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뉴스 별 재미없다. 머리가 둔해 ‘돈 이야기’를 모르니 배고플 수밖에. 지갑 속 만원 짜리나 어쩌다 5만원 권은 아나.
에서 ‘가면(假面) 벗겨보니 128조 증발’, ‘순방비용 575억 비공개’는 김현정 앵커와 권민혁 CBS기자 대담 내용인데 여기 ‘억(億)’·‘조(兆)’ 숫자 개념이 쉽게 떠오르지를 않아 머리만 ‘멍’할뿐이다.
돈 단위인 모양인데 ‘억(億)’자 ‘조(兆)’에 동그라미가 몇인 줄도 모르니 돈 붙겠나. 주변에서 허탈해 하는 사람이 많다.
나 밥 사주고 못 얻어먹었고, 나 술 사주고 못 받아 마신 분께 고백한다. 대목장날 아내 측백나무 울타리 옆에 세워두고 몇 시간씩 기다리게 했으며, 퇴근길 이리(지금 익산) 중앙시장을 걸어 나오며 보는 참외 하나 얼른 어머니께 못 사다 드렸고, 대학 다니는 아들놈(독자 양해 바람) 용돈이라며 지화 한 장 쑥 빼주지 못했으니 책방, 다방, 라면가게, 복사집, 구멍가게, 막걸리집 갔겠나.
연애하며 자장면 한 그릇 제대로 못 사줬을 터이니 내 죄 크도다. 조카 미국 혼자 갔는데 1달러도 못준 철면피가 아직 살아있어 부끄럽다.
아내 가족계회 소파 수술시켜 부려먹었으며 3남 1녀 죄다 병원은 고사하고 조산원도 언감생심 집에서 바느질 가위로 탯줄을 끊었다. 하나만 아니라 둘 죽일뻔하길 네 번이나 했으니 세상 여인들의 돌팔매를 맞아죽어도 할 말이 없다.
제 건 싸게 팔고 남의 것은 비싸게 샀으니 호구지책 하빠리였다. 이러하니 당구도, 바둑도, 고스톱도 멀 수밖에.
외국 여행은 지도 보는 걸로 대신하고, 게을러 면허장 따기 귀찮았으니 자동차와도 인연이 멀다. 동냥아치 이야기 그만 접는다. 겁 많아 촛불 한 번 못 들었고 여기 가려면 시내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삼성·롯데가 뜯긴 돈 액수 신문에서 읽었는데 금방 잊었다. 야! 제발 나만 이 병신 짓으로 끝났으면 한다.
그런데 세상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전북에 교회 3000, 전주 시내만도 1300개 주간 을 보는 교회가 겨우 300이란다.
‘완주신문→완주군민신문→완주전주신문사’가 “으뜸도시 완주”에서 팍팍 커지 못함은 맨 나 같은 ㄴ만 살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의 이야기 ‘128조’와 ‘575억원’은 정말 많은 돈인가? 대학동창생 부친 애국지사라 그 아들 80노구가 추모비를 세운다는데 5만원 쥐고 가야 하나 맨손으로 가야 하나 망설였다.
사기라도 처서 몇 백만 내면 이 나라 위인(?)에 들 터인데 위인 되기 싫고 금전 알아주지 않으니 돈 가까이 오질 않는다.
돈아! 평생 너를 탐내지 않은 죄는 형법 몇 조라더냐? 가르쳐 주기 싫다고? 너를 몰라주니 그럴 것이다. 돈 너 너대로 살아라. 시골 ‘쌀값 14만원’은 어느 정도인지 아니 친구가 봐 준다.
/이승철(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칼럼니스트(esc2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