 나가던지 나갈 바엔 열심히 나가야 한다. 모두 잘 하지만 교인들이 좀 남다르다. 마전(馬田)은 원래 ‘전주서10리’ 양반 마을로 이순향(李順香:1909∼1976)이 살았으며 이순향은 새벽 일찍 물동이를 이고 나가 바깥 샘에 내려놓고 척동교회에서 새벽기도를 마친 다음 물을 길어 이고 살짝 집에 들어오곤 하였다. 식구 몰래 다니는 이순향식 ‘물동이 새벽기도’는 결국 남편 눈에 띄어 제지를 당했으나 이런 신앙심을 누가 막을 소냐. 남편이 타협안을 내놓았다. 어차피 나갈 바엔 ‘척동교회’를 접고 ‘서신교회’로 나가란다. 척동은 이웃이나 서신교회는 세내[三川:산천]를 건너 꽤나 먼데도 이순향은 남편 말을 따랐다. 배우자 이존관(李存觀:1908∼1956) 씨가 아내 사정을 모를 분이 아니다. 비록 본인은 출석하지 않지만 지게 지고 나가 교회 일을 했다. 이게 내외간의 정이다. 모태 신앙인 아들 이건주(1942)의 증언이다. 문학대(文學臺)와 마전교회는 무관하지 않다. △1955년 이순금·이은주·이순복이 ‘문학대’에서 동네 얘들과 함께 기도를 했고 △1956년 7월 이순향·이기송·이손구·이유복이 동참하여 예배를 드렸으며 △1956년 9월 23일 이순향씨 내실에서 올린 첫 예배가 마전교회(당회장:추이엽)의 창립이다. 문학대는 원래 고려 말 이문정이 벼슬을 접고 고향에 세운 정자로 묵상하며 쉬던 곳인데 600년이 지난 후 그 후예들이 여기서 마전교회를 열었음은 우연치고는 너무나도 신묘한 일이다. 초대교인 이기송(일명 존송)장로 아들이 전북혁신도시 내의 전성교회 이청근 목사이며, 이순향 권사 아들 이건주는 전주이씨 시중공파 황강공종중 총무에 ‘석륜 종중’과 ‘사정공 종회장’으로서 숭조 돈종의 신념이 대단하여 종원들이 존경한다. 요즈음은 ‘말안(마전)마을 유허비’ 건립을 추진 중인데 성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작년 9월 23일 마전교회 설립60주년 기념예배 때 이순향 권사 추모 이야기를 빠뜨리지 않았겠지만 혹 소홀했다면 금년 9월 23일 그 가족을 찾아봄이 마땅하다. 천지창조주를 받드는 교역자와 항존직이 교회 창립 공로자를 잊어서는 도리가 아니다. 자동차 있는 신도들은 ‘물동이 새벽기도’ 이 여인을 본받아야 교회가 튼실해진다. 올해가 마루틴 루터 교회개혁 500주년이다. 마냥 좋아만 할 일이 아니다. 500년을 제대로 넘기지 못한 나라와 역사가 흔하다. 당(290), 송(320), 명(277), 청(297), 고려(475) 모두 다 그랬다. 교회마다 전자 기기가 너무나도 넘쳐나 사람의 육성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소금과 빛이 돼야 한다.’는 말과는 동떨어져 괴이한 모습으로 흐른다. 어느 정치 집회장에 찬송가가 울려나온다는데 이게 제 정신인가. /이승철(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칼럼니스트(esc2691@naver.com)
최종편집: 2025-06-24 13:17:51
최신뉴스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네이버블로그URL복사
오늘 주간 월간
제호 : 완주전주신문본사 :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봉동읍 봉동동서로 48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전라북도, 다01289 등록(발행)일자 : 신문:2012.5.16.
발행인 : 김학백 편집인 : 원제연 청소년보호책임자 : 원제연청탁방지담당관 : 원제연(010-5655-2350)개인정보관리책임자 : 김학백
Tel : 063-263-3338e-mail : wjgm@hanmail.net
Copyright 완주전주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