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 외 따로 낸 작은 문을 ‘샛문’이라 하며 한자로 ‘합(閤)’자를 쓴다. 초가 3칸 시절 아래 윗방 사이의 벽에 샛문이 있었다. 필요에 따다 문을 닫지만 바스락거리는 소리까지 다 들려 잠자리로는 매우 불편했다. 그러나 대체로 울안 샛문은 쓸모가 컸다. △바깥 우물, 남새 밭 혹은 빨래터에 가거나 △거름 낼 때 부엌 안방 앞을 피할 수 있어 좋았고 △임산부가 사랑방 손님에게 배부른 걸 보여주기 거북하면 샛문을 사용했다. 형제간 아래 웃집인 경우 샛문을 냈고, 이웃과 담장 뚫린 구멍이 ‘비린구멍’으로 먹을 것이 정답게 오갔다. 울타리엔 개구멍이 있었고 짓궂은 사람은 이 구멍을 이용할 때가 더러 있었다. 지금도 샛문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그 소리 듣기는 어렵다. 자동차야 아파트 넓은 정문을 다니지만 보행자의 바깥나들이 때 쉽게 나갈 작은 통로를 ‘샛문’이라 한다. 그러나 이 샛문 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전주고등학교, 전주초등학교, 전북도청, 전라북도교육청, 전주종합경기장, 전주시청, 전성교회, 고산초등학교 담장이 필요 없어 헐어냈거나 아예 만들지를 않았다. 현명한 판단이다. 좁은 땅에 돈 들여 담치고 울타리 하는 건 낭비다. 만리장성이 아닐 바엔 못 넘어갈 울타리 담장 어디 있겠나. 나라 예산이 적어 애들의 양육비 걱정을 하는 마당에 군국주의 교육장소를 연상케 하는 담장 문화를 거론하는 학교 행정실 공무원이 있다면 그 기관 문제이고, 이래서 노조 사회단체가 강성발언을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도무문(大道無門)’을 부르짖었다. 담이 꼭 필요한 곳은 군사시설이나 교도소이고 그 외엔 울타리가 필요 없다. 전북혁신도시 틀못4길 일대 ‘공원마을’은 교수, 의사, 변호사, 사장, 저명인사가 단독 주택을 짓고 울타리 없이 산다. 너른 녹지대와 이어져 시야가 훤해 오히려 유명해졌다. 울타리 담장은 장애물일 뿐이다. 봉동주민자치센터, 삼례주민지치센터 울타리 없고, 옛날에 지은 화산면자치센터 역시 담장이 없어도 민정(民政)이 잘 돌아간다. 월드컵 경기장 담장이 없다. 바깥 도둑을 염려할 게 아니라 마음속 음침한 흑심을 털어내야 국법이 바로 선다. 공직자는 몸과 마음속에 뒤엉켜 있는 잡동사니를 털어내야 한다. 조선 초 유관 집에 담장이 없었고, 정약용 강진 초당 울타리가 없었다. 귀양 가서 가장 괴로운 게 ‘위리안치(圍籬安置)’이다. ‘가시울타리’를 말한다. 죄 없는 사람 사는 곳에 왜 울타리와 담장이 필요한가? 장벽 없는 사회를 꿈꿔 보자. 남북이 분단 된 채 71주년, 녹슨 철조망이 손자 대(代)에 까지 이어져 이들이 지켜내고 있다니! 나라가 두 동강이 막힌 세월 너무나도 길구나. 마음 속 꿍꿍이가 문제이다. /이승철(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칼럼니스트(esc2691@naver.com)
최종편집: 2025-06-24 13:4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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