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성(城)은 나라를 지키는 방어시설이었고, 지금은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서울도성, 남한산성, 수원성, 모양성, 진주성은 대접을 받으며, 전남 순천은 임진왜란 때 왜놈이 쌓았던 성을 복원했다.
완주에도 성터 여러 곳이 있지만 그 가운데 화산면 화평리 고성산의 ‘고성(古城)’만은 복원 가치가 충분하다.
어렵거나 비용이 크게 들 사업이 아니다. 앞장 설 당사자는 바로 고성리(古城里)주민이며 후원 세력은 면민들이다. 당위성은 학계가 주창하고, 당국은 귀를 기울이면 가능하다. ‘창·칼 들고 싸울 때가 아닌데 무슨 성 타령이냐?’ 이런 말이 나올 수 있다. 성 쌓고 활과 방패 드는 세상 오면 야단난다.
국민 이런 일을 원치 않고 올 수도 없다. 그러나 문화 가치로 보아 반대는 짧은 생각이다. 중국 만리장성은 전쟁 방위용이 아니라 이제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올랐다. 병자호란 때 인조대왕 삼전도에서 청 태종에게 무릎을 꿇었지만 ‘남한산성’은 고치고 수어장대를 다시 세웠다.
순천에서 6km 여수 쪽 바닷가 ‘독립봉’ 위에 계단 모양으로 쌓은 성이 있다. 바다로 둘러싸여 방어하기 좋은 곳인데 이는 ‘왜성(倭城)’이다.
성벽 기울기를 많이 한 이중 삼중 계단식 1597년(선조30) 9∼11월 왜장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가 쌓았고, 약 1년간 주둔하며 호남지역 공략과 최후 방어 기지로 삼았다.
‘왜교성(倭橋城)전투’가 벌어졌을 때 이순신이 명의 수군과 연합하여 왜군을 바다로 유인 승리를 거두었다. 이런 사연을 지닌 ‘왜성’을 근래 우리 손으로 복원했다.
최유경이 쌓은 전주성은 어떤가? 학계와 종중에서 가끔 말은 하지만 비록 한 토막이라도 복원하자는 얘기는 아직 못 들었다. 당국은 갑갑할 게 없다. 이게 전라북도 문화 수준이다.
어느 회사에서 손님을 초청 삼계탕과 자회사 제품을 푸짐하게 차렸는데 덕담도 치하도 없이 먹기만 하더라. 고쳐져야 할 전주 성질이다.
아무런 꿈이 없다. 이렇다고 화산 면민마저 전주 사람 닮을 필요 없다. 산골 물이 세다했으니 화산 사람이 나서서 고성산성을 복원해야 한다.
화산은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아닌가. 확실한 믿음이 가도록 아래 글을 소개한다. 현의 북쪽 이십 리에 일명 ‘두솔산(兜率山:도솔산)’이라 하며, 꼭대기에 돌로 쌓은 ‘옛성(古城)’ 흔적이 완연하나 지금은 거반 무너졌고, 옛날 운제현의 진산이다.
(縣北二十里 一名‘兜率山’ 上有古城 石築遺基 今半頹廢 古雲梯縣 鎭山 『고산읍지)』 누군가 선거공약으로 내 걸게 설명하라. 고성을 복원하여 국방 의식을 고취하고, 꺼져가는 민심을 되 일으켜야 한다. 한자로 ‘자장격지(自將擊之)’, 영어로는 do it one-self
/이승철(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칼럼니스트(esc2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