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副)’자 든 자리 많다. 부군수(副郡守), 부시장(副市長), 부목사(副牧師), 부관(副官), 부회장(副會長), 부계장(副契長), 부의장(副議長), 부원장(副院長) 등등 우두머리[長] 다음 사람을 말한다. ‘부(副)’는 ‘버금 부’라 해서 “다음”을 말한다. ‘돕는다.’는 뜻도 있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묘한 데가 있다. 부군수는 군수 ‘다음’이라 하지만 군수로 승진할 길이 없이 공직의 종착역에 해당하며 챙겨주는 사람이 적고 줄도 서지 않는다. 그러하니 일한 표도 나지 않아 의욕 없이 보인다. 특히 대민 기회는 군수에 밀려 군민 눈에 별로 띄지 않는다. 교회 부목사도 이상한 자리이다. 목사는 누구나 최후 과정 안수(按手) 받아 ‘목사(牧師)’가 되니 선임·후임은 있을지라도 ‘부(副)’와는 상관이 없는데 “부목사(副牧師)”란다. 교회 우두머리 당회장이 있고 그 밖의 다른 목사는 모두 “‘부(副)’목사”라 부른다. 같은 ‘금덩어리’인데 크면 ‘금(金)’이고, 작으면 ‘부금(副金)’ 이렇게 부를 수 있나? 종중 부회장도 잘 들어나지 않는다. 성질 사나운 ‘부회장’은 대접이 허술하다며 불평을 한다. 그런데 어느 단체는 부회장 18인을 보았다. 명예욕이 강한 사람에게 붙여주기 좋은 직명 중 최고가 바로 부회장인가 보다. 부실(副室)소리는 사라졌고 혹 ‘부실’ 거느린 남자가 있다면 거물(?)에 든다. 여자 지위가 하늘을 찌르는 세상에서 부실 꼴 보겠나. 체육계의 좋은 자리 ‘부심(副審)’은 주심(主審)되기 쉽다. 블랙니스트에만 오르지 않았다면…. ‘부(副)’를 고를 때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기피한다. 처음에는 잘 돕고 지혜로워 시원시원하지만 얼마를 지나면 자기 사람을 만들어 위의 ‘정(正)’에 도전하거나 밟고 넘어갔다. 이를 ‘양호피화(養虎被禍:호랑이 새끼 길러 해를 입음)’라 한다. 이래서 똑똑한 ‘부(副)’는 오래 못 간다. 옥편에서 ‘부’자가 ‘칼 도[刀]’에 나옴은 이런 까닭이 있어서이다. ‘부(副)식물’은 밥[主食物]을 먹기 위한 식료이다. 반찬 따위를 말한다. 주식을 먹기 위해 반찬[부식]이 필요한데 근래는 부식을 먹고 나서 국수? 누룽지? 백반?… 하며 고르고 가장 싼 게 밥이다. 식당도 문제이다. 밥이 굳어 뜩뜩하고 식었으며, 어른 밥이나 애들 밥 분량이 똑같다. 식당에선 ‘부(副)’가 ‘정(正)’을 제쳐버리는 격이다. 가령 1000원짜리 공깃밥 한 그릇만 달랑 주문하고 고기를 시키지 않으면 나간 뒤에 소금을 뿌릴 것이다. 정의에 ‘부응(副應)’하자는 좋은 말로 맺는다. 학교에서 교장 다음이 교감[전에 부교장]이고, 전북 교감 중 대부는 전주고등학교 고 온세종(溫世鍾)이었다. 교장 승진을 사양했다. 이유는 서울대학교 100인 합격을 이루고야 나가겠다는 것이었다. ‘부’로서 귀한 인물이다. /이승철(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칼럼니스트(esc2691@naver.com)
최종편집: 2025-06-24 13:44:55
최신뉴스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네이버블로그URL복사
오늘 주간 월간
제호 : 완주전주신문본사 :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봉동읍 봉동동서로 48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전라북도, 다01289 등록(발행)일자 : 신문:2012.5.16.
발행인 : 김학백 편집인 : 원제연 청소년보호책임자 : 원제연청탁방지담당관 : 원제연(010-5655-2350)개인정보관리책임자 : 김학백
Tel : 063-263-3338e-mail : wjgm@hanmail.net
Copyright 완주전주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