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못 보는 노파가 외딴집에 홀로 산다. 마을 여인들이 가끔 먹을 것을 들고 찾아간다. 할멈은 어떻게 보답하나! 궁리 끝에 사립문 앞, 장독대 옆, 남새밭 가에 꽃을 심어 오는 이를 기쁘게 했다. ‘꽃집’이라 소문이 나자 이웃 마을에서도 구경을 온다. 청년들이 외딴집과 동네 사이에 꽃을 심었다. 환경단체에서 ‘꽃마을’이라 영예를 안겨주자 ‘○시’가 이를 보고 ‘꽃 축제’로 발전시켰다. △ㅈ마을에 키와 주먹이 크고 힘이 센 ‘황소’ 별명의 장사가 사는데 물코싸움 안하며, 비료, 대여양곡 나눌 때 눈 한 번 크게 뜨지 않으나 밖에 나가면 완전히 달라진다. 혹 자기 마을 사람이 억울하게 당하면 그냥 두고 못 봐 힘(?)으로라도 보호해 주니 키, 주먹, 힘 앞에 놀라 슬슬 피해 달아나며 아예 ㅈ마을 주민은 건들지를 않는다. 동네 ‘파수꾼’이라는 새 별명이 붙었다. 도움 받은 사람마다 땔감을 해다 주었고 그 어머니는 고맙다며 아궁이에 땐 재를 담아다 나무해온 사람 논밭에 뿌렸다. 외롭고 약한 자들이 모여들었다. 정치에 뜻있는 서울 사람이 고향 ‘황소’를 찾아왔다. 마을 앞 다리 건설이 급하다 하니 호의를 표하자 동네 주민들이 ‘일로일행(一路一行)’이라며 모두 지지하자 쉽게 당선됐다. 내리 3선을 하고 미안하니 황소를 도의원에 출마시켰다. △잔칫집에 초대 받은 ㅇ씨는 잘 차린 상위에서 무언가 하나를 쥐고 와 아버지께 드리는 효자. 부친은 삽삽하여 샘 가 청소를 하고 디딜방아가 부서지면 고치는 등 좋은 일을 많이 하자 부녀자들이 색다른 음식을 만들면 꼭 한 접시씩 어른께 갖다 드렸다. 세월이 흘러 그 손자가 판사를 거쳐 변호사 개업을 했다. 마을 사람들이 법률문제로 찾아가면 화해를 시키고 변론을 하는 경우 무료이었다.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궁리 끝에 선영 금초로 보답을 했다. 해마다 사람이 늘어 잡초를 뽑고 풀을 곱게 베니 명당 소리가 절로 나온다. 성묘 왔던 변호사 내외 깜짝 놀랐다. 다음 해부터는 금초 날 형제들과 삼겹살을 들고 동참했다. 나무 그늘 아래에 질펀히 앉아 술과 고기를 함께 하며 ○두○·△△우 재판 이야기를 청해 듣고는 나름대로 제 각각 판결을 내리며 껄껄 웃어댄다. 무쇠녹이는 뙤약볕 아래 낫질 솜씨를 탄복하며 바라보니 우리를 믿고 어서 가라 재촉한다. 완주군민들 무뚝뚝한 편이나 지쳐서 그렇지 손잡고 1분만 서있으면 ‘욱하는 성질’ 간 데 없고 어떻게 도울까 아까울 게 없다며 꼬부라진 오이라도 챙겨 준다. ‘소사주고 풀 베다주는 군민’이다. 신임 김홍기 완주군 부군수의 대군민 활동을 여러 눈길이 지켜본다. 그런데 글쎄 군민과 어울리고 접촉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맞기는 맞는 말이다. /이승철(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칼럼니스트(esc2691@naver.com)
최종편집: 2025-06-24 13:27:43
최신뉴스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네이버블로그URL복사
오늘 주간 월간
제호 : 완주전주신문본사 :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봉동읍 봉동동서로 48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전라북도, 다01289 등록(발행)일자 : 신문:2012.5.16.
발행인 : 김학백 편집인 : 원제연 청소년보호책임자 : 원제연청탁방지담당관 : 원제연(010-5655-2350)개인정보관리책임자 : 김학백
Tel : 063-263-3338e-mail : wjgm@hanmail.net
Copyright 완주전주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