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016년 12월 3일 박근혜 대통령 하야 문제로 한반도가 떠들썩해도 삼례문화체육센터에서 열 개 팀이 나와 ‘2016 완주군민 농악발표 한마당’이 열렸다.
완주군수, 군의회 의장, 관심 있는 군의원 빠짐없이 나왔다.
흥겨운 굿판이었다. 주관·주최 완주문화원은 각 팀에 귤과 생수 각각 한 상자씩 돌렸고 기능별로 공정하게 평가를 하여 상금을 주었다.
시골에서 이만하면 큰 잔치이다. 재미있었다. 깃발이 있고, 고깔, 징, 장구 등 사물 준비가 다양하며 출연자마다 개성 있게 차려 입었다.
선비, 스님, 아이, 거지, 장애인, 여인으로 분장한 사람들이 어울려 춤추고 깨개갱깽∼ 상쇠 소리에 맞춰 빙빙 돌다 갈라졌다 모였다 그때 그때 바뀌는 가락마다 관중들 어깨가 들썩, 고개를 까닥 박자를 잘 맞춘다.
출연시간 15분 동안 우렁찬 농악소리가 하늘을 찔렀다. 당장 남북통일이 됐다면 모두 이런 모습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악보를 보는 것도 아니고 정한 위치도 없이 뛰고 달리는 민초들은 성별도, 나이도, 신분도 따지지 않고 표어 그대로 ‘한마당’이었다.
그런데 운주-경천-동상-화산면은 무슨 사연인지 참석치 않았다. 면장 부면장 설명이야 못 들었지만 ‘나올만한 팀이 없어서’일 것이다.
잘 놀던 사람 늙고, 혹은 죽고, 뒤 이을 젊은이가 없어 부득이한 사정이란다. 나무랄 수 없다. 못 나오는 면은 더욱 안타까울 것이다. 이게 농촌의 현실이니 이 나라가 걱정이다.
13개 읍면에서 불참 4개 면은 적은 수가 아니다. 앞으로 더 줄면 결국 농악대회가 없어진다는 말이다.
마을마다 아이 없고, 혼인하는 사람 적으며, 노인은 가고, 흥미마저 떨어지면 이게 퇴락 아닌가?
포근한 날씨 육개장에 쌀밥, 김장 김치에 배부르고 막걸리까지 주어 놀기론 이 이상 더 좋을 수가 없다.
‘박근혜 하야! 천하지대본(天下之大本)’이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과 묘하게 짝을 지어 세상 요지경 속이다.
시비하는 사람이 없는 걸로 보아 농민들 맘도 떠난 지 오랜 걸로 보인다.
완주문화원장의 기지(機智)가 돋보였다. 참가 10개 팀 가운데 어린이는 겨우 4인 단상에 불러 세워 “니들 내년에 꼭 나와야 한다. 자라면 이런 행사 주인 되거라.” 격려품 안겨주며 사진을 함께 찍었다.
어른들은 돌아가 받은 상금으로 소주 탁주 사다 몇 잔 마시면 곧 잊어버리겠지만 아이들은 평생 잊지 않을 것이다.
큰솥 걸고 차일 친 가게 안 쇠머리 국밥 앞에 놓고 ‘성님 한 잔, 아우 한 잔’ 권하는 이 모습과 군청 미원실에 징·장구 하나 사 달라 애교 부리는 면민이 많으면 군수 좋아 웃을 일이다.
아름답던 동네 풍경 다 어디 갔나. 하기야 도시도 텅텅 비어 가니 흥 없기로는 마찬가지이다.
/이승철(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칼럼니스트(esc2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