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궁전 밤 풍경이 아름답고 전주 풍남문 야경 그럴듯하며 전북혁신도시 전성교회당 밤인데도 환히 보인다. ‘아래서 비추는 불빛’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 ‘그 사람 훌륭하다’ 이렇게 비춰줘야 진짜 큰 사람이다.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김구 주석이 바로 이런 위인이다. 피아노 건반 제대로 튕겨야 고은 소리 나며, 익숙한 조종사여야 비행기 띄운다. 악기와 기자재 대단할지라도 혼자선 무용지물. 이처럼 득달한 ‘사람’이 있어야 사회가 제 기능을 발휘한다. 장점을 닮으려 애써야 관계가 깊어진다. 완주군 화산면 가양 경로당 앞에 꼭 비석 하나 서야한다. 집성촌이니 회(會)·태(泰) 항(行) 나서면 남들도 따를 것이다. 같은 일가라서 어렵다고? 이 건 옛날 생각이고 아는 분에게 물어보면 일이야 수월하다. 유길자(80)는 누군가? △서른한 살에 남편 죽자 △3남매 먹여 살리려고 △동대문시장에서 무릎 뼈가 달토록 노점상을 했으며 △이런 미망인이 고향 앞길 포장 공사에 큰돈 내놓았고 △땅을 구해(외손자 협조) 시할아버지 이장하며 묘비를 세웠다. △경로당 세울 때도 모른 체 하지 않고 현금 기부를 했으며 △고산향교에서 ‘훌륭한 여인’이라 표창하니 주체 측과 마을에 답례를 잊지 않았다. △험한 풍파 속에 정절을 지키며 똑바로 살다보니 어느덧 80이란다. △모진 고생을 하고도 ‘세상사 고맙다’며 무릎 꿇어 기도한다. △9월 27일 아들 며느리 불러 별 말 없이 20년 전 회갑 날 누군가가 읽은 축사와 『피눈물이 방울방울 돌아보니 67년(2003년)』, 『안동김씨 대사성공파세보』를 넘겨주었단다. 종산에 묻혀 부끄러울 게 없다며 죽어 들을 자리를 둘러보았단다. 나와는 아무런 관계없이 서울 여인 시골 사람 이름 석 자 아는 처지지만 전화가 왔다. 놀랐다. 반갑다. 주고받은 이야기는 오직 안부일 뿐. 「위로 비추는 불빛」이 바로 이거다. ‘여자들 이런 고생 않고 산 여자 어디 있나?’ 이러지 말고 5자(152cm/200만원) 비석 하나 세워주면 세상이 환해 질 게다. ‘산 사람 비 어떻게 세우나?’ 모르는 소리다. 산 사람 사당 예가 있다. 김제 현숙 비와 정읍에 송대관 노래비도 있다. 돈을 어떻게 쓰느냐가 문제이다. 묻힐 자리 둘러본 덕부 앞에 드릴 최대 선물이 공덕비이다. 비석 제막 후 “아! 이 좋은 일을 이제야 한단 말이냐!” 감탄할 여러 사람 나온다. 이 여인을 비석 앞에 세워보라. “위로 비추는 불빛”이 정녕 누굴까. 마을에서 나서라. ‘도봉산 바위야 앞 냇가 안개야/ 홀로서 걸은 길 어느덧 50년/ 눈물로 지새운 그 밤이 얼마냐/ 묻어둔 사연을 너만은 알리라.’ 감사 축하 희망은 화합의 인성이다. 서리 내린 눈썹들이 뭘 할까. 이런 일이 정신 통합이다. /이승철(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칼럼니스트(esc2691@naver.com)
최종편집: 2025-06-24 13:4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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