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3일부터 15일까지 춘향골 남원에서 제43회 춘향국악대전이 열렸다.
이 대회는 햇수가 말해주듯 오랜 전통을 자랑하며 수많은 명인명창을 배출한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악인들의 향연이다.
이 굵직한 대회에서 가장 큰 상을 받은 주인공이 완주에 살고 있다.
바로 그 주인공은 삼례읍 상탁마을에 사는 경보비(28)씨. 경씨는 이번 대회 일반부 판소리부문에서 대상(훈격 국회의장)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는 춘향가 중 이별가를 불러 예선을 통과한 뒤 본선에서는 본인의 18번인 심청가 중 심봉사가 청이를 잃고 나서 타루비를 끌어안고 우는 ‘타루비 대목’으로 심사위원을 매료시키며 대상을 거머쥐었다.
올해 첫 대회에 참가, 대상을 받았으니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무엇보다 스물여덟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쟁쟁한 소리꾼들을 눌러 자신감도 얻었다.
사실 경씨는 이번 대회에 참가할 의사가 없었다. 대회를 코앞에 두고 지도하는 선생님의 갑작스런 권유로 얼떨결에 떠밀려 나갔다. 당연히 연습도 제대로 못하고 무대에 올랐다. 상을 타겠다는 욕심은 하늘높이 던져버리고, 그저 경험에 만족하며, 평소 갈고 닦은 기량을 청중과 심사위원들에게 펼쳐보였다.
“큰 대회고, 제가 나가기에는 많이 부족해 공부 좀 더한 뒤에 나가려고했는데, 운 좋게 생각지도 못한 큰 상을 받아 아직도 얼떨떨해요.”
권위 있는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완주의 젊은 소리꾼 경보비씨. 그는 삼례읍 상탁마을에서 딸기농사를 짓는 경경수(53)·이미자(51)씨의 1남 2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어렸을 적부터 목소리가 허스키해 마을 어르신들은 경씨를 볼 때마다 ‘판소리 하라’고 권유한 탓에 자연스럽게 꿈도 명창으로 정해졌다.
“허스키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다 보니 ‘그냥 나는 판소리를 해야 되나보다’ 생각했어요. 밖에서 또래 친구들과 뛰어 노는 시간보다는 TV를 통해 대사습놀이나 국악공연을 보고, 따라 부르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삼례여중 1학년 때 도립국악원에 등록한 뒤 취미로 다니다 2학년 때부터는 지금의 스승인 김연 선생을 만나 개인레슨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판소리를 시작했다.
고등학교 3년도 중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학교수업 후에는 매일 국악원에 가서 소리를 배우고, 집에는 밤 10시가 돼서야 돌아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10시부터 11시까지 1시간씩 복습을 하고 나서야 잠자리에 들어갔고, 휴일에도 레슨 받은 것을 연습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그런 노력의 결과, 고등학교 3학년 때 경북 구미에서 열린 명창 박록주 전국 국악대전에서 고등부 1위를 차지하는 영광을 안았다.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3학년 무렵, 국창 정정렬 추모 익산 전국 판소리 경연대회에서도 대상(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운명이라 여기며 오직 판소리라는 한 우물을 팠던 시간들은 그에게 값진 보상을 해줬다.
대학 졸업 후에도 그간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점수를 얻은 탓에 삼례 인근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판소리를 가르치는 교사로 일할 수 있게 됐고, 완주문화의집에서도 어엿한 판소리 강사로 활동하는 기회도 얻었다.
그는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대통령상을 목표로 두고 대한민국 최고 명창이 되기 위해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잔머리를 쓰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본인의 최대 장점이라고 말하는 경보비씨, 그에게 판소리란 어떤 것일까?
“판소리는 제 마음과도 같아요. 제가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소리도 달라집니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묵묵히 응원하며, 뒷바라지 해준 부모님에게 미안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수상소감으로 전하는 경보비씨. 그가 바라는 꿈이 이뤄지길 군민과 함께 소망한다.