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분’·‘통쾌’의 예. 만주에서 독립운동 하던 당시 일본군이 독립군(獨立軍) 마을을 불태우며 주민 가리지 않고 죽이는 경우 ‘통분’할 일이었으며, 얼마 뒤 일본군 부대를 습격 수십 명 총살 본거지를 박살내면 ‘통쾌’한 소식이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우리끼리 이런 말이 필요 없어야 한다. 그런데 2016년 4월 13일 20대 국회의원 총선 개표 결과 국민의 눈빛과 말씨 특히 언론기관마저도 엄연하게 다른 모습이었다.
사랑방 TV 앞의 80살 동갑내기 세 노인의 말 △갑은 “새누리당이 저 앓던 이 빠진 듯 시원하고 통쾌하다”며 어깨를 으쓱으쓱 좋아한다. △을은 “박정희 장군 대통령 속 시원하게 정치 잘 했다” “그 딸 박근혜 뭘 못했다고 야단이어?” 참패에 통분한다. △병은 “구만 좀 씨부렁거려! 그 자가 그 자들인 디 니들이 뭘 안다고 지랄들이야!” 벌떡 일어나 푸푸 담배 연기를 공중에 내 뿜는다. 대한민국 정국을 한 눈으로 보는 기분이다.
전주는 ‘더불어민주당’ 공천자 3인(김윤덕 최영재 김성주)이 완패했고, 범 완주지역은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당’을 이겼다. 완주·전주 시민들도 위 사랑방꾼과 같은 모습이다.
4월 17일 교회 휴게실 광경 국회 입성이 막히자(62만표) ‘아주 잘했다. 통쾌하다’는 편과 ‘예수 믿는 사람들 찍지 않아 배신감을 느낀다’고 아쉬워하는 ‘통분자’가 있더라. 이러다가 예수 얘기 쑥 들어가고 교회 박살날 정치 논쟁 나쁜 쪽으로 빠져들까 걱정이다.
ㅊ후보 선거사무소 벽에 ‘당원이 표 모아야 보기 좋게 이긴다.’ 열 번 맞는 말이다. 선거기간 내내 전화 한 통 없었다면 그 당원 문제이다.
이길 당에서 지는 당으로 옮아간 사람들을 두고 시민들은 “…‘지들 말 듣고’ 내가 찍어?” 이런 독백도 하더라.
당적 이적(移籍), 탈당, 복당이 먹고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나 군민 대세에 영합한 처신이드냐.
이를 두고도 통쾌·통분으로 나뉘어 △‘잘들 해 봐라’ △‘국민 밑바닥 바로 봐야 한다’ 쏘아붙이는 눈빛에서 노선의 중요성을 알았다.
구영(1584∼1663) 선생 영전에 걸린 ‘…주르르 두 줄기 눈물 이 슬픔 글에 담아 보내오(…옥수수루기애장:玉樹垂淚寄哀章)’ 송준길(1606∼1672) 선생 만시 생각이 났다.
효녀 가수 현숙은 12남매(6남6녀)중 11번째의 딸, 그 어머니(김순애:1922∼2007) 모내기하다 산기 들어 집에 가 문고리 잡고 끙끙대며 혼자 정현숙을 낳았고, 산모 잠깐 누웠다 다시 물 벙벙 무논 모심으러 나갔다는데 여인들 생각이 궁금하다.
통쾌냐? 통분이냐? 야구 자기 편 9회 말 홈런은 누구나 통쾌하다.
/이승철(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칼럼니스트(esc2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